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귀족학교" vs "인재 유출 막아야"
검색 입력폼
교육

"사실상 귀족학교" vs "인재 유출 막아야"

[통합교육청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조례안 논란]
시민단체 "내국인 학생 50% 허용, 교육격차 심화"
국제교육 인프라 확대·기업 유치 필요성 반론도
"결국 공공성 확보가 답…제도적 보완장치 필요"

광주교육청
전남도교육청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출범을 앞두고 추진되고 있는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조례안을 놓고 지역사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해당 조례가 사실상 ‘내국인 귀족학교’ 설립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국제도시 경쟁력 확보와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은 최근 통합 자치법규 134건을 입법예고하면서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함께 공개했다.

조례안은 외국교육기관 학생 정원의 최대 50% 범위에서 내국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이를 두고 “특권학교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라며 조례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외국교육기관이 높은 학비를 바탕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경제적 여건에 따른 교육격차를 확대하고 지역 교육의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교육 체제가 담당해 온 교육 기회의 평등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예상되는 국제도시 기능 확대와 기업 유치 등을 고려하면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국내 여러 경제자유구역과 국제도시에서는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국제학교나 외국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 인프라 부족은 기업 투자와 전문인력 유치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으며, 지역 학생들의 해외 유학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국제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외국교육기관이 설립될 경우 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정과 국제적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핵심 쟁점은 ‘설립 여부’보다 ‘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국인 입학 비율이 확대될 경우 사실상 일부 계층만 이용할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장학제도 마련, 입학전형의 공정성 확보, 교육격차 완화 대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결국 외국교육기관 조례안은 교육 공공성과 지역 경쟁력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육격차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지역 발전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45)씨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결국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의 자녀들만 다니게 된다면 교육 격차만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전남 나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39)씨는 “수도권이나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국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지역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외국교육기관 도입 여부 자체보다 공공성 확보 장치 마련이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국인 입학 비율과 장학제도, 학생 선발 방식 등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출범 초기 통합특별시교육청의 대표적인 갈등 현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조례안은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공교육의 가치와 국제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지역 발전 전략이 맞물린 사안이다. 찬반 논리를 넘어 교육 공공성과 지역 미래를 함께 담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