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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지 산업부 기자 |
이 같은 흐름은 낯설지 않다. 글로벌 경제가 촘촘히 연결된 지금, 전쟁은 곧 ‘경제 리스크’로 직결된다. 기업은 비용 상승을 걱정하고, 정부는 물가 안정을 고민하며, 투자자는 변동성에 대응한다. 지구 반대편의 전쟁은 ‘얼마의 손실을 가져오는가’라는 질문으로 환원된다.
하지만 그 숫자들이 가리키는 끝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있다.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은 유가 그래프의 한 칸이 아니라 사람의 삶이다. 주유소 가격표를 보며 한숨 쉬는 이 순간에도 전쟁터에서는 일상과 터전을 잃은 이들의 이름조차 남지 못한 죽음이 쌓여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은 경제 지표의 해설 뒤편으로 밀려나고 만다.
문제는 이 인식이 무의식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체감 가능한 숫자’에만 반응하면서 인간의 고통은 비가시적 영역으로 밀려난다. 유가는 체감되지만 희생은 체감되지 않고, 환율은 중심에 서지만 피란민의 삶은 주변으로 밀린다. 그 순간부터 전쟁은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한 요소처럼 다뤄진다. 숫자로 설명 가능한 것만 남고, 설명되지 않는 고통은 배제된다.
물론 경제적 분석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는 순간, 우리는 공감의 감각과 그 이면을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간다. 전쟁은 결코 그래프로 완결되는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무너지는 과정이며, 회복하기 어려운 상실이 축적되는 시간이다.
이제는 시선의 균형이 필요하다. 유가와 환율만이 아니라, 그 변화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손실의 크기와 함께 어떤 삶이 무너졌는지도 드러내야 한다. 묻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얼마가 올랐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사라졌는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가 아니라 누가 삶을 잃었는지. 전쟁을 다시 사람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태도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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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0 (월) 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