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일상이자 나를 있게 했다"…스케치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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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림은 일상이자 나를 있게 했다"…스케치 펼치다

광주 예술공간 집서 원로화가 강연균 기획전
1부 전시·15회 개인전 4월 19일까지 350여점
2부 전시 4월 24∼5월 24일까지 150여점 선봬
지난해 가을 제안 성사·1월부터 선별작업 벌여

강연균 원로화가가 오는 5월 24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기획전시를 총 2부로 나눠 갖는다. 사진은 1부 전시에 맞춰 열린 설명회에서 작품 내용과 가방 속 펜 등을 설명하고 있는 강 원로화가.
매일 매일 작업을 빠뜨리지 않는 강연균 원로화가가 전시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그는 진보미술계 어른으로 통한다. 활동 정황상도 그렇고, 광주민예총도 이끌었다. 물론 그는 어느 한쪽에 갇힌 사람은 아니다. 그의 회화세계가 말해준다. 늘 남도와 남도인들의 삶을 직시했으며, 남도와 함께 시대의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화면 안팎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는 수채화를 통해 남도의 풍경을 기록했고, 한 시대의 정서를 기록해왔다. 그의 수많은 족적들을 추적해보면 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기보다는 삶의 공간들을 기록해왔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1940년생으로 올해 여든여섯을 맞이한 그가 전통의 기운이 스며있는 한옥갤러리에서 드로잉 작품들을 펼쳤다.

주인공은 남도의 풍경을 수채화로 기록한 수채화 1세대이자 거장으로 꼽히는 광주 출생 강연균 원로화가가 그다. 강 원로화가는 오는 5월 24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기획전시를 총 2부로 나눠 갖는다. 예술공간 집에서는 제14회 개인전인 2020년 5·18민중항쟁 40주년 기념전을 가진 바 있어 이번이 두번째 전시로 제15회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3년부터 벌여온 드로잉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 갤러리의 집요한 선별작업이 뒷받침됐다. 예술공간 집의 큐레이팅으로 그의 작업은 유형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작품을 접하는 관람객들이 이해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 당사자인 강 원로화가 역시 문희영 대표의 프로적인 작업 접근 방식을 평소 간간히 접해 왔던 터라 전시 뜻에 동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문 대표는 큐레이터(류민정)와 함께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강 원로화가가 기거하고 있는 광주 동구 학동 소재 아파트에 지난 1월부터 출근하다시피했다.

이게 가능했던데는 문 대표가 자신이 담기에는 너무 큰 작가여서 강 원로화가 댁을 방문해 분류되지 않고 쌓여 있는데다 분산돼 있던 작품 5132점을 모두 꺼내 선별작업을 거쳐 이번에 전시장에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전시설명회 전날인 18일 했던 스케치 작품. 그림 아래 문구는 현실을 응시하며 봄의 정서를 풀어쓴 한편의 시 같다.
카테고리 12개 중 하나인 ‘새로운 形, 創作을 하는 일’ 전시 모습.
문 대표는 강 원로화가의 거처에 드로잉북과 낱장의 스케치 등을 보고는 “산더미였다”고 그 소회를 들려줬다. 드로잉책과 낱장의 스케치 등 142권(묶음)과 완성된 작품 400여점에 달했다고 하니 그 분량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작업 분량만 봐도 숨이 막히고 지칠 것 같은데 지난해 가을 전시를 열자고 제안한 지 반년만에 전시로 구현하게 된 셈이다.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다가 아닌 자리라는 것을 입중해보이는 듯하다. 준비과정에 공을 들인 문 대표와 큐레이터의 공력이 만만치 않게 투영됐다. 전시 구성이 완벽하게 다가오는데는 준비과정이 짧지 않고 몇 개월에 걸쳐 전시 준비작업이 펼쳐졌기에 전시 구성 깊이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다 강 원로화가가 평생동안 예술가로 살아왔던 회화 족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손색이 없다.

강 원로화가는 여든여섯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방을 메고 다니는 습성이 있다. 소소한 일상 용품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스케치든, 크로키든 매일 장소불문하고 착상이 떠오르면 작업을 하기 위한 펜들이 수북하게 채워져 있었다. 얇은 선이든, 두꺼운 선이든 자유자재로 기록하듯 작업을 위한 것으로 비쳐졌다.

지난 19일 전시설명회 자리에서 만났을 때 ‘가방 속에 뭐가 들어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모두 꺼내 보여줬다. 몇번이고 꺼냈을 정도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펜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 고령임에도 손이 떨리지 않고 스케치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전날인 18일 역시 스케치 작업을 빠뜨리지 않았다. 스케치 작품 아래 문구도 남겼다.

그는 “봄비가 저녁내 조용히 내렸다. 지금도 내리고 있다. 봄비는 조용히 내리는 모양이다. 온 세상이 더욱 깨끗해졌다. 이 세상에 전쟁만 일으키는 정치인(트럼프) 같은 놈만 없어져도 좋은 봄이 될 것이다. 봄비는 조용히 내린다”고 새겼다. 현실 풍경을 조응한 한편의 시(詩)로 이해됐다.

전시장에는 3·1운동, 국정 농단 사건을 일으켰던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시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날 등 역사의 변곡점을 기록한 스케치에서부터 소소한 일상의 풍경, 그리고 한없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큰 나무를 담은 스케치까지 망라됐다. 형상에 관한 사유, 만다라, 팟돌, 모자 등도 포함됐다. 문 대표는 이를 ‘새로운 形, 創作을 하는 일’ 등 12개의 카테고리로 세분화해 전시를 구성했다.

서거 후 안타까워서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감옥행을 피하지 못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 원로화가의 솔직한 심정이 투영된 스케치.
국정 농단 사건을 일으켰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던 강 원로화가의 스케치.
문희영 대표는 “그동안 작업과정을 되새기며 작품이 어마어마했다. 선생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음으로 전시 큐레이팅을 임해 엄청 뿌듯했다. 선생님의 특별한 세계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자신의 작업실인 광주 동구 소태동 소재 한옥과 예술공간 집이 한옥이어서 공감하는데다 눈에 띄는 한옥이 있으면 여전히 찾아간다는 강 원로화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나를 있게 했고, 일상이었다. 선천적으로 그림을 그리라고 한 것 같다. 별거 아닌 것을 별거인 것처럼 (전에 화가였던) 문 대표가 만들었다”고 밝혔다.

‘날마다 궤적들’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1부 전시는 지난 19일 개막, 오는 4월 19일까지 카테고리 별로 선택한 작품들을 두루 선보이고, ‘날마다 증언들’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2부 전시는 4월 24일부터 5월 24일까지 5월 항쟁 주간에 맞춰 이뤄진다. 1, 2부 전시에는 총 500여점이 출품돼 선보인다. 1부에는 엄선한 350여점, 2부에는 150여점이 각각 출품돼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개막식은 지난 19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성황리 열렸다.
개막식은 지난 19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성황리 열렸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개막식은 지난 19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성황리 열렸다.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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