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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현 한국외식산업중앙회 전남도지회장 |
그러나 최근 일부 지역에서의 위생 논란과 서비스 불만은 그 따뜻한 기억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남의 음식문화는 단순한 끼니를 넘어서 관광 그 자체다. 목포의 홍어삼합과 낙지요리, 여수의 게장백반과 장어구이, 순천의 국밥정식, 담양의 대통밥과 떡갈비, 보성 꼬막 요리, 장흥 한우·키조개·표고버섯 삼합, 강진의 한정식, 해남 닭코스 요리, 영광 굴비정식까지. 전남은 전국 22개 시군 모두가 저마다의 ‘음식 브랜드’를 갖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깃든 철학은 ‘한상 가득, 정성 가득’이다. 손님을 향한 극진한 대접, 지역의 제철 재료를 아끼지 않는 풍요로움, 대를 이어 내려온 손맛까지, 전남 음식은 그 자체로 문화이며 이야기이고, 정(情)이다.
하지만 최근 전남관광재단의 모니터링 조사에 따르면, 방문객 중 24%가 ‘가격이 예상보다 비쌌다.’, 15%가 ‘서비스 기대에 못 미쳤다’고 응답했다. 특히 음식점에서의 경험은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에서, 일부 업소의 문제라 하더라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한국외식업중앙회전남도지회는 현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지역 외식업계를 대표하는 책임자로서 깊이 반성한다. 전남의 ‘맛’은 단순한 상업적 도구가 아닌, 전통과 정성, 그리고 지역민의 자부심이 담긴 자산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세우는 노력이다.
음식은 가장 직접적인 관광의 얼굴이다. 관광산업의 본질은 신뢰다. 단 한 끼의 불쾌한 식사 경험도 온라인을 통해 전국으로 퍼질 수 있고, ‘맛의 고장’이라는 전남의 이미지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반면, 합리적인 가격과 따뜻한 한 마디가 어우러진 식사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추억으로 남는다. 결국, 여행객은 아름다운 풍경보다 맛있는 한 끼에서 더 깊은 감동을 얻는다.
이제 전남도는 미식 중심 관광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한 ‘먹거리 제공자’가 아닌, 지역 정체성과 관광 브랜드의 핵심축으로서 음식의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전남도지회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중심으로 변화에 앞장설 것이다.
첫째, 일정 교육과 평가를 거친 업소에 ‘전남의 맛과 친절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맛과 서비스가 검증된 음식점 리스트를 제공하여 관광객이 더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둘째, 음식점을 단순한 식사 장소가 아닌 ‘전남여행 코스’의 일부로 설계하고, 음식과 지역 체험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관광과 외식의 연계를 강화하겠다.
셋째, MZ세대는 ‘먹는 것’보다 ‘공유할 수 있는 것’에 반응한다. SNS·유튜브·쇼츠 영상 등 디지털 채널을 적극 활용해 ‘합리적 가격·친절 서비스·전남의 맛’을 집중 홍보함으로써 지역 음식의 매력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
넷째, 철저한 위생관리와 친절 교육 확대를 통해 업소의 기본 역량을 높이고, 관광객이 언제 어디서든 믿고 찾을 수 있는 전남 외식환경을 구축하겠다. 이를 위해 행정과 협력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후 관리를 병행할 계획이다.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은 지역은 재방문율이 높고, 지역 경제 파급 효과도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객의 전반적 만족도가 향상될 경우 재방문 의도는 28%에서 최대 45%까지 상승한다. 이는 곧 지역 소상공인 매출 안정화와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남이 ‘신뢰할 수 있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한다면,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여행은 때로 풍경보다 맛이 먼저 기억되는 법이다. 한 그릇의 진심 어린 음식은 수려한 자연보다 강렬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음식이 정직한 가격, 정성 어린 서비스, 따뜻한 이야기와 함께한다면, 여행자는 다시 전남을 찾게 될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전남도지회는 외식업계 스스로가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책임감으로, 지역 음식업계와 행정, 지역사회가 함께 손잡고 ‘대한민국 미식관광 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혁신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
작은 한 끼에 담긴 정성이 한 사람의 여행 전체를 바꾸고, 그 한 사람이 다시 전남을 찾는 발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전라남도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정직한 밥상을 차려낼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