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가처분과 긴급조정권 모두 파업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만큼 노사가 마지막으로 진정성 있게 협상에 나서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 삼성전자, 국가경제 피해로 확산 우려
13일 정부 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가 진행한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이 중지된 이후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면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중노위는 조정 및 중재 절차를 진행한다.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손실이 40조원이 넘고,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 속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훼손 등이 국가 경제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파업이 한국 자본시장 충격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 중 ‘쟁의 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라는 규정에 이번 삼성전자의 파업이 해당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수 주가 걸리는 반도체 산업 특성 역시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한 것’이라는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부합할 수 있다.
◇ 노동계 반발 우려도…긴급조정권 과거에도 제한적 사용
그러나 결정권을 가진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정부 개입보다는 대화를 우선하는 입장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질문에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검토하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한 것도 아직은 대화를 시도할 때라는 정부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입장에는 긴급조정권 발동이 헌법상 노동3권과 충돌하며 노동계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긴급조정권 자체도 과거에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지금까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을 시작으로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까지 네 차례뿐이다.
◇ 가처분신청 인용돼도 파업 가능…노조 “5만명 파업 참여”
긴급조정권 외에는 삼성전자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론이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노조 쟁의를 멈춰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수원지법은 이날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에 대한 2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은 파업 개시일 하루 전인 20일까지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일단 법원에서 사측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총파업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 가처분 신청이 위법한 쟁의로 한정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 내에서의 총파업은 가능하다.
가처분신청의 골자가 안전 보호시설의 정상적 유지 및 웨이퍼 변질 방지 등 필요성에 대한 것으로, 이들 업무 관련한 인력으로서 전체의 약 10%를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은 여전히 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
노조 역시 “안전 등 필수 업무와 무관한 범위에서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적 파업의 범위가 좁아질 수 있고 위반 시 손해배상이나 업무방해 등 책임이 커질 수 있어 노조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는 파업 동력과도 무관치 않은 부분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1천명이고, 현재 상황으로는 5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노사간 마지막 협상 기대
노조가 기일로 설정한 21일까지 8일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여론의 압박 속에서 노사가 물밑 대화를 진행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노사 모두 마지막 협상의 문을 열어 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노조의 조정 결렬 선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역시 사측과의 추가 협상 여지를 기본적으로 닫으면서도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며 여지를 두고 있다.
정부 역시 진정성 있는 마지막 협상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yna.co.kr
연합뉴스@yna.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연합뉴스@yna.co.kr
2026.05.13 (수) 16: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