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소소한 행복 찾기…수녀님께 배운 가르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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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초대석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 찾기…수녀님께 배운 가르침이죠"

[초대석]송연 ‘이해인 수녀를 좋아하는 빛고을 광주모임’ 회장
40여년 전 편지 인연 시작…‘입회 60주년 기념 축하연’ 열어
관찰 청소년 선도·소년원 서적 기증·무료급식 등 봉사 매진
"내려놓는 마음 배워…남 도우며 더불어 살

‘소중한 보물들’ 출판기념식에서 이해인 수녀와 함께 포즈를 취한 송 회장.
우리는 뉴스에서 누군가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이들이 그 애정을 원동력 삼아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식을 가끔씩 접한다. 이처럼 누군가를 순수하게 존경하고 따르는 마음을 거름으로 삶을 영위해가는 이웃이 우리 주변에도 있다. ‘이해인 수녀를 사랑하는 빛고을 광주모임’ 회장 송연씨다.

‘이해인 수녀를 사랑하는 빛고을 광주모임’(빛고을 광주모임)은 말 그대로 이해인 수녀를 좋아하고 따르는 이들이 모인 단체다.

송씨는 “수녀님이 성당에 미사를 오시면 이동을 시켜드리는 등 작은 도움을 드리고 있다”면서 “행사가 있으면 주최해 돕기도 한다. 수녀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시 쓰는 수녀’로 알려진 이해인 수녀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시작으로 시집, 에세이, 번역서 등 총 50여권을 출간하며 세상에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들어가면서 수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몇 년 전 암 투병 중에도 작품활동을 이어갈 뿐 아니라 ‘환자를 위한 치유 강연회’ 등을 열며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이타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올해는 이해인 수녀가 1964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지 60년이 되는 해다. 송씨가 있는 빛고을 광주모임은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이해인 수녀 입회 60주년(서원 56년)·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48주년 기념 축하연 ‘이해인 수녀와 함께하는 시와 음악의 향기’를 주최했다.

이날 행사는 광주 뿐 아니라 서울, 부산,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각계 인사와 독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영상 상영과 케이크 커팅식, 축하 공연 등으로 꾸며졌다.

이해인 수녀 입회 60주년·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48주년 기념 축하연.
2005 인사동백악미술관에서 열린 ‘이해인 수녀 시·한뉘 조주연 서예전’에서 이해인 수녀, 피천득 작가와 함께한 모습.
또 지난 6월 18일에는 이해인 수녀의 수녀원 입회 60주년 기념 신작 ‘소중한 보물들’이 발간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 등 행사를 치렀다. 송씨는 이해인 수녀의 신간서적이 나오면 최소 50권에서 100여권을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데 이번 책은 특별히 의미가 있어 300권을 샀다고 말했다.

“수녀님이 직장암 수술을 하신지 12년이 넘었는데요. 올해는 팔순이 되셨고, 수녀원 입회 60주년이기에 의미가 크죠. 이번 단상집은 소중한 보물들을 정리하신 거예요. 사진과 짧은 글로 구성돼 있는데 저는 읽어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어쩌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줄까’ 하고요.”

그와 이해인 수녀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0년대 초 이해인 수녀의 글을 처음 읽었고, 그때부터 이해인 수녀의 글을 찾아보며 시에 푹 빠져 지냈다. 주옥같은 시구 하나하나가 그의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는 듯했다. 우연히 편지를 써 보낸 게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40여년째 이해인 수녀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이해인 수녀와 인연을 이어온 송씨는 다양한 봉사활동에 매진해왔다. 1978년 3월부터 대한적십자사 봉사원으로 여러 임무를 실행했으며 2012년부터 적십자중앙협의회 자문위원을 맡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1989년부터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보호관찰분과에서 활동했고, 1992년부터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부터는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광주지역협의회 운영실장을 맡아 일하다 지난해 퇴직했다. 특히 청소년 선도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한 그는 그동안 겪은 다양한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18세 이상이면 매달 1만원씩 모아 국민연금을 들 수 있었는데요. 학생들을 만나 용돈을 한 달에 얼마 타는 지 물어보고 사정이 되면 가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축 등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을 많이 시켰는데 시간이 지나 부모님이나 당사자 학생에게 감사하다는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죠.”

또 특수절도 사건에 휘말린 십대 청소년의 보호관찰을 맡아 돌봤던 일화, 그 학생이 대학에 입학해 군대에 들어가던 날 감사하다며 연락이 왔던 일화 등이 있다. 연락이 두절된 관찰 대상 학생을 찾기 위해 대인시장 전체를 샅샅이 뒤지며 일주일간 찾아 헤맸던 적도 있다.

“저는 범죄예방위원 활동을 형식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노력했죠. 그러다보니 오래 할 수 있었고 기억에 남는 학생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송씨는 이해인 수녀를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고 표현한다. 그는 “제가 기억하는 수녀님의 모습은 늘 무언가를 쓰고, 붙이고, 접고, 또 남을 위해 나누는 것”이라며 “수녀님께 내려놓고 버리는 마음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수녀님은 항상 ‘그래그래 기뻐하자, 감사하자’ 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또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라는 마음을 보여주셨죠. 사과도 즉시, 감사도 즉시 표현해야 한다고요. 그런 말씀과 행동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 스며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수녀님을 만난 후 생긴 변화라면 일상에서 행복을 찾게 된 거예요.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거죠.”

송연 회장(왼쪽 첫번째)이 광운교회에서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송연 회장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남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송씨는 퇴직 후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지난해 4월 광주 남구에 도움&세움하비 상담센터를 열어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들이나 가족상담을 주로 맡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솔잎봉사회 소속으로 무료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광주 북구 운암동 광운교회 1층에서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또 지역 소년원에 1년에 한두번씩 도서를 자비로 구입해 보내기도 하는데 지난 6월에는 이해인 수녀의 시집 ‘나를 키우는 말’을 고룡산업정보학교에 200여권 기증했다.

그는 ‘다독하는 가정’으로 오래 전 가족들과 함께 모 일간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가족들이 하루에 10~20권씩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로 화제가 됐었다. 평생 모은 수많은 서적들을 활용해 친동생과 함께 북카페를 여는 것이 새로운 꿈이라고 한다. 끝으로 그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남을 돕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는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보람을 느끼거나,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군가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그게 기쁜 거죠. 정말로 힘들 때 누가 옆에서 작은 거라도 조언해주고 도와주면 갑자기 길이 열리고 희열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저도 그런 도움을 주고 싶은 거예요. 앞으로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김다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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