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광주·전남 통합시대 개막, 대한민국 AI 산업 지도 새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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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창사특집]광주·전남 통합시대 개막, 대한민국 AI 산업 지도 새로 그린다

7월 통합특별시 출범…행정 넘어 ‘산업 초융합’ 시너지
데이터센터·사관학교 날개 달고 ‘AX 실증밸리’ 대전환
오상진 단장 “분산 아닌 ‘선택과 집중’ 거점 구축할 것”

북구 첨단 3지구에 위치한 AI집적단지 전경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은 단순한 두 지자체의 행정적 결합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구조적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 6년간 축적해 온 인공지능(AI) 산업 역량이 자리한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을 필두로 광주가 다져온 첨단 기술 플랫폼이 전남의 광활한 산업 현장과 결합하면서, 영호남을 넘어 글로벌 무대와 경쟁할 초광역 AI 생태계가 마침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광주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우수한 인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체 AI 생태계의 ‘두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반면 전남은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기반을 비롯해 농수산, 물류 등 AI 기술을 이식할 수 있는 최적의 1차·제조업 현장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두 축이 하나로 묶이면서 AI 적용 범위는 기존의 제한된 도시 환경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맞이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산업의 고도화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신산업 창출이라는 거대한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행정 통합이 가져올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시너지 모델이 바로 이곳에서 싹트고 있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에서 가동 중인 드라이빙시뮬레이터


△지난 5년의 발자취, 대한민국 유일의 ‘AI 클러스터’ 완성

광주가 이처럼 통합 시대의 중심축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성공적으로 추진된 1단계 사업의 성과가 존재한다. 과기정통부와 광주시가 손잡고 출범시킨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지난 5년간 황무지나 다름없던 지역에 컴퓨팅 인프라와 인재,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국내 유일의 ‘AI 클러스터’를 구축해 냈다.

1단계 사업의 가장 큰 수확은 단순한 기반 조성을 넘어,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기적인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광주는 국내 최초로 AI 전용 국가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운영하는 한편,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포함해 총 77종에 달하는 실증 장비를 완비했다. 기업들이 비싼 장비와 컴퓨팅 파워가 없어 연구개발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든든한 버팀목을 세운 것이다.

특히 ‘교육-창업-실증-판로’를 잇는 ‘AX One-Stop 통합지원 체계’를 통해 5년간 총 731개 회사의 기업 지원을 완료하고 1135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원받은 창업 기업들의 3년 기준 생존율은 92.8%에 달해 국내 평균(42.6%)을 압도했으며, 32개 회사가 누적 1033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동시에 인공지능사관학교를 통해 지역의 만성적인 인재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으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AI 창업 기업 육성까지 병행해 생태계의 자생력을 확보했다. 인프라와 인재, 자본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를 내는 완성형 생태계의 기틀이 지난 5년의 땀방울 속에서 다져진 셈이다.

AI데이터센터 전경


△국가 AI 데이터센터,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해방구로 우뚝

광주 북구 첨단 3지구에 자리잡은 국가 AI 데이터센터는 광주 AI 정책의 핵심 인프라자 대한민국 AI 산업의 거대한 심장이다. 데이터센터는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되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구축되어, 최근 국내 AI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결정적인 기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AI 경쟁력이 곧 컴퓨팅 자원의 규모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에 지자체 차원의 대규모 인프라 선점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특히, 세계 수준인 88.5PF 연산 성능과 107PB 저장 공간을 확보해 글로벌 25위권 수준의 하드웨어를 완비했다.

지난 2023년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이후, 국가 AI 데이터센터는 독과점적이던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전국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 무상 수준으로 파격 지원해 왔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초대형 AI 모델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이 인프라를 통해 기술적 해방구를 맞이했다.

