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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언희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팀장 |
이를 단순히 유난스러운 부모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성인이 돼도 기본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른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교육이 그동안 청소년기에 마땅히 겪었어야 할 ‘자기주도적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방증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과정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고,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를 체득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청소년들은 오로지 ‘정해진 정답’을 맞히는 데만 몰두해 왔다. 정답을 고르는 것 외에 삶의 많은 부분을 부모나 교사에게 의존하다 보니, 스스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결정해 볼 기회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지식을 기억하는 것보다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교육 현장에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이 주목받고 있다. OECD가 제시한 ‘학습 나침반 2030’에서도 학습자가 학습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주체성(Agency)을 강조한다. 급변하는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길을 찾는 자기주도적인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창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청소년기의 자기주도적 활동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자양분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2020년부터 추진해 온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청소년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이 활동을 통해 지난 6년간 확인한 가치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스스로 설정한 ‘조금 어려운 목표’를 헤쳐 나가는 법을 배운다. 2020년 진행된 ‘청소년 정치 참여 조사 프로젝트’ 당시, 청소년들은 시의원에게 직접 연락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른에게는 전화 한 통일지 몰라도, 청소년에게는 거절의 두려움을 뚫고 사회와 소통하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청소년들은 이 과정으로 세상과 부딪히는 법을 익히며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둘째,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처하는 유연함을 기른다. 프로젝트는 결코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아무리 촘촘한 계획도 실행 단계에서는 수많은 변수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청소년은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설정한 과정이기에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헤쳐 나간다.
셋째,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배운다. 초기에는 실행 가능성이 낮은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부딪히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력을 깨닫고 목표를 수정하며 끝까지 마무리하는 책임감을 익힌다. 이때 활동을 돕는 어른인 ‘길잡이’는 무조건적인 지지자가 아니라, 냉철한 조언자로 존재한다. 이는 청소년에게 무조건 네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라는 뜻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현실적인 무게를 온전히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넷째,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심어준다. 수동적인 학습에 익숙했던 청소년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체화되는 과정을 보며 자신감을 얻는다. 2022년 ‘농인을 위한 발명품 제작 프로젝트’가 그랬다. 코딩의 시행착오를 거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직접 만든 발명품을 농인들에게 시연하며 청소년들은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강력한 성공 경험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몸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입시 공부가 책상 앞에 앉아 머리와 손만 쓰는 과정이라면, 프로젝트는 입과 발, 그리고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야 하는 활동이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목표를 위해 발로 뛰며, 활동 후에는 회고를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일상에서 잠들어 있던 감각을 회복하며 삶을 개척할 에너지를 얻는다.
어른이 되면 청소년기보다 책임져야 할 일도,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준비되지 않은 채 성인이 된 이들이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 사회의 책임감 있는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법을 연습할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프로젝트 활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입시라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스스로 해보는 경험, 그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이 쌓여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진짜 어른’을 만든다.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지금, 어른이 될 연습을 할 시간이 절실하다.
2026.02.21 (토) 2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