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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현 도의원 |
우리 전남도는 드넓은 평야와 청정 바다가 만나 신선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풍요로운 지역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남도민들은 밥상은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다. ‘식품사막(food desert)’ 현상이 전남 농어촌 전역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사막’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과 같은 건강한 먹거리를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말한다. 도시에선 대형마트와 배달·온라인 플랫폼이 일상화되어 저녁에 주문한 신선 식재료를 다음 날 아침에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은 이러한 유통 인프라와 서비스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전남의 농어촌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은 전체 행정리 292곳 중 92%인 269곳이, 순천시는 405개 행정리 중 91%인 371곳이 식품사막으로 분류되었다. 주민들은 기본적인 먹거리를 얻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교통편이 부족한 지역은 그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먹거리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주민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나아가 지역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남도는 긴급히 대응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공공형 기초생활편의서비스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일부 지역에 찾아가는 이동장터 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으로는 전남 전역에 만연한 심각한 식품사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선 기존 조례는 ‘기초생활편의서비스’라는 너무 큰 범주로 접근하여 식품사막 문제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제도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별도의 예산과 인력 확보가 어렵고, 정책의 연속성이나 체계적 관리도 미흡하다. 또한 현재 추진되는 이동장터 사업이 시행된 곳은 단지 세 곳에 불과하며, 대부분 일회성 시범사업으로 그쳐 지속성과 확장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전남의 식품사막 문제는 더 이상 단기적인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전남도 차원의 식품사막 해소 전담 조례 제정이다. 독립된 조례를 통해 식품사막 문제 전담 조직 설치와 예산 확보, 정기적인 실태조사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남 22개 시군 식품사막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 최근 전북도에서 시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 연계형 이동장터 지원’을 도입해야 한다. 전남은 전국에서도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 기부금을 식품사막 지역 주민의 식료품 지원 등 실질적인 생활복지 사업에 활용하면 기부자와 지역 주민 모두 만족할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전남형 ‘농협-지자체-민간 공동운영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영광 여민동락과 고흥·영암농협 사례처럼, 특정 농협 하나가 아니라 여러 농협과 지자체, 지역공동체와 사회적 기업이 협력해 운영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참여 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같은 부가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정주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위기를 우리 전남이 식품사막 해소 정책의 전국적 표준이 될 기회로 삼자. 마을에 다시 신선한 먹거리가 채워질 때, 사람들이 돌아오고 전남 농어촌에도 새로운 희망이 싹틀 것이다. 밥상의 변화로 전남의 힘찬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