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독화가 정영창 |
광주 전시는 ‘오월민중항쟁 마흔다섯해 특별 기억전’의 하나이자 죽음을 기억하고 생존의 책임을 사유하는 예술장으로, 동구 구성로 204번길 소재 예술이빽그라운드 전시장에서 지난 2일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몫숨’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출품작은 대형 9개 작품 등 회화 25여점과 영상 1점이며, 전시장 내부에는 현재 복원사업중인 도청 일부의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작품이 선보인다.
타이틀인 ‘몫숨’은 죽은 자들의 숨까지 살아남은 자가 함께 쉰다는 의미로, 작가의 예술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윤리적 감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죽은 자의 몫까지 숨을 쉬며, 나는 이 숨으로 그린다”고 말하며,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기억과 책임의 감각을 관객에게 요구한다.
이번 전시는 광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가운데, 흑백의 절제된 색감과 깊은 여백, 먹의 번짐과 얼룩을 통해 죽음 이후의 침묵과 응시를 직면하게 한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잊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관람객 스스로가 기억의 증인이 돼 작품과 호흡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전시에서는 2025년 신작이 대거 공개된다. 대작인 ‘꽃 지고 피다’(120×190cm)를 비롯해 ‘검은비’(80×120cm) 연작 6점, ‘쌀’ 연작 4점 등 신작 회화 시리즈가 처음 출품돼 관람객들에 소개된다.
![]() |
정영창 작 ‘나는’(예술이빽그라운드) |
![]() |
정영창 작 ‘도청방송실’(예술이빽그라운드) |
![]() |
정영창 작 ‘산이 된 사람’(예술이빽그라운드) |
특히 작가는 도청 복원사업중인 현장에서 가져온 흙 등을 이용한 설치작업도 펼칠 예정이다.
작가는 2025년 완공 예정을 앞두고 한창 공사 중인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을 앞두고, 그 공간을 향한 기억과 존엄의 실제적 현상을 전시장에서 설치하면서 ‘과거를 현재를 구할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중 ‘산이 된 사람’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림은 1980년 5월 전남도청의 마지막 순간을 상징하는 형상으로, 이미 생기를 잃은 육체가 화면 중앙에 눕혀 있다. 먹과 아크릴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인체를 넘어선 형이상학적 존재로 확장되며, 죽은 자가 산이 돼 민중의 삶을 떠받치는 시각적 은유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전쟁과 폭력, 죽음과 생존의 윤리라는 보편적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며,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지에서 다수의 전시를 이어왔다. 매년 오월을 기억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하고 있다.
![]() |
나주정미소 작은미술관 전시 전경. |
![]() |
나주정미소 작은미술관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정영창 작가. |
지난 2일 배우 이당금씨와 이태영씨가 오프닝 무대로 퍼포먼스 ‘검은 숨’을 선보인데 이어 24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휴관일은 매주 수요일이다.
정 작가의 ‘검은비’(black memorial, 가로 8.5×세로 2.5m)는 2018년 오월민중항쟁 38주년 행사의 하나로 상무관 공간이 일반인들에게 특별 개방을 앞두고 설치됐으나 도청복원 2차 사업이 진행되면서 5·18기록관으로 이전돼 오월광주를 찾는 추모객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지속되고 있다
나주정미소 작은미술관에서는 ‘쌀에 대한 사유’라는 주제로 특별초대전이 5월 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쌀’전을 하게 된 이면에는 정미소라는 자체가 쌀과 관련이 있고, 쌀과 관련된 역사가 여럿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쌀이 동학농민혁명과 학생독립운동, 그리고 5월로 이어지니까 작은미술관에서 어떻게든 전시로 연결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전시의 첫 출발점이었다. 예술이빽그라운드 전시처럼 나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던 건축물을 대상으로 복원사업 중인데 여기서 나온 버려질뻔한 목자재들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와 오브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