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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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시론]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바라며

이상심 전 전남도보건복지국장

이상심 전 전남도보건복지국장
공무원 입사 동기들이 모두 은퇴를 했다. 오랜만에 1박 2일의 나름 여유 있는 모임을 가졌다. 간만에 만나도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다. 정치, 경제, 취미, 노후 생활 준비 등 비슷한 생활을 한 탓인지 마음 터놓는 다양한 이야기 꽃을 피었다.

그동안 사무실 업무에 집안일, 자녀 교육 등 1인 3~4인역을 해내느라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을 만날 여유를 갖지 못했다. 가끔 안부 전화나 단체 카톡으로 근황을 알리거나 애경사에 잠깐씩 얼굴 보는 정도의 관계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40년지기 친구들이다. 은퇴 이후까지 쭈욱 가져갈 고마운 인연이다.

올해 1월과 7월을 기점으로 모두 공직 생활에서 벗어나 대부분 일명 공로연수라는 퇴직준비 교육 중이다. 시간의 여유는 옛 인연을 생각나게 하고 만나게 해준다. 40여년 전 같은 날 전라남도 공무원 임용고시를 통해 채용된 동기들이다. 몇몇 동기들은 결혼 등 여러 이유로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 전국의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였다.

40년 세월 후 되돌아보니 거주지가 어디냐에 따라 자산의 격차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실감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한 사람은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서울 자치구 소속 친구는 그 인근에 집을 사서 살고 있다. 경기도 지자체에 근무한 동기는 그곳에 아파트를 마련하였고, 광주광역시 근무자들은 광주에, 전남도에 근무한 필자는 남악에 소재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나 직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것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용이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주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같은 직종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의 급여 받으면서 생활해 왔건만 사는 지역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수십배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뭔가 사회 시스템 작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동안 지방에 살면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친구들보다는 좀 더 경제적인 여유는 누렸다고 볼 수 있다. 30년 전 수도권 집값은 지방보다 다소 비싼 편이었다. 그 당시 수도권 아파트 구입시 대출금 부담감은 차 한잔 하면서 하는 하소연 수준이었다. 작금의 상황처럼 지방의 집 몇채를 팔아도 서울 강남의 집 한 채 사는 것을 엄두도 못낼 만큼은 아니었다. 그때는 부동산 투기 개념보다는 각자 근무하는 근무지 주변에 집을 마련하는 목적이 더 컸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후 되돌아보니 거주 지역에 따라 살고 있는 집의 자산 가치가 엄청난 격차를 벌려놓았다.

이러한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자산 규모의 격차 현상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탓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비수도권 주민의 수도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이 경제적인 감각이 뛰어나서 재테크를 잘해서 극복할 문제는 아니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지방의 젊은이들이 지방을 떠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가야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대로 두면 지방 소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수도권 중심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가구의 평균 자산이 비수도권보다 70% 가까이 많다고 나타났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가구의 평균 자산은 6억 9246만원으로 비수도권 가구 평균 자산 4억 935만원보다 69.2% 많다고 분석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구의 자산 격차는 2018년 47.5%, 2019년 53.6%, 2020년 59.6%, 2021년 65.6%, 2022년 69.2%로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다.

최근 새 정부 들어와 지방우대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의 정신으로 지방에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시 인구소멸지역 거주자에게 2만원을 추가로 더 지급하는 정책이 그 첫걸음이다. 얼마 전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 회의를 통해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고도 했다. 이를 계기로 전남에도 그동안 미래 세대를 위해 착실히 준비해 온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RE100산단(재생에너지 100%사용), 국립의대 설립 등을 통해 지역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더 나아가 수도권 청년들이 취업하여 전남으로 살러 오는 꿈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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