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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단 야경 [연합=여수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2055년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지방소멸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현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인구 감소로 인해 생활권역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물론, 기존 산업이 쇠락하고 신 산업이 발전하며, 기후 변화의 여파로 삶의 형태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특히 2055년 지역민들은 기존에 자족 여건을 갖춘 도시를 중심으로 군락을 이뤄 생존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자족 여건이 부족하고 인구감소가 급격한 농촌에서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도시인 광주를 중심으로 한 권역과, 순천·여수·광양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목포와 남악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의 세 권역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권역은 모두 사람이 살지 않거나 인적이 드물어 불가피하게 행정구역 통폐합의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광주전남은 3개 권역만이 정주 기반을 갖춘 도시로 남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살아남는 3개 권역 모두가 번성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 권역도 지금부터 어떤 투자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국토 서남권 중핵도시인 광주 권역은 인근 빛가람혁신도시와 화순·담양·장성군 등의 베드타운이 결합한 대도시권역이다. 자동차와 광산업, 전자제품생산 시설이 있지만 산업기반은 뿌리가 깊지 못해 결국 현재 육성 중인 AI(인공지능)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전망된다.
순천·여수·광양의 동남권은 국내 최대규모의 석유화학산업과 철강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침체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어 도시의 성장과 쇠락이 이와 맞물릴 개연성이 커 보인다.
목포와 남악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은 기존의 조선산업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신성장동력인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산업을 얼마나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도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들 3개 권역과 인접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이들 3개 권역을 제외한 전남의 농촌은 30년 후엔 인구 감소로 생활기반과 자족적 기능을 잃게 돼 기능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농수축산물 생산기반과 함께 도시민의 여가와 휴양, 체험 인프라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촌과 농업기반 붕괴는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역대 정부는 농업을 육성하고 장려하기보다는 농업의 현상유지나 축소에 눈감아왔다. 자동차 반도체 중공업 등 2·3차 산업을 키우면서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이 지난 2022년 기준 40.5%에 그쳐 OECD 최하위권이다.
한국농촌연구원은 농촌인구가 2020년 976만 명에서 2050년 845만 명으로 131만여 명이 줄어든다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귀농·귀촌의 영향으로 반등했던 농촌 인구는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농촌공동체 붕괴, 공공서비스 축소 등 악순환을 불러와 농촌 소멸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남의 고령자는 24.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오는 2030년이면 32.9%에 달할 전망이다.
6월 3일 새로 들어서는 차기 정부가 농업과 농촌을 위한 획기적인 구조 전환을 꾀하지 않으면 현재의 추세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다.
광주전남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4차산업 혁명으로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 속에 지역민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권하는 지역 공약을 들여다보면 그 전략이 엿보인다.
광주는 인공지능(AI)과 미래 이동수단(Mobillity) 산업 생태계를 집중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AI산업 육성을 위해 △초거대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AI 데이터뱅크 구축 및 메가 샌드박스 지정△AX 실증밸리(AI 2단계 사업) 조성△AI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양자·휴머노이드 테크산업 기반 구축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빛그린·미래차 국가산단 일원에 AI·모빌리티 기술융합 실증 인프라를 구축한 스마트 미래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드론과 수직 이착륙 이동수단 등의 연구·개발과 부품개발 등을 할 수 있는 연구시설산업단지 구축은 물론 AI기반 스마트 제조혁신 및 자율형 물류-교통 디지털 시스템 구축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남도는 천연 자연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 녹색에너지를 만들고 관련 산업단지와 신도시 등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대선 공약에 포함된 솔라시도 AI 에너지 신도시 조성을 비롯해 나주 에너지 AI 모델시티 조성, 글로벌 해상풍력 생태계 조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 석유화학·철강산업 대전환 메가 프로젝트 추진과 AI 첨단 농·축산업 융복합 지구 조성, 우주발사체 특구 내 ‘제2 우주센터’ 조성 등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물론 현안인 전남의대 신설과 동북아 대표 관문공항으로서 무안국제공항 육성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인권도시인 광주의 특성을 살려내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때다
이런 광주전남의 미래산업 육성과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필수다.
광주는 ‘서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미래 100년 초광역 교통망 확충을 위해 각각 SOC 확충 공약을 마련했다.
미래 첨단산업 중심의 ‘서해안 경제축’과 남중부의 교통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중추 교통망으로서 서해안철도 연결하는 광주신산업선(영광~빛그린·미래차국가산단~광주 송정~광주연구개발특구)과 메가시티 고속도로(광주~고흥~전주~세종) 건설이 필요하다고 광주시는 밝혔다.
전남도는 고속도로망 확충으로 △영암~광주 △고흥~광주 △여수~순천 고속도로 등을, 철도망 구축으로는 △호남고속·경전선 연결선 △서해안 철도(군산~목포) △벌교~고흥 연결철도 △나주 연결선 등을 요구했다. 전라선 고속화, 경전선과 남해선 고속전철 조기 개통은 물론 달빛고속철도 건설과 흑산공항 조성도 앞당겨야 한다.
모든 분야를 적절히 투자해 살찌운다면 좋겠지만 앞으로의 30년은 과거의 개발과는 다른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
취할 것을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개호 의원은 “예를 들어 대한민국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농촌을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생활기반 강화 투자를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며 “전남은 산업지대와 도시, 농어촌 각 공간별로 기능을 재배분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투자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와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화에 뒤처지면서 수십 년 소외와 차별의 길을 걸은 광주전남이 미래에도 뒤처져서는 안될 일이다. 미래에 대해 현명한 투자가 요구된다. 지금 우리의 투자가 30 성상 후 광주전남의 변화를 이끌 것이다.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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