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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새마을회는 23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대한민국 새단장’ 캠페인 발대식을 개최했다. |
“새 시대, 깨끗한 전남, 행복한 도민.”
23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전남도새마을회 발대식 현장은 이 구호로 가득 찼다. 900여 명의 새마을지도자와 회원들이 모여 의지를 다진 뒤, 각 읍면동으로 흩어져 도로와 하천, 공원, 해안가를 청소하며 10일간 이어질 집중 청소주간의 막을 올렸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회복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도민 손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전남도새마을회는 목포 주사무소를 중심으로 협의회, 부녀회, 직공장, 문고 등 4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다. 22개 시군 297개 읍면동에 뻗은 촘촘한 조직망은 주민과 현장을 잇는 통로다. ‘깨끗한 전남 만들기’ 사업은 이러한 풀뿌리 조직을 기반으로 추진된다. 해양쓰레기 수거, 영농폐기물 정리, 나무심기, 수해복구 지원 등 활동 범위는 환경·복지·안전까지 확장돼 도민 삶 전반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신안군 임자면 대광해수욕장에는 목포·나주·담양·화순·함평·영암·무안·신안 등 8개 시군에서 300여 명의 새마을회 회원들이 모여 해안 곳곳에 쌓인 해양쓰레기와 폐기물 50t을 수거하며 바닷가 복원을 실천했다.
“전남의 섬과 바다는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이라는 양재원 회장의 말처럼, 이들의 활동은 지역경제와 관광자원의 가치를 동시에 지켜내는 일이었다.
나무심기 운동도 대표적이다. 지난 봄 두 달간 진행된 전국 10만 그루 나무심기에서 전남도새마을회는 22개 시군 57개소에 1992명이 참여해 소나무·은행나무·철쭉 등 1만7626그루를 심었다. 전국 목표의 18%를 담당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열섬현상 완화, 공기 정화 효과까지 이끌어냈다.
주민들은 “나무 한 그루가 그늘이 되고 숲이 되듯,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 복구 현장에서도 새마을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담양에서는 침수주택과 토사를 정리하고, 나주시 영산강정원에서는 80명이 3일간 환경정화를 진행했다. 보성 회천면 명교리 해변에선 해양쓰레기 수거가, 함평군에선 침수 가정의 가재도구 복구와 빨래방 운영이 이어졌다. 광양 다압면 매각마을에서는 토사와 잔해물을 치웠고, 영암군은 산청 수해 지역에 라면 672개 등 긴급구호품을 전달하며 복구 활동을 지원했다. 무안군은 읍·면 곳곳에서 131명이 침수주택과 창고를 청소하며 피해 주민들의 회복을 도왔다.
특히 수해 현장에선 단순 청소를 넘어 주민의 일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닦고, 침수된 가재도구를 손질해 다시 쓸 수 있도록 도운 사례는 피해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봉사자들이 빨래방을 직접 운영하며 젖은 의류와 침구를 세탁해 전달한 활동은 “작은 정성이지만 삶을 이어가는 큰 힘이 됐다”는 주민들의 감사 인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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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바다 만들기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전남새마을회. |
전남도새마을회는 매 분기 첫째 주 금요일을 ‘깨끗한 전남 만들기의 날’로 지정해 읍면동별로 정화 활동과 계도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해안가 마을에서는 주민과 새마을단체가 함께 불법 소각·투기를 단속하고, 태풍과 홍수 후 발생하는 해양쓰레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에는 해수욕장에 환경 안내소를 설치해 예방과 신속한 수거를 병행하며 청결한 이미지를 심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지역경제와 직결된다. 해양쓰레기를 치운 바닷가는 수산물 신뢰도를 높이고, 영농폐기물 수거는 친환경 농산물의 경쟁력을 확산시킨다. 나무심기는 장기적으로 농촌 경관을 개선하고, 환경정화는 관광자원의 매력을 키운다. 깨끗한 마을은 외부인에게 신뢰를 주고,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며, 특산물 브랜드의 부가가치로 이어진다.
전남도새마을회의 활동은 지역 곳곳에서 주민 자발성을 끌어내는 특징이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해 하천변 풀숲을 정리하거나, 학생들이 함께 해안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 교육 효과를 얻는 모습도 흔하다. 세대가 어우러진 현장 참여는 ‘환경 지키기’라는 공통 과제를 매개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주민 스스로 지역을 바꾸는 경험은 도민 자긍심을 높이고,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 복원력으로 작동한다.
또 다른 특징은 민관 협력 기반이다. 전남도새마을회는 행정, 소방, 환경단체, 농협 등과 손잡고 분야별 정화 활동을 이어왔다. 담양에서 진행된 쓰레기 수거 활동은 군청·시민단체·새마을회가 함께한 사례였고, 영암 농촌 지역에서는 농협 임직원과 협력해 영농폐기물을 일제히 수거했다. 민관이 함께 손을 잡을 때 현장의 문제 해결력이 배가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과들은 전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전남의 청결운동 사례는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회의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됐고,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잇따른다.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도 주민 주도와 협업이라는 보편적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양재원 회장은 “깨끗한 전남 만들기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자 도민 모두가 참여하는 실천운동”이라며 “앞으로도 21만 새마을 가족과 도민이 함께 전남의 미래를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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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그루 나무심기 봉사 |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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