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노예" 전남대 교수 갑질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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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형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노예" 전남대 교수 갑질 규탄

유족·시민단체, 철저한 진상조사·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불평등한 권력관계·방조 등 지적…산재·형사·민사 예고

“형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노예였습니다. 양반이 종 부리듯 교수는 학생을 지배했습니다.”

광주 시민사회가 전남대학교 교수의 갑질 등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20대 대학원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족들은 “산재·형사·민사 등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등 12개 시민단체는 6일 광주 북구 전남대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대는 교수 갑질 사건의 진상조사보고서와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즉시 공개하고, 가해 교수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대학 연구공동체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교수-대학원생 간 불평등한 권력관계 △과중한 비연구 업무 △폭언·사적 심부름 등 부당지시 △학교의 방조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지도교수는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올리게 하고, 학생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써야 할 학생 인건비를 회수해 관리하도록 지시했다”며 “심지어 당근마켓 중고물품 구매와 커피 심부름, 현금 인출, 연구실 회식비 영수증 수정까지 시키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협박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는 학생 인권을 보호하지 못했고, 뒤늦게 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국 대학원생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절망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영향력과 학업 손실 우려로 피해를 호소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숨진 대학원생 이대원씨(24)의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사촌누나 등도 참석해 가해 교수와 대학 측을 비판했다.

동생 이승환씨는 “형은 몸이 아파도 교수 허락 없이는 병원에 갈 수 없었다”며 “가해 교수들은 제자를 학생으로도, 사람으로도 보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앞으로 대학원 교수들이 학생들을 지배하는 구조적 관행을 없애겠다”면서 “연구실의 부당함을 말하지 못하고, 끝내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진 상태로 뛰어내린 형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전남대에서는 지난 7월13일 대학 기숙사 인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대학원생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교수진의 사적 심부름 등 갑질 정황이 담긴 유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현재 지도교수와 연구교수 2명이 강요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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