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페퍼스의 부진, KOVO도 책임 있다 - 광남일보
AI페퍼스의 부진, KOVO도 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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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페퍼스의 부진, KOVO도 책임 있다

임영진 교육체육부 차장대우

[취재수첩]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프로배구단의 힘겨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2022-2023 V리그 여자부가 5라운드에 접어든 현재 AI페퍼스는 리그 꼴찌다. 김형실 초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초강수를 뒀지만, 여전히 ‘승점 자판기’ 신세다.

그렇다고 AI페퍼스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창단 2년 차에는 ‘기성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팀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구현을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강원도 속초 전지훈련(2022년 5월 23~30일)에 이어 프로구단 최초로 해외전지훈련을 감행, 일본 도쿄(8월 24~31일)에서 비시즌을 보냈다. 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세터 이고은(총 보수 9억 9000만원)을 영입하는 등 전력 향상도 꾀했다.

하지만 AI페퍼스는 2년 연속 ‘최약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성적 부진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한국배구연맹(KOVO)도 책임이 있다.

대표적으로 오지영의 트레이드를 꼽을 수 있다.

AI페퍼스-GS칼텍스와의 합의 과정에서 계약서에 삽입한 ‘전 소속팀 상대 출전 금지 조항’은 보장된 선수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지만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KOVO는 문제 삼지 않고 승인했다.

KOVO는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뒤늦게 문화체육관광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후 ‘선수의 권익이 침해되거나 구단 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요소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KOVO가 소급 적용을 거부함에 따라 오지영은 지난 1월 23일, 2월 5일에 이어 오는 3월 9일 맞대결 등 이번 시즌 총 3차례의 GS칼텍스와의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AI페퍼스의 상대적 박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단 첫해 AI페퍼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시적인 아시아쿼터제의 적용을 KOVO 이사회에 건의했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아시아쿼터제는 이듬해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논의됐고, 2023-2024시즌부터 7개 전 구단에 시행된다.

이런 결과들이 더해지면서 10년 만에 탄생한 막내 구단을 두고 ‘폭탄 돌리기’라는 불쾌한 표현이 붙고 있다.

이는 V리그에도 치명타다. 전력 불균형은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주고 나아가 팬들의 관심까지 떨어지게 한다. 겨울철 대표 실내 스포츠인 V리그 흥행을 위해 AI페퍼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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