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눈으로 본 풍경"…데이터로 여는 미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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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눈으로 본 풍경"…데이터로 여는 미래 예술

■전남미술관 ‘데이터 사피엔스’전 관람기
AI 융복합전 10월 18일까지 국내외 11명 14점 선봬
알고리즘 망라 데이터 등 창작 활용 아트 지형 급변
첨단문명 창작 도구로 등장…인간과 AI의 공존 상기

베른트 린터만과 피터 바이벨의 ‘유 아 코드’를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
배준형 작가의 ‘버비오타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아직 그 미래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고 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 클로드(Claude) 등은 최후에는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를테면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 두뇌, 혹은 인간의 뇌 신호를 기계가 대신하는 시스템의 총아로,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리는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여전히 이 변화의 실체는 손에 쥐어지지 않아 정의를 단박에 내릴 수는 없지만 미래의 삶은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발품을 팔아 해결해야 했던 것이 검색 기능 한번이면 모두 이것이 한번에 해결되는 시대가 바짝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미래의 경제나 산업 역시 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미래의 펼쳐질 풍경을 예술에 투영해 회화로 대표되던 예술의 개념이 이제는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붓이면 다 됐던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리즘 하나면 무궁무진한 예술의 세계가 열리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술대학을 나와야만 미술을 한다는 오래된 관념이 무너지고 있는듯한 현상 또한 실감할 수 있다. 문화의 상징어 안에 미술이 존속해 왔지만 이과를 전공하고도 전시를 통해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전남미술관(관장 이지호)이 국가AI컴퓨팅센터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슈퍼클러스터 허브) 등 전남 AI 데이터센터 구축 추진을 기념해 지난 14일 개막, 오는 10월 18일까지 열기로 한 AI 융복합 전시 ‘데이터 사피엔스’(Data Sapiens)전만 보더라도 그렇다. 전시에는 국내외 11인(팀) 작품 14점이 선보이고 있다. 이들 작가 중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출신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띄었다. 기술분야 기획을 맡았던 이정섭 겸임교수(한양대·바이폴 대표)를 위시로 ‘분석 풍경’을 출품한 신승백·김용훈 작가 역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출신들이다. 신승백과 김용훈 작가는 서울 출신이지만 모두 학교에서 연을 맺은 장본인들이다. 초상 시리즈를 출품한 신교명 작가는 서울대 기계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미디어아트분야만 하더라도 대개 회화를 했다든가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대거 포진되는 형국이었지만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 등을 대입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미술을 표현하기 위한 기술이 전제돼야만 하기 때문에 이런 흐름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승백·김용훈의 ‘분석 풍경’
투엔터의 ‘UUID:사용자의 고유한 은하계 주사위’
이번 전시에는 어쩌면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AI융복합전시의 첫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비디오와 미디어 아트, 그리고 이를 지나 현재의 전시까지 그 변화의 흐름을 한눈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자리이자 미래의 예술이 결코 과거의 평면이라고 하는 형태로 전개되지 않을 뿐더러 정형화된 내용과 형태로 보여주고 소통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예술’,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첨단 문명이 창작하는 예술’의 양상을 직감할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광주전남통합특별시 대표 미술관 중 한 곳인 전남미술관에서 작품을 펼쳐보이고 있다는 것만으로 예술의 영역이 얼마만큼 확장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소장품 역시 다수 선보이고 있다. 대여가 불발됐다거나 보험 등이 문제가 돼 빌려오기 어려울 경우 어떤 프린트나 진품을 보존하기 위한 가품이 선보일 수도 있겠지만 소장처가 밝혀져 있다는 점은 진품 그 자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백남준이 1969년 일본 엔지니어 아베 슈아와 함께 실시간 영상 편집·송출장치인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1972)는 백남준 아트센터의 소장작품이고, 미국 출신 빌 비올라의 데이터가 감각을 대신하는 현대 사회를 상기시키는 작품 ‘관찰’과 독일 출신 하룬 파로키의 편집테이블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인간-기계의 접면을 동시에 뜻하는 중의적 표현의 작품 ‘인터페이스’(1995)는 각각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작품이다. 또 독일 출신의 베른트 린터만과 오스트리아 출신 피터 바이벨의 작품 앞에 서면 동작 감지 카메라가 신체정보를 실시간 데이터로 변환해 소셜 미디어 아이콘과 바코드가 뒤섞인 추상적 디지털 실루엣이 화면에 나타나는 ‘유 아 코드’(2017)는 울산시립 소장작품이다. ‘유 아 코드’와 대만 4인 그룹인 투엔터의 ‘UUID:사용자의 고유한 은하계 주사위’ 역시 관람객이 센서에 포착되면 화면에 구현된다는 점에 결이 유사해 보였다. 화면 위 카지노를 연상시키는 8자가 32개 일치,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행운(GERTiFiCATE 부여)을 잡을 수도 있다.

배준영 작가의 ‘마인드 게임’은 옛날 오락실에서 접했던 게임기를 가져다놓아 관람객들이 직접 게임을 하며 작가의 의도를 경험할 수 있어 레트로 감성을 충족하며 작가의 상상력을 대면할 수 있다. 신도원 작가의 기술시대의 인간상을 묻고 있는 작품 ‘아이로봇’과 연계된 퍼포먼스는 개막식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끌어들이는 마력을 발휘해 이채로웠다.

신도원의 ‘아이로봇’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들
이번 데이터 사피엔스전은 인공지능의 눈이 보고, 인공지능이 인식하는 미래세상의 풍경으로 귀결할 수 있는 전시로 그 기능이 충분했다. 다행히도 관람객들은 전시를 둘러보며 관련 전시들이 용어부터 어려운데 데이터 사피엔스전은 복합하고 난해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아 인공지능에 기반한 예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신승백 작가의 말에서 이번 전시 한 단면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분석 풍경’에 대해 “이 작품은 인공지능의 눈으로 본 풍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페라든지 시장 같은 도시 일상의 풍경이나 산, 바다, 나무 같은 자연의 풍경을 비디오로 촬영을 한 다음에 인공 인공지능에게 보여주고 분석을 하도록 시켰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인공지능을 썼다. 보면은 잘 알겠지만 얼굴 인식 알고리즘 아니면 감정 인식이라든지 사고 인지, 움직임 추적 등 20개의 인공지능 시각 알고리즘이 그 동일한 영상을 분석을 했고 그 결과를 한 번에 모아서 표시를 한 것이다. 풍경에 대한 인공지능의 인식을 보여준다. 인식주의로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인간과 AI의 공존, 인간과 기술의 관계,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대신하는 감각 대체 등 현시대 첨단문명이 창작의 도구로 적극 활용되면서 예술가 역시 대체불가가 아닌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예술의 전반적 상황을 캐치할 수 있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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