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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용아’ 출연진 및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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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용아’ 시연회 모습. |
일제강점기, 짧고도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시인 용아 박용철(1904~1938)의 시 ‘떠나가는 배’ 한 구절이 오페라 아리아로 울려 퍼진다. 총칼 대신 우리말로 시를 쓰며 시대를 견뎠던 청년 예술가의 삶, 그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 꿈과 좌절이 음악극으로 되살아난다.
광주시립오페라단(예술감독 최철)이 창작오페라 ‘박하사탕’ 이후 5년 만에 지역 문학인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 ‘용아’를 선보인다. 광주의 문화 자산을 동시대 공연예술로 어떻게 되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제22회 정기공연으로 마련된 창작오페라 ‘용아’는 오는 9월 18~19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초연한다. 현재 작품은 약 80% 완성됐으며, 시립오페라단은 최근 오페라단 스튜디오에서 시연회를 열고 주요 장면과 아리아, 중창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창작 배경과 음악적 방향이 함께 소개돼 지역 문학자산을 공연예술로 확장하는 의미를 더했다.
작품은 광주 출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번역가, 출판인이었던 박용철의 삶과 예술혼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단순한 인물 전기나 역사극에 머물지 않고,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청년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문학을 향한 열정과 방황을 오페라로 풀어낸다.
용아 박용철은 광주 광산구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 시절 김영랑과 교류하며 문학의 길에 들어섰다. 1930년 동인지 ‘시문학’을 창간하며 정지용, 김영랑 등과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떠나가는 배’, ‘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 ‘싸늘한 이마’ 등 서정시를 남겼으며, 서구문학과 연극을 국내에 소개하는 번역과 비평 활동에도 힘썼다. 그러던 그는 폐결핵으로 3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오페라 ‘용아’는 박용철이 김영랑, 정지용 등 문학적 동지들과 함께 ‘시문학’을 창간하며 우리 문학의 길을 넓혀가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여기에 아내 임정희와의 사랑, 김영랑과 무용가 최승희의 이뤄지지 못한 인연, 시대의 압박 속에서도 시와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연대가 교차한다.
작품은 2막으로 구성된다. 1막 ‘사랑과 꿈의 탄생’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용아와 문학 동지들이 시문학의 꿈을 키워가는 시간이다. 용아가 동생인 박봉자의 친구였던 임정희를 만나 사랑을 키워가고, 친구들과 함께 시문학사 창립을 준비하며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특히 용아가 공원에서 임정희를 기다리며 시를 써 내려가는 장면에서는 ‘떠나가는 배’의 시구를 바탕으로 한 아리아 ‘나두야 간다’가 선사된다. 젊은 날의 불안과 설렘, 시대를 떠나고 싶은 마음과 예술을 향한 열망이 겹쳐지는 장면이다.
‘시문학’ 창간호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도 주요 장면으로 꼽힌다. 용아 부부와 동생 박봉자, 김영랑, 정지용 등이 ‘시문학사’ 간판 아래 모여 첫 발간된 동인지를 바라보며 기쁨을 나누는 5중창이 이어진다. 문학을 통해 시대를 견디고 새로운 길을 열고자 했던 청년들의 열정이 집약된 대목이다.
2막 ‘시대의 탄압과 영원한 사랑’에서는 일제의 압박과 병마 속에서 점차 쇠약해지는 그의 삶을 담아낸다. 총독부 관료 야기의 탄압으로 ‘시문학’이 폐간되고, 박용철은 후두결핵으로 생의 마지막을 향해 나아간다, 그럼에도 그는 동료들의 시집을 출간해 우리 문학의 불씨를 지켜낸다.
아울러 문학적 견해 차이로 갈등하던 용아와 영랑, 지용이 정지용의 ‘향수’를 함께 노래하는 3중창은 세 사람의 우정과 문학적 연대를 보여준다. 영랑과 최승희의 이별 장면에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더해져 프랑스 유학을 앞둔 최승희와 영랑의 엇갈린 마음을 그린다. 마지막에는 병약해진 용아가 아내 정희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사랑을 고백한 뒤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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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철 역 노성훈, 임정희 역 윤한나씨가 창작 오페라 ‘용아’의 1막 6장 용아와 정희의 이중창 ‘용아씨’를 노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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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제22회 정기공연으로 창작오페라 ‘용아’를 초연하는 가운데 지난 24일 오전 오페라단 스튜디오에서 주요 아리아를 시연하고 있다. |
박지운 작곡가는 “창작오페라라고 해서 어렵고 낯선 음악이 되지 않도록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아리아와 이중창, 중창을 뮤지컬처럼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퍼포먼스와 음악의 결합에 집중했다”며 “문학 작품 속 시어가 가진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관객이 한 번 듣고 기억할 수 있는 선율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올해 소극장 버전 초연을 통해 작품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음악과 서사, 무대 구성을 보완해 내년께 총 4막의 대극장 공연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향후 대규모 합창과 군무, 무용 장면 등을 더해 광주를 대표하는 창작오페라 레퍼토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최철 예술감독은 “그동안 지역색을 살린 창작극은 독립운동이나 애국정신처럼 무겁고 엄숙한 주제를 다룬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작품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방황과 비극적 죽음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에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삶을 조명한 창작오페라가 있는 만큼, 지역 문학인을 조명한 ‘용아’로 달빛동맹 문화교류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광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으면서도 중국과 유럽 등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글로컬 오페라로 성장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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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5 (목) 18: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