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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성훈 광주 남부소방서장 |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의 통계는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차량 화재는 2만건을 웃돌며, 이는 매년 4500여건, 하루 평균 12건의 화재가 전국 도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엔진 과열, 제동장치의 마찰열, 노후 배선의 단락 등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참혹하다. 특히 고속도로나 터널과 같은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화재는 연쇄 추돌과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위험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4년 12월 1일부터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됐다. 기존에는 7인승 이상 승용자동차와 승합자동차에만 소화기 비치 의무가 있었으나, 이제는 5인승 이상의 모든 승용차로 그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이는 차량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의 중요성을 국가적으로 재확인한 조치다. 차량 화재는 휘발유나 경유 같은 인화성 물질과 시트, 내장재 등 가연물이 가득한 특성상 연소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운전자가 직접 손을 쓸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몇 분에 불과하다. 이 찰나의 순간에 소화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한 개인의 재산 보호를 넘어 타인의 생명까지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2024년 12월 1일 이후 제작·수입·판매되거나 소유권이 변동된 차량부터 적용된다는 점이다. 즉, 법 시행 이전에 등록되어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많은 기존 5인승 차량은 여전히 법적 의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의 입장에서 볼 때, 화마는 결코 차량의 제작 연도나 소유권 변동 여부를 확인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노후화된 차량일수록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화재 위험은 더 높다. 법이 ‘신차’를 대상으로 안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 시민은 스스로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안전의 실천을 완성해야 한다. 내 차가 법적 강제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는 것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주의에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안전은 법의 명령에 따르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능동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차량용 소화기는 보통 1.4㎏ 내외의 작은 크기다. 하지만 초기 화재 단계에서 이 작은 소화기 한 대는 소방차 한 대와 맞먹는 위력을 발휘한다. 화재가 엔진룸 내부에서 시작됐을 때, 신속하게 소화기를 분사하면 대형 폭발이나 차량 전소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차량용 소화기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본체 표면에 ‘자동차겸용’이라는 문구를 확인해야 한다. 일반 가정용 소화기와 달리 차량용은 주행 중 발생하는 끊임없는 진동과 여름철 엔진룸의 고온, 겨울철의 혹한을 모두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됐기 때문이다.
비치 장소 또한 중요하다. 많은 운전자가 소화기를 트렁크 깊숙한 곳에 짐과 함께 섞어두곤 한다. 하지만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당황한 상태에서 트렁크를 열고 짐을 헤치며 소화기를 찾는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 위급 상황에서 1초 만에 꺼낼 수 있도록 운전석 옆이나 조수석 문 옆 포켓 등 손이 닿는 곳에 두는 것이 진정한 안전의 완성이다.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상식이 된 것처럼,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 또한 운전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미 소화기를 구비하고 있다면 제조일자를 확인하고 압력계의 바늘이 초록색 범위에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할 때, 차량용 소화기를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화려한 선물보다 더 빛나는 것은 상대방의 평안을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일 것이다. ‘항상 안전하게 운전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건네는 소화기는 그 어떤 선물보다 묵직하고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2026.02.24 (화) 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