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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의 자살예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제때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살은 다양한 스트레스와 사회경제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자살 사망자의 약 90%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았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에 정신건강 문제를 일찍 발견해 치료하고, 자살 위험이 높은 이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에 비해 정신건강 예산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마음을 돌보는 일에 국가 차원의 과감한 정책적, 예산적 지원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사회에서 마음이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우리가 사는 동네(시·구·군)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없어도 검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고 필요한 도움을 안내 받을 수 있다. 치료 중인 분들은 증상을 관리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신건강 분야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이 함께 돕고 있다. 특히 광주권역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직접 ‘마음건강 주치의’로 활동하며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신건강 상담전화인 1577-0199로 전화하거나 센터 홈페이지, 지역보건소를 통해 이용 방법을 문의할 수 있다.
△청년 정신건강에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살은 청소년과 청년의 주요 사망 원인인데, 최근 이 연령층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청년기는 진학과 취업, 독립 등 삶의 거대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집중되는 시기인 동시에,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시작되기 쉬운 때다. 이 시기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학업이나 직장 생활이 흔들리고 사회적 관계도 위축될 수 있다. 청년들이 편하게 마음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심각해지기 전에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청년의 마음을 돌보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을 살리는 것이자 동시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청년들을 위한 공간인 마인드링크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마인드링크는 2016년 광주 북구에서 시작한 국내 최초의 ‘청년 맞춤형 마음건강센터’다. 청년기의 정신건강 문제를 일찍 발견하고 필요한 치료와 지원으로 연결한다.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증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업과 취업,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여러 전문가가 협력해 청년이 공부와 일을 이어가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상을 되찾도록 돕는다. 직접 개발한 스마트폰 앱으로 기분과 생활을 점검하고 전문가와 소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광주에서 시작한 이 청년 정신건강 서비스 모델이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충남 아산시, 순천시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국제적으로도 훌륭한 모형으로 인정받으며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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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완 광주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자살예방 관련 사업으로 도움 요청 방법을 홍보하고 교육했다면, 그 요청에 응답할 전문가와 서비스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예방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분들이 신속하게 도움을 받고, 이후에도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촘촘한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이 역할을 맡는 핵심 기관이 정신건강복지센터다. 그런데 2027년 정부 예산안에는 센터 사업비가 15% 일괄 감액됐고, 종사자의 인건비도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다. 자살예방을 강조하면서 이를 수행하는 센터의 예산을 줄이는 일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정신건강사업이 위축되면 자살 위험이 높은 분들을 일찍 발견하고 꾸준히 돕는 일도 어려워진다. 센터 종사자의 경력과 전문성을 반영한 인건비를 확보하고, 상담과 위기대응에 필요한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지원은 자살예방 정책의 기본이다.
△실무자가 지치지 않고 일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위기 상황을 반복해서 마주하는 실무자에게는 적정한 업무량과 쉴 시간이 필요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어려운 사례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는 정기적인 자문과 교육도 중요하다.힘든 업무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면 실무자가 지치고 자주 이직하게 된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도움 받는 분도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고, 지원이 단절될 수도 있다. 숙련된 전문가들이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대상자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자살 예방과 마음 건강을 위해 시민과 언론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마음이 힘들 때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고,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일상에서도 정신건강 상담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쇼핑센터나 대학 캠퍼스, 지하철역, 야구장처럼 자주 찾는 곳에서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영국의 아스널, 토트넘, 첼시 등 프로축구 구단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정신건강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정신건강 지원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팬들이 김도영 KIA타이거즈 선수에게 건네는 ‘니땜시 살어야’라는 말을 우리도 서로에게 건네면 어떨까. 이런 인사가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퍼져갔으면 한다. ‘당신 덕분에 살아간다’는 따뜻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힘든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되고, 살아갈 이유와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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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형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 광주자살예방센터장 |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비교해도 지속적으로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 소득 불평등 지표가 유사한 국가군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격차를 보인다. 역대 정부는 출범 시기마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으나, 실질적인 감소세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자살 문제를 교통사고 사망률이나 범죄율처럼 단순한 수치 감축의 대상으로만 접근해 온 정책적 한계에 기인한다.
이제는 자살예방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기 지표에 편중된 접근에서 탈피해 사회문화적 구조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시급한 과제는 자살 현상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심층적 규명과 정책적 접근 방식의 전환이다. 그동안 시행된 정책들은 근본 원인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이 대증적인 사후 조치에 치중해 온 측면이 크다. 단기 감축 목표에 매몰되면서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장기적 관점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현재의 정책 역시 즉각적인 가시 효과를 목표로 한 고위험군 발굴에 편중돼 있어, 자살률 상승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 규명과 실증적 근거 축적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또한, 자살 문제는 보건복지 영역에만 국한해 해결하기 어렵다. 교육·노동·문화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요인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범부처 차원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
△자살 위험이 높은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위험군 조기 발견·개입 체계 또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고위험군 선별 검사를 적용하는 방식은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효율성이 제한적이다. 역학 조사에 따르면 평생 자살 생각을 경험하는 비율에 비해 실제 계획·시도로 이어지는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뚜렷한 전조 없이 충동적으로 시도되는 사례도 상존하므로, 전수 방식의 대규모 선별 검사는 실효성이 낮다. 따라서 조기 개입은 검증된 고위험 표적 집단에 집중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정신질환 치료 및 회복기 환자 등 실질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지속 치료 및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제도적·심리적 진입 장벽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가장 즉각적인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은 ‘치명적 자살 수단에 대한 물리적 차단’이다. 과거 맹독성 제초제(파라콰트) 유통 금지 조치 이후 국내 자살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실증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농약, 번개탄을 비롯한 주요 고위험 수단에 대한 유통 관리와 물리적 접근 차단 정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살예방 정책이나 사업에서 보완이 필요한 점은.
-고위험군 사후관리 및 생애주기별 정책 수립 시에는 특정 연령대의 지표만을 부각해 세대 간 위험도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국내 자살 문제는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 생애주기에 걸쳐 누적된 구조적 양상을 띤다. 청년층의 자살률 상승은 인구 감소라는 통계적 요인과 맞물려 부각되고 있으며,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높은 자살률 역시 심각하다. 생애주기별 대책은 각 연령 집단이 직면한 사회구조적 환경과 위험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소년기의 학업 경쟁 압박,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성, 중장년층의 부양 및 경제적 부담, 노년층의 빈곤 및 사회적 고립 등 생애 단계별 특성에 맞춘 정밀한 안전망 설계가 필수적이다.
오랜 기간 높은 자살률이 지속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둔화되는 경향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자살을 둘러싼 사회적 요인은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뿐 아니라, 학력, 직업, 소득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만연한 서열화와 과도한 비교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다양성과 고유한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 전반에서 상호 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언론은 자극적인 묘사나 구체적 수단 노출을 엄격히 제한하며 생명존중 보도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단편적인 지원책을 넘어 과도한 경쟁과 불안을 완화하는 사회 구조 개선에 주력해야 하며, 시민사회 역시 삶의 질을 담보하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지난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했다. 시급한 자살예방 정책 또는 과제는.
새롭게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자살예방 정책 또한 이러한 거시적 안목과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겸비해야 한다. 단기적인 지표 관리에 치중하기보다 상호 존중과 연대를 도모하는 지역사회 인식 개선 사업을 체계화해야 한다. 동시에 취약계층 및 치료 지원이 필요한 실질적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 지원하는 복지 연계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24시간 위기대응 상담체계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예산 지원과 대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치명적 자살 수단의 지역 내 관리를 강화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예방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10.20 (화) 15: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