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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아 머시머시농장 대표 |
하지만 지금은 농장 어디를 둘러봐도 버섯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체험장이 들어섰고, 스마트 수직농장에서는 여름딸기가 자라고 있다. 한때 버섯이 가득했던 재배동은 새로운 농업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버섯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농업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머시머시농장을 운영하는 임정아 대표는 부모 세대부터 이어온 버섯농장을 물려받은 청년농업인이다. 부모가 IMF 외환위기 이후 귀농해 일군 농장에서 자연스럽게 버섯을 접했고, 대학에서는 원예생명공학을 전공하며 버섯균 배양과 재배기술을 익혔다. 이후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전문영농교육까지 받으며 농장 경영을 준비했다.
2019년 청년창업농으로 독립경영을 시작한 그는 부모의 농장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농장을 꾸렸다. ‘머시머시’라는 이름도 그의 작품이다. 영어 ‘머시룸’에서 따온 이름으로 버섯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농업을 꿈꾸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처음부터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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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시머시농장에서 어른이들이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당시만 해도 목표는 버섯을 더 잘 생산하고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이었다.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학교급식 등 새로운 판로도 개척했다. 친환경 무농약 재배기술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고 버섯 조직배양과 종균 연구에도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했다.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산은 늘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내 시장에는 버섯이 쏟아졌고, 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생산비는 오르는데 판매가격은 수년째 제자리였다.
판로도 잇따라 흔들렸다.
학교급식 공급이 축소되면서 안정적인 납품 물량이 줄었고, 대형마트 납품 과정에서는 생산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 요구와 재고 부담도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산 버섯 수입까지 늘어나면서 국내 버섯농가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버섯농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는 상황은 계속해 되풀이 됐다.
임 대표는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는데 30년 넘게 이어온 버섯농장의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버섯 재배시설만 3000평에 달했고, 농장 전체 기반시설도 모두 버섯 생산에 맞춰져 있었다. 이미 수십억원 규모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다른 작목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새로운 농장을 다시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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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가 머시머시농장을 방문, 임정아 대표 안내로 버섯재배동을 둘러보고 있다. |
더 큰 문제는 ‘제도’였다.
버섯 재배시설은 버섯시설로 등록돼 있어 원예작물 지원사업을 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버섯 현대화사업 대상도 아니었다. 딸기를 재배하려 해도 지원 대상이 아니고, 버섯을 계속해야만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임 대표는 “버섯을 계속하면 적자가 나는데 그렇다고 다른 작목으로 바꾸려 해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결국 공모사업을 하나씩 따내며 자부담으로 조금씩 농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농업을 포기하는 대신 기존 농장이 가진 자산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머시머시농장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다행히 버섯농장의 해답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버섯을 재배하던 시절 부가수익을 올리기 위해 시작했던 농촌체험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처음에는 버섯 수확 체험이었다. 하지만 버섯은 생육 속도가 너무 빨랐다. 체험 날짜에 맞춰 수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날씨가 조금만 달라져도 수확 시기가 이틀씩 앞당겨지거나 늦어졌고, 막상 체험객이 찾는 날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버섯만 남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결국 버섯 체험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대신 계절마다 가장 좋은 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고 요리까지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봄과 겨울에는 딸기, 여름에는 초당옥수수, 가을에는 고구마를 활용한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직접 농산물을 수확하고, 이를 활용해 간식을 만들거나 요리를 하며 자연스럽게 농업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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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시머시농장에서 진행중인 체험활동 |
프로그램은 모두 임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아동요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교육농장 운영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꾸준히 이수하며 교과과정과 연계한 체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원하는 교육과정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이 같은 차별화는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평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단체 체험이 이어지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농장을 찾는다. 체험객 가운데 약 30%는 다시 농장을 찾는 단골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연간 체험객도 2000명을 넘어섰다.
체험농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또 다른 변화도 시작됐다.
비어 있던 버섯 재배시설을 활용한 스마트 수직농장이다.
햇빛이 들지 않는 버섯 재배동의 특성을 역으로 활용했다. LED 조명과 환경제어 시스템을 갖춘 수직재배시설을 조성해 여름딸기 생산에 도전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는 “LED 조명으로는 딸기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스마트 수직농장에서 재배한 딸기는 안정적으로 결실을 맺었고, 전남농업기술원도 직접 농장을 찾아 재배기술을 연구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기존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생산시설로 바꾼 덕분에 투자비도 줄일 수 있었다.
농장의 변화는 생산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품 개발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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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단위 체험이 진행중인 머시머시농장 |
직접 재배한 딸기와 단호박, 나주배 등을 활용한 젤라또를 개발해 축제 현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딸기잼도 공유가공시설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젤라또는 축제 때마다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며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버려질 뻔한 버섯배지도 새로운 자원이 됐다.
버섯을 재배하고 남은 배지는 한우 사료로 활용하고, 다시 퇴비로 만들어 농장에 사용하는 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생산과 체험, 가공, 축산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는 6차산업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임 대표는 청년농업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으로 ‘작목 전환’을 꼽았다.
기후변화와 시장 변화에 따라 새로운 품목으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 시설을 활용한 전환사업은 제도적으로 지원받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도 시장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바뀌어야 하는데 제도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청년농들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작목 전환까지 고려한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업은 더 이상 생산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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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농장의 모습 |
머시머시농장은 버섯농장에서 체험농장으로, 다시 스마트농업과 가공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변화의 길을 선택했다. 기존 시설을 버리는 대신 새로운 가능성을 더했고, 농산물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과 교육, 이야기를 함께 판매하는 농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임정아 머시머시농장 대표는 “농업은 계속 변하고 있다”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농촌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농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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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0 (금) 19: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