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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시작했던 ‘힙’한 동네 구경은 불과 한시간여 만에 본전을 드러내고 말았다. 우선은 공간적인 협소함. 사방 100~200m 남짓인 아담한 동네이다 보니 몇걸음 떼다보면 발길이 막혔다. 일단은 공간이 넉넉해야 더 많은 콘텐츠를 넣든 입히든 할텐데 좁은 것이 일차적인 한계였다.
아울러 서울이라는 정체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콘텐츠라 해봐야 식당과 찻집, 소품가게 등이 대부분이었다. 브런치 메뉴를 간판으로 한 양식과 퓨전 한식, 약간의 초밥과 디저트 가게가 먹거리의 주류를 이뤘다. 음식은 질과 골목을 지키는 요리 철학 보다는 젊은이를 겨냥한 쌈박한 맛에 더 초점이 맞춰진 듯 했다. 타로점과 캐리커처 등 약간의 체험거리도 있었지만 혹한 마음을 들게 하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기념품 등 살거리도 빈약했다.
흔히 말하는 관광의 충족요건은 보고, 먹고, 사고 또는 체험하고 ‘3고’다. 이런 기준에 맞춰보면 익선동은 아쉽지만 ‘귀여운 실험실’ 또는 아마추어 수준의 단기 흥행지역으로 평가함이 적절하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관광지는 큰 흐름을 따라 형성됐다. 날씨 좋고 풍광 좋은 세계 곳곳에는 전장에 투입된 미군들의 휴양소가 맨 먼저 들어섰다. 그런 곳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당시 소득이 높았던 유럽인들이 찾아들었고 아시아 대표주자였던 일본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해외여행에 진심인 한국인들이 합류하면서 그 관광지는 꽃을 피웠다. 이후에는 중국인, 지금은 인도인들이 세계여행의 주력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유럽과 동남아시아 관광지에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넘쳐났다.
이제는 한국 차례다. 지난해 세계를 휩쓴 케데헌 열풍에 힘입어 K-관광이 다시 힘을 얻었다. 우선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국적이 다양해졌다. 미국과 일본, 중국 중심에서 이젠 유럽과 인도, 중동 국가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다. 두 번째 변화는 젊은층의 관광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K-뷰티와 K-콘텐츠 등 인기 덕에 누리는 호재다.
또다른 변화는 서울, 부산, 제주 등 주요 관광지 중심에서 ‘그 밖의 다른 곳’으로 확대되는 경향이다. 한국의 주요 관광지로 충청도가 1위로 올라선 것도 이런 흐름에 힘입은 듯 하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인도 관광객이 20만 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 가운데 4만 여명이 벚꽃을 보러왔다니 의외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심을 갖는 곳이 한국의 산이다. 도시 가까이 높은 산이 있는 곳이 세계적으로 드물고, 풍경 또한 특색있고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의 국적과 연령층, 관심사의 다변화가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나타나면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진다.
전주에 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빔밥을 찾는다. 전주 사람들은 “그 흔한 비빔밥을 왜 찾는지 모르겠다”고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전주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단연 비빔밥이다. 식재료에 따른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대도 합리적이다.
해장국도 부러운 메뉴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팔던 콩나물 해장국을 ‘상품’으로 만들고, 프랜차이즈라는 ‘시스템’으로 구축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남도 하면 음식이다. 특히나 광주·전남의 전통 한정식은 육해공 식재료로 만든 수십 가지의 반찬에 상다리가 휜다. 깊은 손맛에 다양한 양념으로 담은 김치는 전국 어느 김치와 비교불가의 자원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더 이상의 확장성이 없다. 남도음식 메뉴의 표준화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다양하지만 남도음식을 한줄로 꿰어낼 교집합을 만들지 못한다.
양림동 펭귄마을에 이어 광주 대표 핫플인 동명동 등은 그런대로 인기가 있지만 그 다음은 어디가 될지 언뜻 떠오르지가 않는다.
최근 광주관광공사의 수장이 바뀌었다. 다행히 사장 취임 이후 노사·노노 갈등을 낳았던 승진 인사가 원안대로 마무리되면서 업무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관광재단은 대표 관광 BI 구축, 주문형 스마트 관광 플랫폼 구축, 양질의 국제·전국 행사 유치 등 3대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역사·미식을 통합한 정체성, 브랜드 강화, 광주 고유 자산을 결합한 시그니처 행사 기획 및 스마트 MICE 체계 구축 등 거창한 구상을 제시했다. 걱정이 앞선다. 진짜 절실한 몇 가지라도 찾고,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냈으면 좋겠다. 서울의 익선동도 좋고 전주 남부시장도 좋다. 한번 가보고 먹어보시라. 그리고 광주 관광을 소생시킬 ‘대박 잇템’을 찾길 바란다.
2026.02.01 (일) 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