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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없으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공자의 말이다.
공자는 논어의 안연편에서 제자 자공과의 대화에서 자공이 정치의 본질에 관해서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족식·足食), 군대를 충족하게 하고(족병·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민신·民信).” 자공은 이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하고, 계속해서 자공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자고로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라고 설파했다.
2500여 년 전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그 의미는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권위는 강제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지방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시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1995년 부활한 이후 올해로 31년째를 맞았다. 민선 9기 출범 한 달을 맞은 지금, 특히 광주와 전남이 40년 만에 단일 광역정부로 다시 출발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가장 중요하게 새겨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가정의 가장도 가족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공적 영역은 더욱 그렇다.
지난달 1일 통합특별시 출범 후 한 달, 통합정부가 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라는 대형 성장동력을 확보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출범 초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반도체 산업 기반 확보다.
정부는 지난 6월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에 반도체 팹 4기를 건설하는 800조원대 서남권 반도체 투자계획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팹이 들어설 입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가 확정됐다. 이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도 잇따라 군공항 부지를 찾아 투자 일정과 행정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투자 단계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맞춰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군공항 부지 일원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확정했다. 정부 발표후 한달, 말그대로 속전속결이다.
군공항 이전으로 확보되는 대규모 부지가 국가 첨단산업 거점으로 전환되면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출범과 동시에 미래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에 대한 경계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침묵을 동의나 신뢰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남광주의 미래를 담보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앞에서 기초자치단체이든 개인이든 자신의 생각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울 뿐,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내부 불만은 결국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인프라인 부지나 용수, 전력망 확보 과정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통합 과정에서 내재돼 있던 행정조직 통합에 따른 갈등 표면화도 한가지 사례다.
통합특별시는 당초 8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청사별 기능을 재조정하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광주청사에는 기관 운영과 정무 분야를, 무안청사에는 생활행정과 안전·농해수산 분야를, 동부청사에는 산업·경제 분야를 각각 배치하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기획과 예산, 인사 등 시정 운영의 중심 부서가 특정 청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통합 과정에서 제시된 기존 근무지 존중 원칙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했다.
조직개편이 늦어지자 후속 인사도 함께 멈춰 섰다. 부서의 위치와 기능이 확정되지 않아 간부 인사와 실무진 재배치가 어려워졌고, 공무원들은 앞으로 맡을 업무와 근무 청사를 알지 못한 채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320만 시민의 생활권을 하나의 광역행정체계로 묶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시민과 공직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산업을 유치하고,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결국 민선 9기, 통합특별시의 성공 여부는 결국 ‘무신불립’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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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3 (월) 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