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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금천과 산포면 일원, 736만1000㎡ 면적에 계획인구 5만명, 2만가구의 자족형 독립 신도시로 조성된 빛가람혁신도시는 현재 약 4만명의 인구를 확보하며 계획 대비 80%의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17세 미만 인구가 1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젊은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 전인 2013년 9만명 선이 무너졌던 나주시의 인구는 혁신도시 인구 유입에 힘입어 현재 11만7000여명까지 증가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맞았다.
공공기관 이전 또한 10년을 훌쩍 넘겼다. 지난 2013년 우정사업정보센터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국립전파연구원, 농식품공무원교육원, 한국전력, 한전KPS, 한전KDN, 한국전력거래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콘텐츠진흥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 16개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을 마무리했다.
이들 기관에서는 총 7552명이 이주했다. 한국전력이 159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전KDN(1186명), 한국농어촌공사(710명), 우정사업정보센터(66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빛가람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38.1%로 의무 목표(30%)를 초과 달성하고, 매년 1조원 규모의 지역 물품 우선 구매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밸리 및 글로벌 에너지신산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며 500개 기업 유치 목표를 넘어 630개의 기업과 투자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더욱이 2022년 3월 개교한 세계 유일의 에너지 분야 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는 국가 에너지 산업을 이끌 미래 인재를 양성하며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안착 사례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중앙부처 및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매우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제 주민등록 인구, 공공기관 직원 이주 수, 도심 내 녹지 비율 등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빛가람혁신도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 필수적인 정주 여건 미흡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상가 공실 심화와 과도한 상업 용지 비율 문제 또한 상권 활성화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 열쇠로 ‘혁신도시 시즌2’로 불리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추가적인 공공기관 유치는 인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 자족 기능 강화, 지역 특화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는 수도권으로 집중된 인구와 경제력을 분산시키고 지방의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국가 정책으로 지난 2018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준비한다고 선언하면서다. 그러나 정권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행되는 것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시작되는가 했지만 그 뿐이었다. 선거와 용역, 경쟁 등을 핑계로 답보 상태에 머물렀고, 결국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결국 7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달 3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포함시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광주·전남 내에서 기존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혁신도시 쪽에선 혁신도시 조성 취지에 맞게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 2차 이전 국회 공동 결의대회’에 참여해 공공기관 2차 이전은 기존 혁신도시부터 우선 배치하고 조속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와 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도 공동 건의문을 통해 “혁신도시 외 지역의 공공기관 이전은 원칙 위반으로 분산 이전은 또 다른 실패를 반복하는 길”이라며 “기존 혁신도시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는 대원칙을 대선공약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혁신도시가 아닌 지자체는 균형 발전 차원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이번에는 혁신도시 이외 지역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목포시와 여수시, 신안군 등은 ‘공공기관 유치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일부 지자체들은 ‘공공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22조에 근거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혁신도시 외 지역으로 개별 이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인구 감소 지역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또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방침을 기다리며 개별적인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전남도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을 포함해 한국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환경공단, 어촌어항공단, 대한체육회 등 7대 기관을 유치 목표로 정하고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 유치 이후 다양한 연계 협력사업을 통해 농수산 생명 융복합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농어촌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 등 농생명 관련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점을 내세워 국내 최대 농산물 생산지인 농도 지역으로서 농협중앙회 이전의 최적지라는 입장이다.
지난 1월에는 문금주(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농협중앙회 주된 사무소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농가 인구가 가장 적은 서울에 주된 사무소가 있는 것은 농협중앙회 업무 성격상 맞지 않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민주당 의원이 전남에 본사를 두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조성을 선행한 후 광주 도심으로의 기관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신규 부지와 건축이 필요한 경우에는 혁신도시의 잔여 부지를 최우선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임차기관 유치 시에는 광주 구도심의 공실을 활용해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광주시는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이에 적합한 기관을 목표 대상으로 정했다. 한전 인재개발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공항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시·도 관계자는 “상생과 협력이라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조성의 취지에 맞춰 양 지역의 산업 특성을 고려한 기관 선정 및 역할 분담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입지와 대상기관은 검토 단계로 새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장은 “빛가람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범 사례임은 분명하지만, 완전한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발전하고 광주·전남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는 숙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서 “특히 인공지능 및 의료·바이오 산업과 같이 광주·전남의 상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들을 지금부터라도 양 시도가 협력해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2차 이전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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