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만호 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장 |
△국가유산을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재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
-문화재에서 국가유산으로 명칭이 바뀐 지 1년이 넘었지만, 명칭의 변화만큼 지방자치단체나 소유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 국가유산을 보존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이제는 보존을 넘어 국가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나아가 세계 속에 지역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다면 국가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부담이나 거부감을 줄이고,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역의 국가유산 활용 프로그램 보완점은.
현재 국가유산청은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공모에 참여하고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생생 국가유산,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 국가유산 야행,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 고택·종갓집 활용 등 5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2024년 옛 전라남도(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의뢰로 ‘전라남도 문화유산 체계적 보존 및 활용 방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남은 이러한 국가유산 활용사업에서 전반적으로 활발한 참여를 보였고, 특히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사업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광주 역시 양림동 일대의 근대문화유산 활용과 국가유산 야행, 광산구 월봉서원 관련 사업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린 활용사업을 추진해 왔다.
다만 사업의 양적 성과를 넘어 지역별·유형별 편차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를 전략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가유산 야행은 도심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야간관광 사업이다. 하지만 국가유산이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지 않거나 도심과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방문객을 모으고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유산 야행은 도심형 야간관광의 대표적인 사업인 만큼 옛 광주의 도심 문화유산과 전남의 역사도시를 연계해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담양 소쇄원, 강진 백운동 원림, 완도 보길도의 세연정 등은 남도의 전통 정원문화와 선비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러한 자원을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연계하면서 역사교육, 전통공연, 정원문화 체험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한다면 국가유산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인 문화콘텐츠로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도 만들 수 있다.
△전남광주만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전남광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지역마다 국가유산의 분포와 성격, 주변 환경, 관광객의 접근성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한의 역사자원을 활용한다고 할 때, 경주의 고분과 대릉원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경주는 도심에 주요 역사문화자원이 자리하고 있어 관광 동선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 마한 관련 유적은 도심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어 문화유산 야행이나 미디어아트와 같은 사업을 추진할 때 공간적 확장성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성공모델을 단순히 모방하기보다는 전남광주가 보유한 국가유산의 특성과 활용 여건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이 시대별·유형별로 분포해 있고, 서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의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원의 성격 또한 다양하다. 광주의 민주주의 유산과 근대문화유산, 전남의 불교유산과 해양역사유산 등을 연결한다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국가유산 관광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불교유산 역시 차별화의 가능성이 큰 분야다.
전남에는 천년 고찰을 비롯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불교유산이 다수 분포해 있다. 그러나 활용방식이 산사음악회나 템플스테이 등에 머문다면 새로운 세대의 관심을 끌고 콘텐츠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불교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전남광주 역시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활용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찰음식과 채식문화, 전통문화 체험, 공연과 전시 등을 결합해 불교유산을 보다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지난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했다. 우선 추진해야 할 사업이나 정책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정책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남이 보유한 다양한 국가유산과 광주의 인공지능(AI)·문화콘텐츠 역량을 결합하려면 개별 사업을 연계하고 조정하면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전문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유산과 관련한 연구·진흥기관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마한 관련 연구와 발굴, 고문헌 연구, 지역학 진흥 등은 전문성을 축적해 온 영역이다. 그러나 국가유산의 조사와 연구 성과를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연·축제·관광·체험 콘텐츠로 전환하고, 이를 지속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기능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가칭 ‘전남광주국가유산진흥원’ 설립을 제안한다. 진흥원은 국가유산 활용사업의 기획과 조정, 디지털헤리티지 구축, 문화콘텐츠 산업화, 세계유산 등재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담당하는 광역 단위의 전문기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문화재단이나 관광 관련 기관, 지역학 연구기관과도 역할을 조정하고 협력해 중복을 줄이면서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국가유산을 지역의 대표 관광자원이자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을 계기로 국가유산을 개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광주의 역사·문화·예술 자원과 전남의 역사유산·섬·해양·생태·미식 자원을 연결하는 통합형 국가유산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별 대표 국가유산을 중심으로 광역 관광코스를 구성하고, 공동 브랜드 개발과 통합 홍보·예약체계를 마련해 관광객의 접근성과 구매 편의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특히 성과는 방문객 수뿐 아니라 체류시간·관광소비·재방문율 등을 성과지표로 관리함으로써 국가유산의 가치를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생태계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 |
| 이진의 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 연구위원 |
-국가유산을 활용한 콘텐츠가 단순한 관람이나 보존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방문객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가 우선돼야 한다. 국가유산 고유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활용해 해당 장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대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또 국가유산을 주변 마을, 음식, 자연경관, 숙박 등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 체류시간과 지역 내 소비를 확대하고, 주민을 콘텐츠 기획·운영의 주체로 참여시켜 실질적인 소득 창출과 재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마련해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즉, 상시성·차별성·연계성·지역성·재방문성이 고려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국가유산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입과 체류·소비, 주민소득, 콘텐츠 재투자가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화된 국가유산 관광 콘텐츠 개발 방안은.
