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지식과 지혜는 비례하지 않는다
검색 입력폼
독자권익위원 칼럼

[독자권익위원 칼럼]지식과 지혜는 비례하지 않는다

이지안 잇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드디어 대선이 끝난다. 지난 연말 청천벽력 같은 계엄이 단 몇 시간 만에 종료된 후폭풍이 근 반년 만에 끝난 것이다. 계엄을 막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할 때는 정당을 떠나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개중에 지역과 성별 갈라치기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이래서는 안 된다’라는 여론이 주도적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 정당마다 후보가 나왔지만, 유난히 국민의힘만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계엄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 중 한 명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선후보로 세우기 위해 당에서 투표로 선출한 김문수 후보에게 물러날 것을 강요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되어 선거 활동에 들어갔던 것을 온 국민이 기억할 것이다.

드디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 이번에는 후보들이 제발 네거티브가 아닌 자신의 전략을 우선해 주길 바랐건만 여지없이 물고 뜯는 상황이 이어졌다. 아니, 다른 때보다 더했던 것 같다.

방탄, 총각행세 등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은 기본이고 TV 공개토론에서는 성 혐오 발언까지 하며 후보자의 가족을 언급했다. 아무렇지 않게 다른 후보에게 성 혐오 답변을 유도하는 이준석 후보를 봤을 때는 정말 순간 귀를 의심하고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발언을 TV에서, 더욱이 대선후보 토론에서 보게 될 줄이야. TV 화면 너머에 누가 있을 줄 알고 저러는 건지. 그 유명한 하버드대를 나왔다는 사람이 그저 상대 후보를 깎아내릴 생각에만 꽂혀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였다.

이번 대선 기간 중 문제 발언은 비단 후보들뿐만이 아니다.

김문수 후보의 부인인 설난영씨는 “내가 노조할 사람으로 보이냐. 노조는 아주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저는 반대되는 사람이다.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라며 얼굴에 양손으로 꽃받침까지 만들어 보였다. 이는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 여성을 외모로 비교하는 편견 가득한 구시대적인 사람임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더욱이 본인이 과거 세진전자 노조위원장까지 맡았으면서도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 그뿐인가. 김문수 후보 또한 설씨와 마찬가지로 한일도루코 금속연맹 산하의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농담으로 한 말일지라도 가려서 해야 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내리깔고 웃음거리로 삼는 건 농담도 코미디도 될 수 없다. 그저 비하일 뿐이다.

그런 설씨의 발언에 대해 유시민씨가 비판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비하 발언이 나왔다.

“노동자 출신인 설 씨가 노동자 출신의 대학생과 결혼했다. 원래부터 자기와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과 결혼해 고양됐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 남편이 국회의원이 되더니 이제는 대통령 후보가 됐다. 설씨가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 영부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다.”

설난영씨를 비판한 이유가 앞서 설씨의 발언 때문이라지만 이 안에 노동계급과 여성에 대한 비하가 포함되었다는 게 문제다. 노동자를 사회의 하위 계급으로 치부함과 동시에 기혼 여성은 남편의 직위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달라진다고 말한 것이다. 노동자가 하층민이라면 책상에 앉아서 키보드나 두들기며 머리 굴리는 이들은 상위 계급인가? 정치판에서 노는 이들은 최상위 계급이고?

소위 진보논객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유시민씨의 이번 발언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내가 존경했던 인물이라 더더욱 마음이 좋지 않다. 지혜롭고 깨어있는 지식인이라 생각했건만 이런 편협하고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이라니.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배웠다는 이들이, 지식인이라는 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무식하다’는 표현이 절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못 배워서 무식한 게 아니라, 못 배운 것처럼 언행을 하기에 무식하다는 것이다.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이라면 평균 이상으로 공부했을 것이다. 다양한 지식을 얻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정보를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게 많다고, 학벌이 높다고, 가진 지식이 많다고 무조건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이번 대선을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있어도 다른 이들을 존중할 줄 알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삶의 경험을 통해 우러나오는 이가 더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본받고 싶고 존경심이 드는 건 자기 잘난 맛에 남을 평가절하하는 이보다 단조로운 말 한마디라도 감사하다, 고맙다고 표현할 줄 아는 이다.

제발 자신이 가진 지식량만큼 지혜로울 거라고 착각하지 말고, 정말 지혜로운 자가 되어 각 사회의 구성원 역할에 충실하길 부탁한다.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키워드 :
- 광주·전남지방병무청, 현충탑 참배·호국영령 추모
- ‘6월 호국보훈의 달’ 광주보훈청, 다양한 행사 추진
- 광주평화연대 "내란세력 청산·DMZ 평화시대 열어야"
- 6일 광주·전남 초여름 무더위…‘일교차 유의’
-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 "노조 파업…불편 드려 죄송"
- 광주 대인 빛밤 야시장 7일 개장
- [5일 예보]6일까지 대체로 맑음, 낮 기온 올라 더워
- [부고] 손임성(경기도 도시주택실장)씨 모친상
- 李, 비상경제TF 회의…"작은 발상도 직급 무관하게 제안해달라"
- "계엄 심판…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이끌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