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연금이 된 햇빛과 바람 흔들어선 안 된다
검색 입력폼
본사칼럼

[데스크칼럼]연금이 된 햇빛과 바람 흔들어선 안 된다

이훈기 광남일보 서부본부장^이사

이훈기 광남일보 서부본부장·이사
신안군은 태양광과 풍력 산업을 주민소득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201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공유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이 조례는 이른바 ‘누더기 조례’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만큼 시행 과정에서 보완과 수정이 반복됐다. 신재생에너지를 단순한 발전 시설이 아니라 주민소득으로 환원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했고 신안의 햇빛·바람 연금은 이렇게 제도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신안군은 2030년까지 해역에 8.2GW 규모의 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주민 1인당 연 600만원의 연금지급을 목표로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민간 부문 전국 최초로 신안 풍력(8.2GW)의 1.17% 수준인 자은도 해상풍력단지 96MW 규모가 준공됐다. 이처럼 제도는 현실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정책은 계획 단계를 넘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확대될수록 마찰 또한 커지고 있다. 실제 발전량과 입지 조건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지는 구조 속에서 일부 주민과 협동조합,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이 증폭되고 있다. 협동조합은 기존 발전소 인근 주민들 대상으로 소액의 햇빛 연금과 아동수당 등을 신안군 조례에 근거해 투명하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지급을 둘러싸고 ‘누가 얼마를 왜 받는가’ 등의 사실과 다른 정보를 확산시키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자은도의 한 주민은“ 이번 논란으로 제도가 축소되거나 사라지면 결국 손해는 신안군민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말이다. 이 갈등은 단순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과 제도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신뢰가 흔들리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 역시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도의 취지와 무관한 해석과 주장들이 난무한다면 그 혼란의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정책은 선거의 도구가 되는 순간 신뢰를 잃는다. 일각에서는 자칫 중앙정부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실제 신안의 햇빛·바람 연금정책은 추진과정에서 정부 행정과 기존 이해관계 구조라는 높은 장벽과 마주해 왔다. 한마디로 연금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처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초단체의 의지와는 별개로 주민 수용성을 담보할 수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분명한 점도 있다. 이번 논란은 정책의 취지 자체보다, 설명과 소통의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행정은 옳은 정책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충분히 설명하고 오해를 해소하며 조정하는 과정까지 포함돼야 비로소 완성된다. 갈등을 통해 제도를 다듬어질 수는 있어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해관계자 간 공격이 아니라 신뢰회복이다.

제도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과정에서 갈린다. 충분한 정보 공개와 이해 조정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면 오해는 증폭된다.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정책을 수정하는 것보다 앞서,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신안의 주민참여형 신 재생에너지모델이 혹여 ‘논란의 사례’로 기록될까 염려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되면 연금은 주민소득 정책이 아니라 정책 실험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된다. 햇빛과 바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제도는 모두의 신뢰 위에서만 작동된다.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제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연금은 약속이고 약속은 신뢰다. 햇빛과 바람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연금이 된 햇빛과 바람 군민들의 신뢰로 지켜야 한다.
이훈기 기자 leek2123@gwangnam.co.kr         이훈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