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특별시 설계에 전남 핵심산업·정책 홀대 없어야
검색 입력폼
자치

통합특별시 설계에 전남 핵심산업·정책 홀대 없어야

농축산·해양수산국 통합…농수산 정책 변화 가능성
출생기본수당 광주 확대 땐 연간 수백억원 재원 부담
광주·전남 통합 채무 3조6514억원…재정 부담 가중도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는 22일 나주 동신대한방병원 대강당에서 ‘시민의 상상력에 주권을 더하다’를 주제로 ‘시민 민형배가 특별시민에게 듣습니다’ 두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전남의 핵심 산업인 농업·수산업과 대표 인구정책인 출생기본수당이 통합 이후 어떤 모습으로 운영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 행정조직 개편 과정에서 농업과 수산업이 하나의 본부로 통합되면서 전남 농수산 정책의 위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통합특별시가 수조원대의 막대한 채무를 안고 출범하는 상황에서 전남도가 시행 중인 출생기본수당을 광주까지 확대할 경우 상당한 재정 부담이 예상되면서 향후 운영 방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시와 전남도가 입법예고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자치법규 제정안에는 통합특별시 행정조직을 4실 7본부 24국 체제로 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직 개편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농업·수산업이다.

통합특별시 조직안에는 현재 전남도의 농축산식품국과 해양수산국 기능을 통합한 농수산본부가 포함됐다.

광주와 전남의 행정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지만 전남 농어업계에서는 농수산 분야의 정책 기능과 위상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남은 전국 최대 농업 생산지이자 수산물 생산 중심지다. 전국 쌀 생산량 1위 지역이며 친환경농업과 축산업, 김·전복·해조류 산업에서도 전국 최고 수준의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다.

농업과 수산업은 전남 경제와 농어촌 공동체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통합 이후 AI와 미래모빌리티,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이 강화될 경우 농수산 분야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농업 분야는 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인수위에 농업·농촌 전담 분과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농업계는 농정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고, 조직개편안 공개 이후에는 농업과 수산업을 별도 조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출생기본수당 역시 통합 이후 관심이 집중되는 정책이다.

전남도는 올해부터 2024년 이후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성인이 될 때까지 매월 20만원을 지급하는 출생기본수당을 시행하고 있다. 첫째 아이 기준 총 4천320만원을 지원하는 전국 최초의 장기형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다.

현재는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각각 월 10만원씩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통합 이후 광주까지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다.

광주전남행정통합실무준비단은 앞서 출생기본수당을 통합특별시 정책으로 확대할 경우 막대한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광주 출생아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면 연간 120억원 안팎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대상이 해마다 누적되는 구조여서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전남도는 출생기본수당 사업비가 2027년 669억원, 2028년 이후에는 연간 12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주까지 확대 시행할 경우 실제 부담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통합특별시의 재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통합특별시가 떠안게 될 채무는 총 3조6514억원이다. 광주가 2조2253억원, 전남이 1조4261억원이다.

광주의 채무비율은 25.61%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상 ‘주의 단체’ 기준선을 넘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기획위는 올해 하반기 세입은 1030억원에 불과하지만 교육재정교부금과 국고보조사업 지방비 부담 등 필수 세출은 5030억원에 달해 연말까지 약 4000억원의 재원 부족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통합특별시 재정자립도 역시 27.3%에 그쳐 신규 정책 추진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에는 전남의 핵심 산업인 농수산업 정책의 위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출생기본수당과 같은 기존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행정통합이 광역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추진되는 만큼 지역의 특성과 강점을 살리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수산업과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전남의 정체성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통합 이후에도 안정적인 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통합 이후 조직과 재정이 함께 재편되는 만큼 전남의 농수산업과 인구정책이 약화되지 않도록 출범 초기부터 명확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기존 정책의 지속 여부와 재원 분담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이현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