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펼친 삶의 풍경들 "생을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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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프랑스에서 펼친 삶의 풍경들 "생을 되돌아보다"

5·18 아픔 안고 활동 사진작가 김창호
세벤느서 개인전 20일부터 37점 선봬
"아카이브적 풍경…찰나적 시선 담겨"

사진작가 김창호씨
사진작가 김창호씨
그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액자집 사장님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액자집을 나오면 돌변한다. 2001년부터 손재주 하나만 믿고 문을 열어 줄곧 운영해온 액자집은 순전히 생계를 위한 직업이지, 그의 정신적 본업은 아니다.

정신적 본업은 엄연히 사진이다. 그리고 그 뒤 내막에 숨겨진 삶의 비밀은 그가 5·18시민군 출신이라는 점에 더 놀란다. 한창 20대 중반을 넘어서던 무렵 5·18민중항쟁을 만났다.

5·18민중항쟁은 그에게 믿기지 않을 국가폭력이었고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가 맨 처음 접한 5·18민중항쟁은 전남 영광에 다녀오다가 함평 문장 소재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블 사람들로부터 계엄군에 당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 데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것이 사실일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광주에 오자마자 5월 24일 도청 정문 항쟁사무실 들어가는 쪽에 산화한 열사 시신 4구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봤고, 아무도 그 시신을 돌보는 사람들이 없어 별수없이 염(염습)에 참가해야 했다.

그는 26일 아침까지 도청 그곳에 있었다. 집에 돌아오지 않자 일찍 결혼한 탓에 딸아이와 부인이 있었는데 송정리에서 걸어 그를 찾아왔다. 별 수 없이 송정리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간 계기는 도청 숙직실에서 잠을 자게 됐는데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 무섭게 호통을 치는 꿈을 꾸게 됐다. 무서움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집사람과 딸이 직접 도청을 찾아오면서 송정리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다시 송정리로 돌아가는 길 역시 극도로 긴장감이 일었다. 군인과 경찰, 안기부 등 삼중의 바리케이트(검문)를 뚫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아있는 5·18을 안은 채 살아온 지난 세월이 기록자로서 삶을 살게 한 셈이다. 그는 5·18의 상흔 등으로 광주를 떠나 서울에서 10년 간 머무르기도 했다. 주인공은 전남 영암 출생 사진작가 김창호씨(71·원아트 대표)가 그다.

이런 그가 프랑스 남부 세벤느 로제르예술가마을에서 사진초대전을 연다. 블루아 그리프 단체의 후원으로 마련된 전시는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오는 20일부터 9월 3일까지다. 출품작은 ‘세월을 생각하다’, ‘공룡마을’, ‘아침햇살’, ‘성당의 종소리’ 등 총 37점.

김창호 작 ‘공룡마을’(Dinosaur Village)
김창호 작 ‘아침햇살’(the morning sun)
2023년 프랑스 여행을 하던 무렵 그리프 소속 안느 마리의 안내로 프랑스 남부 세벤느국립공원을 방문해 사진촬영을 하던 중 조이아앤코 문화공간 노시카 관장의 제안으로 전시회가 성사됐다.

김 작가의 작품은 몇달 동안 기거했던 프랑스 남부 세벤느국립공원 안의 생-로랑-드-트리에르 지역에서 봤던 풍경들을 이국인의 눈빛이 아닌, 그곳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삶과 함께 하며 앵글에 담았던 것들이다.

그에게 사진은 일상에서 잊어버리고 지나간 것들 혹은 소중하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린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망각해버리는 것들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앵글에 담는데 주력해왔다. 사진은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으로, 삶의 성찰을 불러온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삶의 여정은 여행이다. 출발의 선택에서 삶의 방향이 주어지듯 삶 또한 태어남과 동시에 길을 떠나는 여행지와 같다”면서 “나의 삶 속의 특별한 만남과 나의 시선은 1mm의 렌즈 속에서 찰나적인 순간으로 기록되며, 과거가 현재 속에 존재한다. 오늘 이 순간, 이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기쁨을 담아내는 나의 여정은 삶의 존재에 대한 필연적 여정”이라고 밝혔다.

김창호 작가는 전문사진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오랜동안 액자공장을 하면서 전문미술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예술의 시각을 넓혀왔고, 30년 동안 우리 주변의 소멸되는 마을과 물건을 아카이브로 담아내다가 역사의 현장을 돌며 이야기를 기록하는 등 묵묵히 사진 작업을 해왔다. 현재 개인전 3회와 이스라엘 예루살렘비엔날레 특별전, 프랑스 블루아 시립도서관 ‘광주아리랑’ 전시 등에 참여했다. 광주시전 사진부문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중견 한희원 작가는 그에 대해 “작가의 인생 만큼 삶의 철학이 깊어가는 눈빛으로 담아낸 짙은 향수처럼 사람의 마음을 미세하게 흔든 근원적인 그리움이 있다”면서 “수천년이 지나온 세월 속에 겹겹히 쌓인 돌과 나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해 밑둥만 남은 고목을 작가의 시선으로 한장의 사진을 통해 한편의 시(詩)로 포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호 작 ‘성당의 종소리’(the bells of the cathedral)
포스터
이어 노정숙 대표(화가·국제시각문화에술협회)는 작가에 대해 “그의 사진은 좀처럼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진실되며 깊은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면서 “그의 사진은 사물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아카이브적 풍경이며 사물의 존재성을 확인하는 찰나적인 시선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김창호 작가는 2016년 한국미용박물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세차례 개인전시를 열었으며 몽골 울란바토르와 미국 뉴욕, 베트남 호치민, 프랑스 블루아 및 세벤느 등지에서 국내외 단체전을 가졌다. 지난 5월 블루아시립도서관에서 진행된 ‘광주아리랑’전에는 5·18민주광장을 형상화한 사진작품을 출품한 바 있고, 7월에는 세벤느에서 3인전(김창호·노정숙·이선영)을 성황리 열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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