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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예은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주임 |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을까? 청소년참여위원회, 아동·청소년의회, 청소년운영위원회 등 청소년의 의견이 정책·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적 기구가 대표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에도 ‘삶디씨’라는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있다. ‘삶디씨’는 청소년의 생각과 의견이 센터 운영 전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 통계(2024)에 따르면 초(4~6학년)·중·고등학생 10명 중 8명(83.7%)은 청소년도 사회나 정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사회 참여 의식도 높았다. 이를 볼 때 현재 주로 청소년 참여기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회 참여 활동을 일상에서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2023)가 눈길을 끈다. 이 연구는 청소년 참여가 거창한 사회적 담론이나 이슈, 정부 정책을 제안하는 거시적 차원의 논의와 활동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공간인 지역사회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프로젝트 기반 사회 참여 활동’을 새롭게 제안하고 있다.
필자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인 청소년이 만드는 뉴스(이하 청뉴)가 바로 그 예다. 지난해 9월부터 지역방송국과 연계해 운영 중인 프로젝트로, 청소년이 직접 뉴스거리를 발굴하고 취재·촬영·편집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다. 이렇게 제작된 뉴스는 매월 한 차례씩 정식으로 방영되며, 지금까지 총 8건이 제작됐다. ‘청뉴’는 네 가지 점에서 청소년 사회 참여 활동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첫째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가 사회 참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뉴스 주제 발굴 회의에서 30개가 넘는 뉴스거리가 쏟아져 나온 것은,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꺼내놓을 창구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거창하지 않아도 내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사회 참여가 시작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취재 과정이 곧 세상을 이해하는 학습의 장이었다. 일부 학교에서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탄핵 선고 방송 시청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학교 안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취재했던 청소년은 선생님의 직업적 고민을 직접 들으며 교사들이 문제에 대해 늘 수동적일 거라는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매일 타던 버스의 긴 배차 간격에 불편함을 느낀 청소년은 다루는 주제가 버스 기사의 노동 문제와 도시 교통 시스템 전체와 얽힌 복잡한 사안임을 깨달았다.
셋째 청소년이 뉴스를 제작하며 비판적 사고를 키웠다. 청소년은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들의 삶과 연관된 문제의 원인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첫 제작 회의에서는 ‘트럼프 관세 문제’와 같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거시적 의제가 주로 나왔다면, 활동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깊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청소년은 왜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까? 잠이 부족해서라면 왜 잠이 부족할까? 학교에 너무 오랫동안 머무는 건 아닐까? 그 말은 공교육이 건강권을 담보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와 같이 직접적 삶의 문제를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이 진솔한 목소리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기도 했다. 등하굣길 버스 문제를 다룬 뉴스가 지역 방송 ‘토론740’에서 시장의 교통 정책을 논하는 자료화면으로 활용됐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만든 뉴스는 아니었지만, 청소년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처럼 청소년의 목소리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서 필자 또한 청소년 사회 참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정책 제안서를 쓰거나 청소년 참여기구에만 머무르며,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어렵고 거창한 것으로 인식되게 만들어 왔는지 모른다. ‘청뉴’는 청소년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 목소리 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청소년은 ‘왜?’라고 묻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사회에 크고 작은 자극을 주며 성장한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청소년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사회 참여가 아닐까 싶다.
2025.11.11 (화) 1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