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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별검사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드러났을 때 방증 자료를 수집해 기소까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독립 수사기구를 말한다. 주로 중대 범죄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맡는데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정부의 개입 없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유래됐는데 1868년부터 8년간 재임한 그랜트 대통령이 개인비서의 탈세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특검을 임명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72년 닉슨 행정부의 워터게이트 사건때다. 이 사건은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 측근들이 당시 민주당 전국본부가 있는 호텔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다룬 것이다. 닉슨은 이를 축소 은폐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임명한 특검에 의해 이 사실까지 들통이 났고 결국 사임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대통령이 관행처럼 임명했던 특검은 의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미국의회는 1978년 법원이 특검을 지명하는 내용의 ‘정부윤리법’을 제정하며 제도화했지만 삼권 분립 위반 논란과 위헌 논란이 불거지면서 1999년 폐지됐다.
현재는 검찰총장이 연방항소법원의 추천을 거쳐 특검을 임명해 의혹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제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렇게 사라졌던 미국 특검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대선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 법무부가 특검 수사를 결정, 18년만에 부활했다.
#2.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특검이 폐지된 해인 1999년, 정작 우리나라에는 특검이 도입됐다. 그 것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말이다.
여기에는 당시를 떠들썩하게 만든 ‘2대 의혹사건’이 있었다. 대기업 회장 부인이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남편을 구하기 위해 검찰총장 부인의 옷값을 대납했다는 ‘옷로비 의혹사건’과 대검 공안부가 조폐공사 노조 파업을 유도했다는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 등이다.
현직 검사장 부인 등 검찰이 연루돼 중립적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특검 필요성은 커졌고 국회는 특검법을 제정하게 됐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출범한 이들 특검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옷로비 특검은 ‘실패한 로비’라는 결론이 나 의혹 규명에 실패했고 파업 유도 특검도 검찰 개입이 아닌 조폐공사 전 사장의 단독 범행으로 수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특검은 2000년 대 이후에도 큰 사건이 있을때마다 등장했다.
2001년 정·관계 유력인사의 비호를 받으며 보물선 인양 사업 등을 앞세워 주가를 조작하는 등 금융범죄를 저지른 대표적 권력형 비리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 특검,
2005년 철도공사의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을 수사하는 유전개발 의혹 특검,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 등등.
또 2012년 이명박 내곡동 사저의혹 특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 등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등도 포함됐다.
지난해까지 25년간 총 12차례 특검이 출범했는데, 수사 대상 중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은 11명이었다고 한다.
#3.
올 여름 대한민국은 유난히 뜨겁다.
이상기후로 인한 극한폭우와 극한 폭염이 연일 반복되는 기후적 영향에다 지난 윤석열 정부 3년간 흐트러졌던 국정관리의 실체를 드러다 볼 수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 ‘순직해병 특검’ 등 3개의 특검이 동시에 가동돼 사회적 열기까지 더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사상 초유인 3개 특검의 동시다발적인 활동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시기,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각종 일탈과 추문 등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국무총리, 부총리, 장관 등 국정관리 책임자들은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굴종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거짓 증언을 일삼아 왔고 당시 여당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한심한 작태들이 수사결과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군 고위간부들의 자신만을 위한 일탈 행동, 그리고 종교인들의 현실 권력에 부하뇌동했던 흔적들까지...
소위 한국사회의 지배권력들이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이번 특검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는 것이다.
이들 특검이 앞으로도 성역없는 수사를 펼쳐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이런 권력층의 비리가 더 이상 우리나라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하길 바란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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