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등장 박승모 작품 남포미술관서 만난다 - 광남일보
‘기생충’에 등장 박승모 작품 남포미술관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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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 등장 박승모 작품 남포미술관서 만난다

5개월여 소요된 ‘색소폰’과 ‘이삭줍기’ 등 두 점 기증
10년전 약속 실천…"관람객들에 새로운 볼거리 제공"

‘색소폰’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 역)과 부인 연교(조여정 역) 집 저택 거실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벽에 걸려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메시 소재 숲 그림을 봤을 것이다. 숲 그림은 조각가 박승모씨의 작품 ‘마야 2078’(Maya 2078)이다. 여기서 마야(Maya)는 산스크리트어로 ‘허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 ‘기생충’에 작품이 등장해 미술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던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전남 고흥 남포미술관에 기증돼 관람객들에 선보인다.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은 2011년 조각가 7인이 참여한 기획전시 ‘움직이는 예술마을’로 첫 인연을 맺은데 이어 2013년 개인전 ‘환’(幻)을 통해 스테인리스스틸 와이어 아트 조형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경남 산청 출신 박승모 작가가 ‘색소폰’과 ‘이삭줍기’ 등 두 점을 기증해 미술관 경내에 설치, 관람객들에 선보이게 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기증은 박 작가가 10년 전 전시 때 곽 관장과 연을 맺은 것이 처음 계기가 됐다.

곽형수 관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박 작가의 작품 같은 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는 소리로 희망사항을 살짝 드러냈더니 훗날 기회가 되면 남포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박 작가가 곽 관장에 전화를 걸어와 “지금은 이태리 구찌 가옥을 하고 있어서 당장 어렵고 내년 5월께 대작 작품을 남포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후 박 작가는 올 3월 현장 실사를 위해 남포미술관을 방문해 설치 장소 등을 확인했고,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몇 개월 늦어지게 됐다고 한다.

박 작가가 남포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기로 한 것에 대해 주변에서 의아해 하는 반응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곽 관장은 박 작가가 산골 미술관보다는 서울 유수의 미술관에 기증하는 게 더 빛이 나고 낫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었으나 서울보다 문화소외를 겪고 있는 시골 소재 어려운 미술관을 도와줌으로서 미술관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것 같다고 들려줬다.

그렇게 해서 10년 전 기증 약속을 했지만 굳이 그 약속을 꼭 지키지 않아도 무방했던 약속을 박 작가는 지킨 셈이다,

‘이삭줍기’
작품설치를 위해 스태프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박승모 작가는 “지역적 한계와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서 문화 소외 지역주민의 문화 향수 기회 확대를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남포미술관의 한결같은 모습에 감명받아 작품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증 작품은 5개월여 동안 제작을 한 끝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미술관 정원에 설치될 ‘색소폰’은 스테인리스 와이어로 색소폰의 형상을 구현한 것으로 높이 400×넓이 220×둘레 70cm에 무게는 대략 1.5t에 달하는 대형 입체작품이다. 또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와이어 중첩을 통한 명암의 대비로 표현해낸 밀레의 ‘이삭줍기’는 높이 230×길이 470×두께 10cm의 평면 조각작품으로 현재까지 국내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수년 전부터 미국과 독일에 진출해 국제적 명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은 미국 ‘나이키 본사’ 로비에 소장돼 유명세를 탔으며, 근래에는 한남동에 자리잡은 ‘구찌 가옥’의 외관을 작업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 ‘기생충’에도 등장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시각예술의 한류를 주도하는 코리아 아티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곽형수 관장은 이번 작품기증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는 만큼 격조높은 미술관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소중한 작품을 기증해준 작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승모 작가는 1998년 부산 동아대학교 예술대 조소과를 졸업, 홍콩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베를린, 대만 타이페이, 미국 미시건, 영국 런던 등 30여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이탈리아 밀라노 및 페루 리마 등 국내외 50여회의 단체전을 열어왔다. 그는 철사와 철망을 겹쳐 작업을 하는 독창적 작업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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