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을 찾아서]문영철 테라웨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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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청년농업인을 찾아서]문영철 테라웨이브 대표

AI 스마트농업으로 미래 농업 현장 설계한다
새싹삼 재배 경험 바탕 자동화 수직농장 ‘테라큐브’ 개발
등록 특허 5건 확보…일본 수출·CES 참가로 경쟁력 입증
농업 현장 경험 녹여 생산성 높이는 자동화 기술 구현 속도

문영철 테라웨이브 대표가 자사 기술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농촌 고령화, 만성적인 인력난은 우리 농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때문에 사람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농업은 이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생산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이 농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설립된 테라웨이브(대표 문영철)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청년농업인 기업이다. 장성에서 새싹삼 재배농장으로 출발한 테라웨이브는 농업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반 자동화 수직농장 시스템 ‘테라큐브(TerraCube)’를 자체 개발하며 스마트농업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력도 빠르게 인정받고 있다. 2023년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일본 스마트팜 수출과 미국 CES 2025 참가 등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재 순환형 작물재배 시스템과 무농약 인삼 재배설비, 양액 공급 시스템 등 등록 특허 5건과 디자인 등록 1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특허 출원도 이어가며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문영철 대표가 처음부터 스마트농업 기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지난 2015년 귀농을 결심하고 장성에 정착했다. 당시 귀농창업자금을 활용해 농장을 마련한 그는 새로운 소득작목을 찾던 중 새싹삼에 주목했다. 몸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가 새싹삼을 꾸준히 섭취한 뒤 건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식용이 허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CES2025에 참가한 문영철 테라웨이브 대표


새싹삼은 일반 인삼보다 재배기간이 짧고 뿌리뿐 아니라 줄기와 잎까지 함께 먹을 수 있는 기능성 작물이다. 시설재배가 가능해 기후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데다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귀농 초기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재배기술을 익히고 판로를 확보하면서 농장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농업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안고 있었다. 농사를 지을수록 생산기술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과 환경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인력난이었다.



테라웨이브의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는 문영철 대표


새싹삼은 파종부터 관리, 수확까지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일손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해마다 인건비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어려워지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하루 7만원 수준이던 인건비는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농번기에는 돈을 더 주고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겨울철 난방비와 전기요금 등 운영비 부담까지 크게 늘어나면서 농장 운영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기후변화도 또 다른 변수였다.

흐린 날씨가 계속되면 작물 생육이 고르지 않았고,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병 발생이 급격히 늘었다. 무농약 재배를 고집할수록 피해는 더욱 커졌다. 같은 시설에서 재배하더라도 작물마다 품질 차이가 발생했고, 상품성을 잃어 출하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는 농업의 해답을 기술에서 찾기 시작했다.

기존 스마트팜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시설을 살펴봤지만 새싹삼 재배에 적합한 설비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수억원의 개발비가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고, 농가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일본 첫 스마트팜 수출을 기념하고 있다.


결국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어느새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개발자도 아니었고 관련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닌 탓에 스마트팜을 직접 개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다행히 누구보다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 됐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불편했던 부분을 하나씩 기록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재배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기존 수직농장은 위층과 아래층의 온도와 광량 차이로 작물 생육이 일정하지 않았다. 같은 시설 안에서도 작물마다 크기와 품질이 달라지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문 대표는 모든 작물이 동일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재배대가 스스로 순환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작물이 이동하며 같은 빛과 같은 환경을 제공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재배대가 움직이는 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급수와 배수였다. 움직이는 재배대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사용한 물을 다시 회수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분무 방식도 시도했고 이동형 배관도 적용해봤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수개월 동안 개발한 설비를 통째로 철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실패 끝에 완성된 것이 AI 기반 자동화 수직농장 시스템 ‘테라큐브’다.

테라큐브는 온도와 습도, 광량, 양액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재배대를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일정한 생육환경을 유지해 작물의 품질을 균일하게 만들고 노동력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제어 시스템과 LED, 재배 알고리즘을 적용해 농가별 환경에 맞는 맞춤형 운영도 가능하도록 했다.



새싹쌈 모종의 모습


문 대표는 처음부터 이 시스템을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농장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그러나 농장을 찾은 농업인들과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를 계기로 테라웨이브의 사업도 새싹삼 생산 중심에서 스마트팜 구축과 연구개발 중심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연구기관과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스마트팜 구축은 물론 AI 기반 재배기술 연구와 실증사업도 함께 추진하며 스마트농업 기술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은 특허와 실증으로도 이어졌다.

테라웨이브는 현재 순환형 작물재배 시스템과 무농약 인삼 재배설비, 유기농 인삼 재배용 상토 조성물, 양액 공급 시스템 등 등록 특허 5건과 디자인 등록 1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식물 재배장치와 순환형 재배 시스템 등 추가 특허도 출원을 진행 중이다.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공인기관 실증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시험인증원(KOTCA) 시험에서는 생육단계 AI 인식 정확도 100%와 양액 공급 정확도를 인정받았고, 전남농업기술원 실증에서는 일반 온실 대비 새싹삼의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1.29배 높게 나타났다. 수량은 1.85배 증가했고 결주율은 0%를 기록하는 등 생산성과 품질 모두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현재 테라웨이브는 스마트팜 구축을 넘어 AI 기반 농업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싹삼뿐 아니라 상추 등 엽채류와 기능성 작물을 대상으로 생육 데이터를 축적하며 작물별 최적의 재배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카메라가 생육 단계를 인식하면 AI가 양액과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병해충 발생 여부까지 분석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재배환경에서 생육중인 모종들


기술 개발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스마트팜 수출을 시작으로 CES 2025 참가를 통해 기술력을 선보였으며, 연구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다양한 연구개발 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농업 현장의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부터 제어 시스템, LED, 소프트웨어까지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면서 스마트농업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문 대표는 농업의 미래는 결국 자동화와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농사가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산업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AI가 농업인의 경험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더욱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농업은 인건비와 생산비 부담이 높아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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