-국가유산의 고유한 역사성과 장소성을 바탕으로 하되,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와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광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분야다. 아무리 가치 있는 국가유산이라도 관광객의 관심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방문과 참여로 이어지기 어렵다. 역사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관광객이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현해야 한다.
예컨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걷기와 러닝을 남도의병길과 연계할 수 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을 상징해 약 15.92㎞의 코스를 조성하고, 이를 활용한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의병을 상징하는 머리띠나 복식 요소를 접목하는 것이다. 주요 코스 지점마다 고경명·김천일 등 의병장의 이야기와 임진왜란 당시 의병의 활동을 짧고 흥미롭게 소개한다면, 참가자들은 운동을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도의병의 역사와 정신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목적은 처음부터 많은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의병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 먼저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김천일·고경명은 어떤 인물일까?’라는 작은 호기심을 유발해 향후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국가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잠재적인 관광 수요를 확대하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단순히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남도의병길이라면 의병의 역사와 정신이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하며, 지역의 인물과 장소, 이야기 등을 활용해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문화 전문가, 관광 콘텐츠 기획자, 민간 기업, 공공기관,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조사와 기획을 통해 국가유산의 본질적 가치를 오늘날의 관광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한다면, 국가유산을 단순히 관람하는 대상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즐기며 기억하는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
△국가유산을 활용한 콘텐츠가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국가유산을 활용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고려돼야 한다. 관광객의 방문 동기를 유발하는 매력성과 다른 관광지와 구별되는 차별성, 관광자원 간 연계를 통한 체류성,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접근성, 경험의 만족도와 재방문을 유도하는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는 국가유산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관광객의 수요를 분석해 핵심 표적시장을 설정하고, 표적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방문 목적이 될 수 있는 역사체험·스토리텔링·야간관광 등 대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주변 관광지와 음식·숙박·축제·지역상권을 연계해 반일형·당일형·체류형 상품으로 다양화하고, 온라인 예약 및 판매 채널과 통합 홍보를 강화해 관광객의 접근성과 구매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만족도·재방문 의향·실제 방문 및 소비 실적 등을 모니터링하고 콘텐츠·관광상품의 질을 개선하고 특화하는 과정적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 문화·관광기관, 지역주민, 민간사업자 등이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국가유산 활용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 문화·관광기관, 지역주민, 민간사업자가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지역관광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지자체는 국가유산 활용을 지역관광정책과 연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 지원과 기반시설 정비, 참여 주체 간 협력체계 구축을 담당해야 할 수 있다. 문화·관광 관련 기관은 국가유산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획·개발하고, 전문인력 양성, 관광객 수요 분석, 공동 홍보 및 성과관리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민은 마을의 역사와 생활문화, 구전 이야기 등 지역 고유의 자원을 발굴하고, 해설·체험·음식·숙박 프로그램의 운영에 참여하는 등 국가유산 관광의 핵심적인 경험 제공자이자 지역 문화의 전달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민간사업자는 이러한 자원을 관광객의 수요에 맞는 상품으로 구체화해 예약·판매·마케팅·서비스 운영을 담당하고, 음식점·숙박업체·여행사 등 지역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해 상품의 시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가유산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유의해야 할 사항은.
-국가유산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관광상품 개발과 방문객 유치가 국가유산의 본질적 가치 훼손이나 과도한 상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산의 보존·관리 기준과 수용력을 고려해 관광객 규모와 체험 방식을 조절하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콘텐츠를 개발해 문화적 진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외부사업자 중심의 콘텐츠 운영으로 지역주민이 소외되거나 관광수익이 지역에 환원되지 않는 문제를 방지하고, 주민의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방문객 만족도와 재방문 향상을 위해 수요 변화에 따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가유산을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자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항은.
문화콘텐츠 쪽을 추가로 생각해보면, 콘텐츠 하는 분들은 국가유산에 대해 잘 모르고, 역사나 국가유산 쪽 전문가들은 어떻게 콘텐츠화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즉, 국가유산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학문적 통섭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역사학자와 국가유산 전문가, 문화콘텐츠 개발자, 관광사업자, 지역주민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가유산의 학술적 가치가 문화콘텐츠와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고, 그 성과가 지역에 환원되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 이렇게 국가유산의 활용과 관광활성화라는 주제의 인터뷰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나주=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나주=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나주=이산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10.22 (목) 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