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와 창작자 의기투합 ‘관계’ 안팎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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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기획자와 창작자 의기투합 ‘관계’ 안팎 조망

오버랩, ‘사이클로스포린’전 10월 1일까지 뽕뽕브릿지

김성재 작 ‘2025 잡초시리즈 일부-돌피, 쑥’
배규무 작 ‘2025 묵논습지를 맨 사람들’
기획자와 창작자가 협업해 주제 설정과 리서치 과정을 거쳐 제작된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오버랩(OverLab)은 서로 다른 결의 미술 생산자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낸 결과 전시인 프로젝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을 지난 20일 개막, 오는 10월 1일까지 뽕뽕브릿지에서 관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여작가는 권려원 김성재 수우림 배규무씨 등이며, 기획은 김단야 이주환씨가 맡았다.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기획자 2명과 작가 4명이 공통의 주제를 논의하고, 인문사회과학 세미나와 현장 조사(무등산, 광주천, 광주 고려인 마을 등)를 통해 공동 창·제작 연구를 진행했다. 전시명인 ‘사이클로스포린’은 철학자 로베르토 에스포지토가 제시한 공동체와 면역 개념을 참고해 우리 사회의 공동체 개념을 다시 생각하길 제안한다는 취지다.

특히 생명과 삶이 가진 역동성에 주목해 우리 사회에서 공유되는 공동체라는 믿음과 개념을 전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작은 관람객이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집단적 삶을 이루는 존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권려원 작가의 작업은 물을 기원하는 의식을 빌려 도시화 과정에서 축소되거나 사라진 강의 물길에 집중한다. 강은 지금도 도시 공동체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인간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한 편의 시와 같이 연결된 각 작업의 맥락은 광주를 관통해 흐르는 강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감각하도록 초대한다.

이어 김성재 작가의 신작은 잡초를 뽑으며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이중적인 태도를 성찰하도록 한다. 작가에 따르면 잡초의 정의는 시간과 장소, 인간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식료품점에서 비싸게 파는 나물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원하지 않는 장소에 과다하게 존재한다면 ‘잡초’라 호명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생명의 번성과 쇠퇴를 통제해 생존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자연의 생명력이 가진 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제시한다. 또한, 작가는 다른 신작 시리즈에서 이주민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또 배규무 작가는 다양한 존재들의 생존 메커니즘이 뒤얽히며 세계를 만들고 확장하는 방식을 작업의 중심으로 설정한다. 펠트의 불타는 듯 강렬한 색채와 질감은 통제할 수 없는 존재의 생명력과 야생성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버섯 배지를 혼합하여 만든 조각 작업은 전시의 시간에 따라 생성하고 변화하고 사멸하는 생명의 맥동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수우림 작가는 이분법적 구분으로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세계의 다양성을 화면 속에 녹여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관심은 나와 다른 존재 사이의 관계 속 물질적, 정서적 긴장 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균열로 나타난다. 작가의 조형적 실험에서 비롯한 균열은 찢어진 상처가 회복되듯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감각과 관점의 전환을 야기한다.

전시기획자인 김단야, 이주환씨는 “예술 장(field)에서 통용되는 공동체 개념과 거리를 두고 타자와 나의 관계를 재규정하려는 전시로, 공동체가 가진 모순과 불일치를 마주하려는 전시”라며, “외부에 있는 타자와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를 묻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내부에 있는 타자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 것“이라 전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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