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선거철…지역 유권자 판단 중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돼…환경파괴 우려 높아
심층 기획기사 발굴 기대…‘독자 공감대’ 형성을
재개관 ‘광주예술의전당’…시민들의 공연장 돼야
광남일보는 27일 ‘2023년 광남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제2차 회의’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본보 발전 방향을 위한 지면 개선 방안에 대해 독자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서면으로 수렴했다. 위원들은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투기 논란과 내년 국회의원 선거, 최저임금 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비롯해 지역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전반에 걸친 광남일보 지면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내놨다.
△이지안=최근 들어 선거철인 것을 여실히 실감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2024년 총선이 대화 선상에 오르고 출마 후보자나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자신들이 미는 각 소속 정당에 가입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당비를 내야 하는 진성당원이 돼달라고 유도하기도 한다. 선거나 정치에 소신을 가진 이들은 권유에 따라 가입을 하거나 거절하는 등 본인의 의지대로 선택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세상 흐름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지인의 부탁이니까 별 생각 없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페이스북 같은 SNS상에서는 이미 선거 홍보전이 시작된 모양새다. 전혀 모르는 이가 친구요청을 해서 프로필을 살펴보면 선거를 준비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들이 많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직접 제공하지도 않은 내 휴대전화 번호로 자신을 지지해달라거나 홍보하는 문자가 날아들 게 뻔하다.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선거판은 세월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을 구조일까’라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더불어 선거권을 가진 시민들이 정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지인이 부탁해서, 지인이 지지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선거 출마자의 공약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판단해서 직접 선택하는 능동적인 유권자가 되기를 바란다. 광남일보도 출마자들의 공약을 분석하거나 토론을 주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지역언론의 선두에 나서주길 바란다.
△김신희=최근 소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상을 보니 이제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투기로 인한 위기상황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주부들의 대화 가운데는 벌써부터 김치 걱정, 젓갈 걱정, 김장 걱정 등을 하면서 직접 담궈 먹어야 한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사재기를 한들 몇 년을 버틸 수 있겠는가? 그동안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의식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오염수 방류가 아닌 해양투기를 저지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시민행동에 나서서 서명운동과 캠페인 등을 외쳐왔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물에 희석하면 괜찮다는 주장을 하며 올 여름 투기하려고 각종 시설을 건설 중에 있다. 희석한다는 것은 컵에 담긴 엑기스액체에 물을 섞을 때나 어울리는 용어다. 가두어둘 수 없는 드넓은 바다의 물에 희석이란 있을 수 없다. 방사능으로 뒤범벅이 된 오염수들이 바다를 오염시킬 뿐인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도저히 걸러낼 수 없는 물자체인 삼중수소는 다양한 생물과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한다.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생명운동을 펼쳐온 YWCA는 핵발전소에 관심을 갖고 생명을 살리는 에너지로의 전환을 꿈꾸며 탈핵운동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더이상 핵발전소를 짓지 않아야 하고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는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10년 넘게 외쳐왔다. 탈핵만이 생명을 살리는 길인데 여전히 한국에는 고장과 사고를 반복하는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가 25기나 있고 핵 밀집도는 세계 1위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잠시 맡겨준 것 뿐인데 이토록 수만 년을 되돌릴 수 없게 망가뜨리고 떠나야 하는 건지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지 못하는 현 상황이 통탄스럽기만 하다. 핵 오염수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 핵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계양=지방신문은 심층 기획기사를 쓰기 어렵다. 인력과 시간과 열정과 노력과 재정이 복합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문이 사명을 다하려면 힘들고 어려워도 제대로 해야 한다. 최근 광남일보는 ‘긴급진단-불법 현수막, 근절 대책 없나’ 시리즈 기획을 2회(6월 7일, 13일)에 걸쳐 1면 톱 기사로 실었다. 먼저 긴급진단이라는 기사를 기획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언론의 본령은 진실과 비판이고, 진실은 사회 문제를 사실의 토대 위에서 창조적으로 구성해 평가(비판)하고 새롭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 제시하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 ‘우후죽순 불법 현수막, 이유는’, ‘단속 공무원 동행해보니’, ‘하루만 1000장 수거, 처리는’, ‘전문가 제언’ 등으로 기획한 것은 훌륭하다. 다만 이것이 긴급한 것인지, 1면 톱 기사가 될 만큼 커다란 사회 문제인지 또 만약 그렇게 큰 문제라면 더 심층적으로 다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나아가 군 공항 이전문제나 복합쇼핑몰 시설,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 학교 밖 청소년 지원방안, 은둔형 외톨이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련자, 독자,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심층 취재가 필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광남일보가 광주·전남지역의 긴급하거나 심층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는 기사들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유진=최저임금은 인간 삶의 최저선을 지키는 문제와 결부된다. 