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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안전보건공단 건설보건부장 |
생태계를 구성하고 관리하는 우리 인간들에 대한 조물주의 오묘한 섭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 다시 말해 인간의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위험으로 인해 산업현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안타깝게도 계속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주 소재 제지공장 백수탱크 내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이를 구조하던 동료근로자 4명 중 1명이 추가로 사망(나머지 3명 병원치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밀폐공간 사망사고에서는 반복되는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산소결핍된 공기, 황화수소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성에 대해 노동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아까운 생명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철에는 정화조, 집수조, 탱크, 맨홀 등 갇힌 공간의 경우 기온상승으로 미생물이 왕성하게 번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산소결핍, 오수·폐수·분뇨 등의 침전물(슬러지) 부식에 따른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 발생이 촉진된다. 그리고 작업자는 산소결핍 공기, 황화수소 등이 체류된 갇힌 공간의 위험성을 모른 채 개방된 입구로 내려가고, 단 한번의 들이쉼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밀폐공간 질식사고 발생 시 동료작업자가 구조하는 과정에서 그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재해자가 탱크·맨홀 등의 개구부 사다리로 내려가던 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대부분의 동료작업자들은 재해자 구조를 시도하게 되며 이는 밀폐공간에서 2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밀폐공간 사망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해당 작업자들에게 밀폐공간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하고, 이에 따른 예방조치와 밀폐공간 질식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에 대해 교육·훈련을 통해 숙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우리 사업장 내에 산소결핍,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밀폐공간을 파악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밀폐공간을 찾았다면, 출입구 덮개를 설치하고 잠그는 등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밀폐공간 내부로 출입 또는 작업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관리자로부터 사전 허가(Permit to work)를 받고, 출입 전에 반드시 가스농도측정기를 사용해 밀폐공간 내부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만약 측정결과가 적정공기기준(산소농도 18% 이상 23.5% 미만, 황화수소농도 10ppm 미만 등)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강제환기를 시켜야 하며, 급기식 환기팬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밀폐공간 질식사고 발생 시 대응요령을 해당 노동자에게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일반근로자는 절대로 구조를 시도해서는 아니 되며, 공기호흡기(또는 송기마스크), 사다리, 섬유로프 등 대피용 기구를 갖춘 사업장에서 구조활동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은 근로자에 한해서만 구조활동을 하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과 장마철은 잦은 우수와 높은 기온상승 등으로 갇힌 공간에서의 미생물에 의한 산소결핍, 슬러지 부식에 따른 황화수소 등 보이지 않는 위험이 커지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사업주는 노동자들이 밀폐공간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사전 안전조치를 취한 후 작업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임을 꼭 명심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