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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나 마을 사이로 이리저리 나 있는 좁은 길을 의미한다. ‘골’(깊은 곳)과 ‘목’(다른 데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이 결합한 단어다.
18세기부터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했다고 하니 최소한 300년의 역사가 담긴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골목이라는 말에는 우리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가 배어 있다. 손수레 하나 제대로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그 길에서, 열린 문 틈사이로 자연스레 이웃을 만나 정을 나누며 교류했다.
또 아침이면 출근길을 재촉하는 구두소리로 가득했고 한낮에는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 발소리만 들릴 뿐 잠잠했다. 또 저녁에는 귀가하는 사람들과 한 잔 걸친 취객들이 섞여 시끌벅적했다.
지역에 따라 골목짝, 골무삭, 모캥이, 회춤 등 부르는 말도 다양할 정도로 서민들의 삶속에 깊이 녹아든 공간이었던 것이다.
1980~90년대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 문화로 자리잡고, 잘 닦인 대로와 주변 상가와 고층빌딩이 우리의 삶에 파고들면서 골목은 외면 받는 공간이 됐다. 이 기간 많은 골목길이 사라졌고 골목촌은 슬림화돼 갔다. 특히 골목상권은 무너져 내렸다. 이미지 또한 그리 좋지 않아 좁고 막다른 길,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길이 쇠퇴하는 골목을 대변하게 됐다.
#2.
최근 들어 골목이 또 다시 설렘이 시작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외식이나 쇼핑, 관광 등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홍대거리, 이태원, 신사동 가로수길 등 성공한 서울 골목 상권이 광주·전남지역에서도 벤치마킹되고 있다.
먼저 광주에서는 2009년 서울 이태원동에서 시작된 ‘경리단길’을 본 딴 ‘동리단길’이 가장 먼저 생겼다. 동구 동명동의 ‘동’ 첫 글자를 따 ‘동리단길’로 명명했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리단길’은 사람들과 문화가 모이는 소위 ‘핫플레이스’로 북적이는 번화가가 아닌 작은 골목길에 개성 있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을 뜻한다.
과거 광주의 부호들이 모여 살던 동명동은 1990년대 신도시 개발로 인한 도심 공동화 현상, 2005년 전남도청의 무안 이전으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 때 개성 있는 카페들이 이곳에 하나 둘 자리 잡으면서 젊은층이 모여들고, 점차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 책방 등 근현대사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입소문을 탔고, 음식점, 라운지바, 제빵·제과점 등이 더해지면서 활력을 불어넣어 서울 경리단길에 빗댄 ‘동리단길’이란 명칭을 얻게 됐다.
또 부동산개발기업 시너지타워가 광산구 쌍암동 일원에서 6개의 상업시설을 개발하는 ‘시너지 타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하면서 ‘시너지’의 ‘시’자를 따온 ‘시리단길’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 남구의 대표적인 상권인 봉선동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진월동의 ‘보이저 진월’도 뜨고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동구의 충장로도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홍콩을 주제로 레스토랑, 주점, 디저트, 카페, 바 등의 매장이 들어서는 ‘홍콩타운’과 과거 충장로 상권을 상징하는 호남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었던 가든백화점 자리에 ‘몽키터미널’이란 상업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3.
여기에 지난 2020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골목형 상점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골목형상점가는 소상공인 밀집 지역 지원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목표라고 한다. 좁은 골목이나 작은 거리에 상점들이 모여 형성된 상업 공간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 과 시설현대화, 주차환경개선, 노후전선 정비 등 전통시장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광주에서는 시행 첫 해 북구 전남대후문골목형상점가(1만6354㎡, 270개)와 황계 골목형상점가(5038㎡, 44개) 등 2곳, 2021년 4곳, 2023년 1곳, 2024년 51곳 등 58곳이 지정됐다. 전남은 2021년 무안군의 오룡시장 골목형 상점가 등 2곳, 2022년 1곳, 2023년 2곳, 2024년 8곳 등 13곳이다.
특히, 이들 골목형 상점가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지역 특색을 반영하거나 밀집 상권의 유형을 분석, 특화에 나서면서 자신들만의 특색을 갖추며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 이들 골목상권 살리가가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를 기대한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김상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