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서 살 수 있어 감사…내가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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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조국서 살 수 있어 감사…내가 살아가는 이유"

광주고려인마을서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감사행사
박림마·최순애씨 등 첫 한자리…성금 전달·연대도

지난 27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특별귀화자 초청 감사행사’ 참가자들이 홍범도 장군 동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특별귀화자 초청 감사행사’ 참가자들이 모습.


“할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마움과 책임감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국적을 얻어 광주에 뿌리내린 독립운동가 후손 특별귀화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호국보훈의달을 맞아 지난 27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특별귀화자 초청 감사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광주출입국사회통합위원회 관계자, 고려인마을 주민, 나주대학교 김수연 총장, 귀화이민자 대표와 이민자네트워크 회원, 광주 MZ세대 대표 등 20여 명이 참석해 후손들에게 감사와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날을 품고, 오늘을 함께 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항일비밀결사 활동을 했던 박노순 열사의 외손녀 박림마씨(68)와 대한의군부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인 최병직 열사의 손녀 최순애씨(64) 등이 참석했다.

박림마씨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를 거쳐 4년 전 한국에 정착했다. 2022년 특별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얻은 그는 광주 한 과일 창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씨는 “친척도 없이 외로웠지만 조상 덕분에 이 땅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아 감동했다”면서 “이제 떠돌던 삶을 그만해도 되고, 손자·손녀들이 조국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함경남도 덕원군 출신인 박노순 선생은 1918년 노령 하바로프스크에서 적위군에 참가했으며 1919~1922년 연해주 다반부대에 소속돼 활동했다. 이후 일제 경찰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박노순 선생에게 건국포장을 수여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최순애씨는 대한의군부에서 활동하다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한 최병직 열사의 손녀다.

최씨와 그의 일가족은 일제강점기 만주로 이주한 뒤 중국에서 지내다 2005년 고국의 땅을 밟았다.

11년간 불법체류자였던 최씨는 식당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연명했다. 2016년 특별귀화를 통해 국적을 얻었고 현재는 광주 북구 용두동에 거주하며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최씨는 “국적을 얻기 전에는 경찰차만 봐도 몸이 굳고 자다가도 단속이 무서워 일어나 피할 정도였다”면서 “이제 병원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게 됐다. 비로소 이 나라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할아버지가 옥고를 치르다 지병을 얻어 26세에 돌아가신 탓에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지만 친언니 등을 통해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자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때는 이름도 몰랐지만 이제는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됐다”면서 “할아버지께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행사에서는 광주 출입국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으로 마련된 격려금과 손편지를 기념품·꽃과 함께 전하며 따뜻한 연대를 나눴다.

길강묵 광주출입국사무소장은 “나라 없는 설움 속에서도 자유와 광복의 불씨를 지켜낸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다”면서 “오늘의 이 만남이 긴 세월의 그리움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홍민 기자 yhb9792@gwangnam.co.kr         양홍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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