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 유치 ‘시동’…광주 관광산업 시험대
검색 입력폼
산업특집

5성급 호텔 유치 ‘시동’…광주 관광산업 시험대

[K-관광 광주·전남 현주소] <3>도시 체류 전략 재설계
지역 산업·문화·MICE 결합…‘체류형 복합 모델’ 필요
호텔 전문인력 유출·교육 한계…체계적 시스템 구축도

지난해 진행된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관람객들이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재)광주비엔날레
광주의 숙박 인프라 논의는 이제 ‘유치 여부’를 넘어 도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5성급 호텔 한 곳이 들어선다고 해서 숙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대형 개발사업마다 특급호텔 계획이 포함됐지만 수익성 한계와 수요 불확실성, 운영 역량 부족 등의 벽을 넘지 못하며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광주에 필요한 것은 특정 시설 하나가 아니라, 체류 구조와 산업 기반, 인력 생태계를 함께 재설계하는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숙박 산업은 단순한 객실 공급 사업이 아니다. 관광 구조와 산업 수요, 문화 콘텐츠, 교통 접근성, 서비스 인력 수준이 맞물려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특히 특급호텔은 객실뿐 아니라 회의·연회·식음·컨시어지 기능을 포함한 복합 인프라로, 국제회의(MICE)와 기업 행사, 장기 체류형 관광을 뒷받침하는 도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광주는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의식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급 확대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본다. 지역 내 고급 숙박 수요는 특정 행사와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평시 안정적인 객실 수요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급호텔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의 체류 수요를 확대하는 구조적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복합 체류 모델’이다. 단독 호텔 유치에서 벗어나 산업·문화·쇼핑·의료 기능과 숙박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광주는 제조업과 첨단산업, 의료 인프라, 문화예술 자산을 동시에 갖춘 도시다. 이를 개별 자원이 아닌 하나의 체류형 도시 상품으로 묶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AI 집적단지와 미래차 산업, 에너지 신산업 관련 기업 방문 수요는 잠재력이 크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을 활용한 의료 연계 체류 모델, 문화행사와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결합하면 단순 방문을 넘어 체류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비즈니스·문화가 결합된 구조가 만들어져야 특급호텔 역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더현대광주 조감도
문화·예술 콘텐츠 역시 체류 전략과의 연계가 핵심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 충장축제 등은 전국적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개별 행사 중심 운영에 머물며 체류 소비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관광 동선과 숙박, 야간 콘텐츠를 결합한 통합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MICE 산업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광주는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국제회의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숙박·연회 기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형 행사 시 참가자들이 인근 도시로 분산 숙박하는 사례도 반복돼 왔다. 이는 지역 소비 유출과 직결되는 문제다. 향후 숙박 인프라 확대는 객실 수보다 회의·관광·교통을 연결하는 운영 구조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운영 인력 문제는 광주 숙박 산업의 가장 현실적인 한계로 꼽힌다. 호텔 산업은 시설보다 사람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지만, 지역에서는 인력 유출과 인력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의 호텔 전문 인력 양성 기반도 취약하다. 일부 대학에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수도권처럼 체계적인 실무 교육과 현장 연계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과 운영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더현대광주 조감도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역 호텔 종사자 가운데 관련 전공 출신 비율은 높지 않고, 상당수가 비전공자로 채워지고 있다.

지역의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직원 100명 중 전공자가 10명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 서비스 교육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도 흔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에 낮은 임금과 근무 환경 역시 인력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교대근무와 감정노동 부담에 비해 초임 수준이 낮아 전공자 상당수가 수도권 호텔이나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급호텔이 들어서더라도 핵심 인력은 외부에서 충원되고, 지역 인력은 단순 직무에 머무르는 ‘미스매치’가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에는 AI·디지털 기반 운영 시스템 도입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체크인 자동화와 수요 예측 시스템 등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기술 도입 역시 현장 인력의 숙련도와 서비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람과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광주의 숙박 인프라 해법은 ‘5성급 호텔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가 방문객을 얼마나 머물게 할 수 있는지, 산업과 관광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역량이 있는지의 문제다. 특급호텔은 그 결과물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조 피터 성규 Cs호텔 부사장은 “특급호텔은 도시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경쟁력의 완성은 아니다”라며 “광주는 산업·문화 기반이 충분한 만큼 이를 숙박과 연결하는 체류 전략을 먼저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양성과 운영 시스템까지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일시적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더 그레이트 광주터미널 복합화 사업 조감도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