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흥 가른 국창 임방울 소리, ‘수리성’ 무대로
검색 입력폼
공연

한과 흥 가른 국창 임방울 소리, ‘수리성’ 무대로

시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16일 예당 대극장
외손녀 박성희 소프라노, 장문희·류근화 명인 출연
대금·피리산조 등…‘쑥대머리’로 남도 정체성 조명

소리 장문희
소프라노 박성희
대금 류근화
피리산조 김원근
전남광주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새롭게 묶인 가운데, 국창 임방울(1904~1961) 선생의 소리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광주에서 태어나 남도 특유의 한과 흥, 구성진 가락을 세상에 알린 그는 판소리를 지역의 소리가 아닌 시대와 민중의 정서를 품은 예술로 끌어올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불러 널리 알린 ‘쑥대머리’는 한 명창의 대표 대목을 넘어 남도 소리의 깊이와 전남광주 문화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그의 성음이 지닌 깊이와 울림을 오늘날 국악관현악으로 되새기는 무대가 펼쳐진다. 시립국악관현악단 제149회 정기연주회 ‘수리성’이 그것.

수리성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한과 흥을 가르는 소리. 판소리에서 득음의 경지에 이른 성음을 뜻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국악관현악단을 이끄는 박승희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고 임방울 명창의 외손녀인 소프라노 박성희를 비롯해 대금 명인 류근화, 장문희 명창,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 단원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남도 소리의 깊은 성음을 국악관현악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자리다. 창극의 소리와 대금협주곡, 성악, 판페라까지 한 무대에 담아 전통음악이 지닌 다채로운 결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특히 임방울의 예술적 유산을 그의 외손녀 박성희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현대적 편곡으로 잇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유영대 전 전북도립국악원장의 사회로 공연의 문은 최지혜 작곡의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으로 연다. 동부민요를 대표하는 선율인 메나리토리를 현대적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강이 지닌 거대한 생명력과 정화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간이 마주하는 감정의 파고를 대규모 국악관현악의 역동적인 구조 안에 담아낸다.

이어 이정호 작곡의 대금협주곡 ‘내면으로부터’가 연주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수석을 지낸 류근화 명인(경북대 국악학과 교수)이 대금 협연한다. 작품은 인간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움직임과 자기 성찰의 과정을 그린다. 대금 특유의 깊고 긴 호흡이 국악관현악과 어우러지면서 내면의 풍경을 더듬는 음악 여정을 선사한다.

아울러 박범훈 작곡의 춤을 위한 ‘나나니’는 인천과 황해도 어촌 지역 여인들의 삶과 해학이 깃든 전래민요 ‘나나니타령’을 바탕으로 한다. 민초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생활의 흥을 담은 선율 위에 이은비 차석단원의 소리가 더해진다.

김광복 작곡의 ‘김광복류 피리산조’도 무대에 오른다. 남도 음악의 성음을 바탕으로 진도씻김굿과 시나위, 강원도 메나리 성음 등 다양한 소리의 더늠을 장단 위에 녹여낸 산조다. 깊은 농현과 입으로 씻어내듯 소리를 다듬는 입주법은 이 산조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힌다. 무김원근 상임단원이 협연해 피리의 폭넓은 음색과 기교를 선보인다.

공연 중반부터는 소프라노 박성희가 무대에 올라 전통 소리와 서양 성악의 접점을 들려준다. 오지총 작곡의 ‘쑥대머리’는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옥중가’ 대목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임방울 명창이 불러 널리 알려진 ‘쑥대머리’의 애절한 정서를 해금과 국악관현악 편곡 위에 펼쳐낸다. 옥에 갇힌 춘향의 한과 이도령을 향한 그리움이 박성희의 목소리로 전달될 예정이다.

소리 이은비
사회 유영대
고 국창 임방울
안정준 작곡의 ‘아리아리랑’도 이어진다. 1995년 KBS 1FM 위촉곡으로 작곡돼 소프라노 조수미가 광복 50주년 기념 음반의 타이틀곡으로 발표해 널리 알려졌다. 전통 민요 ‘아리랑’의 선율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현대적 감각을 더해 우아하고 섬세하게 풀어낸다.

공연의 마지막은 박승희 작곡의 판페라 ‘쑥대머리’가 장식한다. 임방울 명창이 불러 유성기 음반 100만장 이상 판매라는 기록을 남긴 ‘쑥대머리’를 바탕으로, 전통 소리와 국악관현악, 남성 합창을 결합한 무대다.

판페라는 판소리와 오페라의 극적 표현 방식을 결합한 형식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절절하게 치닫는 소리와 관현악, 합창의 울림이 한데 어우러지며 공연의 절정을 이룬다. 이 무대에는 장문희 명창이 함께해 성음과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박승희 상임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전통 소리와 산조, 창극, 성악이 만나는 무대이자 전남광주를 대표하는 국창 임방울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자리”라며 “남도 소리의 깊이, 그리고 다양한 국악의 결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성’은 오는 1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예매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예술의전당 누리집과 예스24에서 할 수 있다. 관람은 6세 이상. 문의 062-613-8243.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