성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컴퓨팅 자원 제공을 통한 누적 과제 수행 건수만 2207건에 달하며, AI 학습모델 개발 2081건, 상용화 328건, 논문 게재 611건과 함께 전국적으로 2173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현재 업스테이지, 솔트룩스 등 국내 대표 AI 기업 700여 개 회사를 비롯해 서울대, KAIST 등 대학 100여 개, ETRI 등 연구소 50여 개가 이 인프라를 심장 삼아 뛰고 있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올해도 200건 이상의 고성능 컴퓨팅 자원 지원을 예정하고 있어 지역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와 실질적인 비즈니스 상용화 성과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사관학교 교육생들이 협업 중심의 실습 활동을 통해 AI 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사관학교, 정예화된 ‘AX 마에스트로’ 기른다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광주 AI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사관학교’는 2020년 첫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1500명 이상의 청년 인재를 배출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이들 수료생 중 무려 70% 이상이 실제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며 단순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고용 창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단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를 기점으로 파격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기존의 대규모 저변 확대 중심 교육에서 탈피해, 자기주도형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운 ‘AI·SW 마에스트로’ 수준의 현장형 정예 인재 양성 체제로 정책을 완전히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7기 교육생부터는 선발 규모를 기존 330명에서 220명으로 대폭 줄이는 대신 교육 역량을 대폭 정예화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역량 격차 최소화’와 ‘현장 실무 중심 고도화’다. 입교 전 2개월간 온라인 ‘AI 준비과정’을 거쳐 기초 코딩테스트를 전격 도입해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철저히 검증한다. 교육 역시 기존 강의 중심에서 실전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조를 전면 바꿨다. 상주 멘토와 외부 전문가 멘토 아래 교육생이 AI 모델의 기획부터 개발, 사업화까지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하며, 팀당 1인 기준 200만원의 프로젝트 운영비가 지원된다.

교육생 유인책과 성장 사다리도 서울 일류 수준으로 강화했다. 1인당 교육비 지원을 기존 25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대폭 늘렸으며, 월 생활지원금도 관내 최대 50만원, 관외 최대 85만원으로 인상했다. 수료 후 지역 기업과의 견습생 인턴십 지원금도 월 240만원(6개월)으로 상향했고, AI 창업 기업 시제품 제작 지원비도 최대 5000만원까지 파격 증액해 성장의 기반을 단단히 했다.

AI집적단지 조감도


△도시 전체를 실험실로, 2단계 ‘AX 실증밸리’ 가속화

1단계 사업이 인프라를 다지고 인재를 모으는 ‘기반 구축’의 시기였다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2단계 사업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바로 광주·전남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AI 실험실로 전환하는 ‘AX(인공지능 전환) 실증밸리’의 조성이다. 인프라 안에 갇혀 있던 AI 기술을 시민들의 일상과 도시 행정, 실제 산업 현장으로 끌어내어 살아 움직이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광주광역시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지역 내 3375개에 달하는 공공시설을 민간 기업의 실증 공간으로 전면 개방하고, 사업단이 보유한 3879종의 첨단 장비를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고도화된 AI 알고리즘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제 도시 환경과 똑같은 조건에서 가장 빠르게 검증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데이터 트랙 레코드(실제 적용 실적)를 축적할 수 있도록 말 그대로 ‘도시 전체를 통째로 빌려주는’ 셈이다.

AX 실증밸리는 크게 세 가지 내역 사업을 축으로 굴러간다.

첫째는 복지·교통·안전 등 고질적인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모두의 AI 구현’이다. 시니어 마인드케어, 대중교통 노선 최적화, 초개인화 슬립케어 솔루션 등 시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공공 행정 서비스 혁신을 이끈다.

둘째는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할 ‘미래 모빌리티 AX 혁신’ 분야다. 딥러닝 기반의 차세대 자율주행 인프라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적용 차량모션 통합제어 기술 등 차량과 도로, 첨단 물류 시스템 전체를 지능화하는 고도화된 연구개발(R&D) 실증이 전개된다.

마지막으로 통합특별시의 핵심 시너지인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및 안전관리’ 전략이다. 전남의 신재생에너지 벨트와 연계해 마이크로그리드 자율운영 및 분산전력 설계안을 검증하고, ESS와 산업단지 배터리 화재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한 탄소중립 도시를 완성한다. 기술을 넘어 산업과 행정, 시민의 삶이 완벽히 결합된 완성형 AX 표준 모델이 이곳에서 태동하고 있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에서 가동 중인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내부 모습.


△글로벌 AI 클러스터로 가는 길

기술의 변화 속도가 눈부시게 빠른 AI 시장에서는 누가 먼저 구조를 완성하고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생존을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AI 산업의 미래 역시 광주·전남이 다져온 도시 단위의 성공 모델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프라 구축을 넘어 실증과 글로벌 사업화로 이어지는 광주·전남의 초광역 AI 선순환 체계는 글로벌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오상진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장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은 단순한 지리적·행정적 결합을 넘어, 대한민국 AI 산업 생태계를 질적으로 확장하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인프라, 인재, 기업, 자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완성형 생태계를 갖춰야만 경쟁력이 생기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역량을 집중해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산업과 행정, 시민 생활 속에서 실제로 작동할 때 경쟁력이 생긴다. 앞으로 추진될 2단계 사업은 이 결합된 시너지를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가시화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며 “‘광주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도시 전체를 플랫폼으로 개방해 가장 빠르게 기술을 검증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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