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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시인들’ |
영산강의 길이래야 129.5㎞로 4대강은 물론 금강(407.5㎞), 섬진강(212.3㎞)보다 짧아서 같은 4대강에 속하는 낙동강(510㎞)의 5분의 1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질곡을 함께 해온 영산강이기에 전라도의 대표적 서사로 오늘날에도 군림하고 있다.
엠엔북스에서 영산강 이전에 ‘섬진강 시인들’이 지난해 4월 먼저 나왔다. 섬진강을 따라 살아온 백학기 복효근 장진희 박두규 박남준 이원규 등 여섯 시인을 규합해 그 강의 삶과 언어를 담아낸 이 시선집은 단순한 앤솔리지 사화집이 아니라 지역성과 공동체성이 만나는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첫걸음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7개월 뒤 나온 게 ‘영산강 시인들’이었다. 섬진강 시인들이 섬진강을 보여줬다면, 영산강 시인들은 그야말로 영산강을 보여준 셈이다. 영산강을 기댄 시인들이 이들 뿐이겠는가 마는 우선 고재종 김선태 나종영 나해철 박관서 이지담 최기종 시인 등 7명을 한데 묶어 영산강을 아로새겼다. ‘영산강 시인들’에 엠엔북스의 두번째 발걸음으로 참여한 시인들은 영산강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이 강을 따라 살아가며 그 속에서 시를 쓰고 함께 공감하면서 서로 연결되는 삶을 살고 있는 시인들로 이해하면 된다.
일찍이 유역에 따른 문학론이 제기된 바 있다. 임우기 평론가는 ‘유역문학론’에서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생태적 현실에서 출발해 문학을 도시나 행정에 따른 경계가 아닌 ‘유역’(流域) 곧 강(江)의 물길이 조직한 생활권으로 읽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이는 강물의 흐름과 합류, 퇴적과 하구의 변화야말로 문학과 예술의 텍스트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동력이라는 통찰로 수용됐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구체적 움직임이 ‘영산강 시인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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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억의 물결 속에서 일렁이는 그리움이자 공동의 생활사로 우리를 안내하는 나종영 시인은 시 ‘영산강’에서 ‘저녁이면 저 혼자 깊은 울음을 우는/삼백리 저문 강물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홍어 거리 어느 주막에 들어가/곰삭힌 홍어삼합 얼큰한 애탕에 탁배기 몇 잔/오래된 옛친구 불러내어/꿈을 꾸던 서른 살 청춘의 시절로 돌아가 보자’고 읊고 있다.
백학기 시인(영화감독·ABC편집주간)은 책머리글을 통해 “우리는 문학을 오래도록 ‘중앙’과 ‘지방’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서울이 중심이고 그 외의 지역은 주변이라는 이 낡은 구도 속에서 많은 시인과 작가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학은 어디에서든 태어날 수 있다. 오히려 강이 흐르고, 삶이 이어지는 그곳에서 더 깊고 생생한 언어가 태어난다. ‘유역문학’은 바로 그 점에 주목한다”면서 “강은 언제나 흘러간다. 문학도,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귀 기울이면, 그 물소리 속에서 새로운 세대의 문학이 태어나고 있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지그림은 스토니 강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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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5시 한글학회 회관 강당에서 열린 서울 출판기념회 모습. |
한편 서울 출판기념회는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5시 한글학회 회관 강당에서 성황리 열린 바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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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1 (수) 2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