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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언 모람플랫폼 대표 |
그 한 문장은 지금의 청년세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과거와 달리 청년들에게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인생의 70~80%를 일에 쓴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할 것인가는 곧,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청년은 이 선택 앞에서 더 진지하고, 더 과감하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청년이 자신의 ‘업’(業)을 고민하고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지역에도 존재하는가. 아직은 부족하다. 지방에는 분명 일자리가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좋은 직장’이 아니라 그저 ‘있는 일자리’일 뿐이다.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건, 단지 월급을 많이 주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직업이다. 수도권에는 그런 기업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가치를 추구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해요” 청년은 그런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투영하고, 의미를 찾는다. 그러니 수도권으로 간다. 돈 때문이 아니라, 가치를 좇아.
이제 지역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청년을 어떻게 붙잡을까?”가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싶어지는 환경이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일자리의 ‘조건’이 아니라 ‘철학’에 있다.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답할 수 있는 일자리와 조직이 있을 때, 청년은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지역에 머물 이유를 찾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역은 하나의 현실적인 과제와 마주한다. 청년에게 어떤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가?
지금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주체는 스타트업과 소상공인 생태계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도 단순히 오프라인 기반의 창업공간이나 지원금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지역 안에서 창업가들이 빠르게 온라인 시장에 진입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콘텐츠 기획과 브랜딩, 디지털 마케팅, 크라우드 펀딩 등 초기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실질적 역량 교육과 실행 지원 온라인 쇼핑몰 구축, 플랫폼 연동, 풀필먼트, 고객응대 자동화 시스템 등 디지털 비즈니스 기반 확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인증, 물류, 수출입 교육, 해외 진출 컨설팅, 해외 플랫폼 입점 및 교류 네트워크 등 수출 기반 조성 이러한 종합적인 생태계가 지역 안에 구축되어야 한다. 단순히 창업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구조여야 한다.
이 점에서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우리가 주목할 만한 사례다. 두 나라는 애초부터 자국 시장이 작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해외 진출 전략을 설계하고 기업의 글로벌 확장을 적극 지원한다. 이스라엘은 초기부터 기술 중심의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과 창업가들이 모이는 창업 허브가 되었다.
우리도 지역에서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 시작하되, 처음부터 글로벌을 꿈꾸는 창업가들. 그들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청년은 ‘떠날 이유’ 대신 ‘남을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는 단지 정주 여건이 좋은 곳이 아니다. 그건 청년이 스스로의 ‘업’(業)을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 일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도시. 그러기 위해 지방도 변화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왜 이 일을 하느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조직이 많아져야 하고, 창업도 ‘아이템’이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정책도 청년을 수혜자가 아닌 ‘주도자’로 세워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리고 지방이 살아남으려면, 청년이 머물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이 도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곳인가?” 그 질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런 도시가 많아질수록, 청년은 더 이상 떠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