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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전남도의회 부의장 |
오늘날 청년 세대는 물질적 소유보다 경험을, 경제적 성취보다 삶의 질을 중시한다.
안정된 직장이나 부동산 투자보다 여행, 공연, 전시, 취미활동 등에서 만족감을 찾고, 작지만 의미 있는 사회적 참여를 선호한다.
이는 전통적인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정체성을 구현하려는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따라서 청년 정책은 단순한 일자리 지원을 넘어 삶의 질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접근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화와 여가는 이러한 가치관을 구현하는 핵심 수단이다.
단순한 여가 소비를 넘어 자기계발, 사회적 관계 형성,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청년이 지역에 머무는 이유가 된다.
특히 비수도권 청년에게 문화·여가 기회는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인구 유출을 막는 실질적 유인책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장벽을 낮추고 기회를 넓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의 문화 참여 확대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공연·전시·출판·관광 등 지역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친다.
특히 비수도권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고령화 심화 상황에서, 청년이 매력을 느끼는 문화 환경 조성은 지역소멸을 막는 핵심 전략이다. 문화 기반이 탄탄한 도시는 청년 정착률이 높고 지역경제 회복 속도도 빠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남도는 2022년 ‘전남청년문화복지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연간 25만 원의 바우처를 통해 공연·영화 관람, 도서 구입, 학원 수강 등 다양한 문화·여가 활동을 지원하며, 소득에 관계없이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재 지원 연령은 19세 이상 28세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청년기본법의 만 34세 이하, 전남도 청년 기본 조례의 만 45세 이하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올해 기준 전남에 2년 이상 거주한 19~28세 청년은 약 16만 명으로, 조례 기준 청년 인구(약 50만 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전남도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일부 시군은 다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예로 영암군은 19~28세에게 ‘전남청년문화복지카드’ 25만 원을, 29~49세에게는 ‘영암군 청년문화수당’ 지역화폐 20만 원을 각각 지급해 연령 구간에 맞춘 차등 지원으로 더 넓은 범위의 청년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법과 조례가 청년으로 규정한 나이대가 같은 정책에서 배제된다면, 이는 형평성과 신뢰를 모두 훼손한다.
특히 30대 초반 청년층은 취업 준비, 경력 단절 회복, 재교육 등 사회·경제적 과제에 직면해 있어, 문화·여가 지원은 이들의 사회 참여와 재도약을 돕는 발판이 된다.
청년복지는 노인복지만큼이나 중요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전남에서 노인복지가 필수라면, 청년복지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고 결혼, 출산, 경력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며, 현행 연령 제한은 이러한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
전남도는 최소한 청년기본법이 정한 34세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청년을 나이로 구분해 지원에서 배제하는 현 제도는 법과 조례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청년이 지역의 미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문화복지의 문턱부터 낮춰야 한다. 이는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청년이 머물고 싶은 전남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책은 선언보다 실천에서 힘을 갖는다. 지원 연령 확대는 단순한 숫자 변경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전남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이 한 걸음이 청년의 삶을 지탱하고, 나아가 전남의 미래를 지켜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