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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웅 전남도의원 |
그러나 이 순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국가 중 수출 순위 5위인 네덜란드의 존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면적도 작고, 인구도 적으며,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나라도 아닌 네덜란드가 어떻게 세계 5위 수출국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더더욱 놀라운 점은 네덜란드 주요 수출 품목이 농축산물이라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2024년 한 해 동안 6151억 달러를 수출하며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했다. 제조업이 주력 산업인 한국과 비교하면, 오직 농축산업으로 이룬 이 성과는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네덜란드의 농축산물 수출 성공 사례는 전라남도의회 농수산위원회 위원으로 역할을 하는 필자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네덜란드의 농업이 우리 전남 농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네덜란드의 사례가 전남 농업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기술 중심의 농업 혁신과 전략적 품목의 집중이다. 전남은 한국 최대의 농·수산업 기반 지역으로, 전국 쌀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한우, 김, 굴 등의 대표적인 특산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농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네덜란드는 스마트팜과 정밀농업을 활용해 연중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며, 품질을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전남 농업은 기후와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생산성과 유통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적 접근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네덜란드는 특정 품목을 집중 육성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딸기, 치즈, 육류와 같은 고부가가치 품목을 선정하여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고, 글로벌 수요에 맞춰 생산과 수출 체계를 최적화했다. 그러는 동안 전남의 농산물은 다품목 생산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정 품목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부족했다. 이제라도 전남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유통망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남의 대표적 특산물인 김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공식품으로의 전환율이 낮고 수출 전략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네덜란드처럼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불어 농업과 물류의 연계 전략도 주목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로테르담 항을 활용하여 생산된 농산물을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전남의 농산물 유통망은 도내 수요 및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되어, 국제 시장과의 직접 연결이 미흡하다. 전남이 글로벌 농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국제무역항인 광양항과 목포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와 유통까지 고려하는 종합적인 농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는 전남 농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생산 기술을 혁신하고, 특정 품목에 집중하며, 유통과 물류를 효율화하는 것이 전남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농업을 지원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전남 농업을 산업화하고 경쟁력을 갖춘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의 성공 요인 탐구는 전남의 농업 또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이게 했다. 필자는 본 고를 빌려 도민들에게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전남 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