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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 |
남녀노소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노사회에 흔치 않은 일이다. 숏츠에 올라온 소식을 보니 다른 나라 어린이도 아파트를 부른다고 한다.
노래는 세대를 넘어 모든 사람이 공유하기 가장 좋은 장르다.
지난해에 남은 배추로 김치를 담았다길래 금 김치를 얻으러 오빠 댁에 들렀다. 넓은 거실에 앉아 삶은 수육과 굴에 김치를 말아서 먹는데 동행한 J가 ‘다복해서 좋습니다’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보니 4대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에 이렇게 많은 가족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참 좋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지고 있다.
형제가 적은 J에게는 오랜만에 만나는 4대 가족 풍경이 좋았나 보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의 연세가 97세가 됐다. 아직도 마을 산책을 하며 지낸다는 것은 노년의 아름다운 삶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직장이나 산업 현장의 일터에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을 한다.
최근 고령화 사화가 되면서 ‘퍼레니얼이 온다’는 용어는 우리의 삶에 새로운 인생공식을 만들어가야 함을 제시한다.
‘퍼레니얼’(perennial)이란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단어로, 세대 구분을 초월해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퍼레니얼 시대에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형성된다. 이에 퍼레니얼 시대의 등장으로 나이에 맞는 삶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 세대에 맞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삶을 창조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퍼레니얼 시대의 등장은 다양한 연령대가 같은 산업 현장에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올드세대가 산업 현장에 재취업을 함으로써 직장에서 다양한 세대와 멀티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국가 정책도 평생교육 체제로 전환이 됐으며 직업도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현재 교육 시스템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기에 평생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최근 첨단기술과 인공지능의 빠른 변화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빠르게 변화며, 노동 생태계는 평생에 걸쳐 여러 경력과 새로운 기술혁신의 과정이 필요하다.
마우로 기옌의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책에 연쇄 창업가 지나 펠(Gina Pell)의 표현을 빌리면, 퍼레니얼은 “고정관념을 초월해 서로 그리고 주변 세계와 연결되면서 늘 꽃이 피는 모든 연령·종류·유형의 사람들, 즉, 자신이 속한 세대로 정의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삶은 세대와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로 만나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더 많은 변화와 창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4대가 보편화된 사회가 되면서 우리는 다세대와의 협업의 가치를 중요시해야 한다.
나이는 더 이상의 장벽이 아니다. 특히 기술, 제조업에서 퇴직대상이 된 고도의 전문가는 현장의 재취업으로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으며 젊은 층은 장년층과의 협업으로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바로 BMW와 같은 글로벌기업의 다세대 팀이 업무 속도는 더 빠르면서도 실수는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세대가 함께 협력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다양한 세대가 더 좋은 협업이 된다는 퍼레니얼 사고방식은 기존의 선형적인 삶의 구조를 뛰어넘어, 삶의 모든 단계에서 자유롭게 학습하고 일하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제안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연금 위기, 세대 갈등, 노동 시장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은 공동체의 삶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핵가족을 넘어 핵 개인화 시대에 어른의 충고는 잔소리가 됐다.
이에 건강한 사회를 위해 다양한 세대의 공감과 소통이 필요하다. 미국의 사회학자는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공동체의 좋은 것은 버리고 서양의 나쁜 점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삶에 있어 가족 공동체에서 퍼레니얼 문화가 경험됐으면 한다. 가족공동체는 잔소리하는 어른을 피하기보다는 어른과 아이,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는 가족공동체의 소중함이 필요하다.
올해는 온 가족이 만나면 어떤 노래를 부를지 모르지만, 딸아이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어보니 윤수일의 아파트가 아니라 로제의 아파트가 대세인 것은 맞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