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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홀로 운동하는 ‘홈트족(홈트레이닝+族)’과 대도시의 번잡을 벗어날 수 있는 ‘캠핑족’ 등 비대면 취미생활이 크게 늘었다는 통계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필자도 서너 달 전부터 묘목이나 꺼져가는 식물(초록이) 영입으로 ‘실내 가드닝’ 대열에 합류했다.
돌이켜보면 위기의 초록이와 초보 가드너의 ‘최악 조합’인지라 좀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었지만 기쁨과 보람은 이에 반비례했다.
초록이들에게 좋은 토양과 맑은 공기, 그리고 적당량의 햇빛은 건강한 인간의 삶에 필요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동질감을 얻는다.
초록이들과 교감하면서 얻어지는 삶의 위안은 덤이다. 새 잎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치유가 되고, 가끔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공감의 깊이는 배가 된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분갈이용 마사토와 영양토는 새식구 초록이에게 의식주를 선물하는 과정이니 실뿌리 하나라도 다칠세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우연히 유튜브 영상으로 알게 된 ‘친환경 막걸리’ 비료 만들기는 초보 가드너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한다.
불현듯 초록이들을 괴롭히는 벌래 퇴치 과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삽목 번식, 조각가의 마음으로 임하는 균형 잡힌 수형 만들기는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깨달음을 선물한다.
필자가 홈가드닝에 입문한 뒤 처음 만난 초록이는 ‘율마’ 두 그루다. 싱그러운 피톤치드 향에 반해 ‘설렘반 기대반’으로 집에 들였지만 2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물주기 상식이 없었던 개념 없는 초보 가드너를 만난 ‘죄’ 때문에 한 그루는 말라죽고 나머지 한 그루는 지금 힘겨운 회생을 하고 있다. 너무 과한 애정을 쏟은 탓인지 성장이 더디지만 1년 뒤 멋진 수형을 기대하는 가드너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7000원 주고 구입한 70cm짜리 소품 외목대 ‘떡갈고무나무’는 삽목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줬고, 수형 좋은 ‘뱅갈고무나무’는 매일 새잎을 보여주며 거실의 푸르름을 책임지고 있다.
또 입양 당시 거의 죽어가던 ‘알로카시아’는 밤마다 눈물(잎으로 수분 조절)을 흘리며 하루하루 폭풍 성장하고 있다. 지인에게 얻은 ‘꽃기린’도 삽목으로 풍성한 여름나기를 하고 있고, 거금 2만 원을 들여 구입한 ‘애기사과나무’는 화사한 흰색 꽃봉오리로 눈 호강을 시켜주더니 ‘응애’의 공격을 받아 시름시름 앓다가 지금은 친환경 농약 살포로 기사회생 중이다.
물을 좋아하는 ‘수국’은 카멜레온과도 같은 색 변화와 함께 풍성한 꽃 무리, 폭풍 번식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고, 암모니아 제거 효과가 탁월하다는 ‘관음죽’도 화장실 앞에서 24시간 보초를 서고 있다.
아담하지만 듬직한 ‘파키라’와 대품으로 성장해가는 ‘극락조’, 물만 주면 잘 사는 ‘금전수’, 오랜 식구인 ‘행복나무’와 동양란, 서양란도 반려식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배가 고팠을까, 고급 카페에서나 볼법한 수려한 외형의 ‘아가베’ ‘드라코’를 추가로 입양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아직은 과분하다는 생각에 지름신을 억누르는 중이다.
이처럼 가슴 속 깊이 ‘초록 초록’ 푸르름을 가득 채워 주는 가드너의 삶을 코로나19로 지친 독자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한다. 따스한 봄날은 지났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초록이 한 그루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껴보자. 잎이 시들거나 축 처지면 마음이 상하겠지만 정성의 양분으로 되살아나는 모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을 선물한다. 또 매일 아침에 마주하는 잎에 생기가 넘치면 그대의 하루는 활력이 넘칠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당신의 모든 일상은 온갖 푸르름으로 가득 찰 것이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광남일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