고물가 속에서 임금 노동자들의 삶이 파괴되지 않게 하려는 시민의 도덕과도 연결된다.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임금으로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 인간의 존엄과도 궤를 같이한다. 해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이맘때가 되면 갑과 을의 논쟁이 뜨겁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체들이 ‘을과 을의 갈등’이라고 소개한다. 최저임금 논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마저 줄 수 없어 폐업하는 열악한 소상공인과 그것을 받아내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노동자의 싸움으로 해석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정말 이 문제를 두 집단의 이익 충돌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소상공인 입장에서 볼 때, 업종별 차등적용이 이뤄진다면 당장은 해당 소상공인들의 임금 지출이 줄어들어 경영난이 해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직종이 임금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구인난이 생기고, 낙인 효과와 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같은 문제를 노동자의 시각에서 보면,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다. 소득재분배, 고용 차원의 논의들에는 이 절박함이 담겨 있지 않다. 노동자, 그가 누구이든, 여성이든 청년이든 외국인이든, 임금 수입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최초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것인데, 이런 논의는 최저 임금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려 제도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 것이다. 또 지역별 논의는 저임금을 주는 지역에서 고임금을 주는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 경우 지방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지역에서는 인력 유출 문제가 생긴다.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 노동자들에는 여성과 청년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워주는 지역, 그래서 그들을 품에 안는 지역이, 결국 살아남는 지역이 될 것이다.
△조상열=나이 좀 든 어른들에게 ‘광주 하면 맨 먼저 떠오른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충장로와 금남로라고 한다. 외지 사람들도 충장로와 금남로는 광주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에 이르러서는 호남권의 심장이었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재, 오래된 가계, 명인 명장 등은 충장로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1980년대 이후 상무지구를 비롯해 주변 주택가와 상권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충장로를 비롯한 원도심은 공동화 현상으로 고립되고 말았다. 세계 여느 유서 깊은 도시를 가 보면 그 곳은 반드시 그 나라 그 지역의 사람들의 오래된 삶의 흔적들이다. 이것이 문화재이자 전통문화이며 관광 자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중심도시 광주, 예향 광주는 과연 무엇을 내놓을 만한 것이 있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모습은 ‘천 년 후의 옛날’이다. 후손들은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보고 평가 할 것인지 두렵다. 충장로 5가 옛 간장공장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충장22’이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민기홍=로컬뉴스가 다양하게 펼쳐진 광남일보 지면을 접하면서 고향소식이 실려있는지 눈이 저절도 살펴진다. 최근 지면에서 로컬뉴스가 확대됐다는 느낌이다. 다양한 지역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로컬 지면이 확대된 느낌과 더불어 로컬마다 새 밥상이 올라오는 것처럼 흐뭇한 기사가 많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최근 우리 지역은 가뭄으로 인해 한동안 많은 애를 태웠었다. 가까스로 가뭄이 해소되자마자 계절이 성큼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예상된다거나 장마로 인해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기상예보가 즐비하다. 전세계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폭염이나 장마에 미리 대비하는 각종 기사가 필요할 것 같다.
△배창희=1991년 개관한 광주문화예술회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광주예술의전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필자는 대중음악 작곡가로 1993년 작곡발표회를 가진 적도 있는 추억의 공연장이다. 당시만 해도 문화예술회관은 클래식 음악인들의 작품이 주를 이뤘으며, 대중음악공연은 금기시 되던 때여서 국악과 협업으로 겨우 무대에 섰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그 후로 대중음악이나 뮤지컬 등 대중적인 공연도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많은 공연이 있었다. 하지만 광주예술의전당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왠지 더 클래식하게 느껴진다. 극장마다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장르는 있겠으나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모든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시민들의 공연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조인형=광주청년센터의 조사결과에 대한 광남일보의 문제인식(6월 19일자 오피니언)은 적절하다. 정서적 고민이 청년기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심각한 정서적 불안으로 연결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들이 처한 경제난과 대인관계, 이로 인한 심리적 공황상태로 이어지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과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추가한다면 청년들에게 현실은 견디기 힘든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공무원, 공공기관 채용 인원 동결 등 감당하기 힘든 환경이 펼쳐진 현실에서 스스로 또는 가족에 의해 병리적 현상을 인지하게 된 청년들 역시 증가했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고민유형의 파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년들의 정신질환 상담실태 등 병리적 현상에 대한 심층취재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사회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선두에 광남일보가 자리하고 있기를 바란다.
정리=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정리=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