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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장 |
그의 에세이집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에는 ‘낚싯밥’이란 글이 있다.
“악마네의 우두머리가 악마들의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인간 낚시 대회’를 열었다. 악마 중에서 내로라하는 악마들이 서로 다투어 인간 세상으로 낚시질을 떠났다./ 저녁때가 되자 낚시를 떠났던 악마들이 낚시 바구니를 들고서 돌아왔다. 우두머리 악마가 각자의 수확량을 조사하였다. 그런데 놀 라운지고. 한 악마의 낚시 바구니에서는 꺼내어도 꺼내어도 인간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가./ 우두머리 악마가 말했다. “이번 낚시 대회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네 차지이다. 그런데 무슨 미끼를 썼길래 이렇게 많은 인간들을 낚아 왔느냐?”/ 대상 수상자 악마가 대답했다. 포기라는 미끼를 썼습니다요. ‘너는 이미 늦었다’, ‘너는 이젠 안 된다’, ‘너는 쓸 데가 우리 쪽밖에 없다’, 이런 낚싯밥을 썼더니 이렇게 많이 딸려 왔구먼요.”
모든 인간은 포기라는 유혹에 노출돼 있다. 덥석 물고 나면 후회와 좌절이다. 포기하지 않는 자강(自强)이 필요하지만 어린 학생일수록 교육, 문화, 생활환경이 감싸줘야 한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나름대로 결과는 도출된다.
광주시교육청의 슬로건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은 광주교육’이다. 학생이 처한 어떤 환경과 상황에도 차별받지 않게 지원하고,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원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고 나아가고자 한 분명한 지향점이다. 무슨 교육을 주창하든 바탕에 깔아야 할 철학이 아닐까.
우연인지, 벤치마킹이었는지 모르지만 지난 2023년에 보궐선거로 출범한 울산시교육감의 교육비전도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다.
딱 ‘단’이란 관형사 한 글자 빠졌다. 이렇게 같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학생만을 생각한다는 의지 표현의 확산이라면 선도적인 입장에서 다다익선일 것이다.
2025년, 광주 학생들이 어떤 사유로든 학업이나 자신의 진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시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수포자(수학 포기자) 없는 학교’이고, ‘잠자는 교실을 깨우기’이다. 그리고 직업계고의 지원율 급등과 지난해부터 많은 관심속에 추진된 ‘꿈드리미 사업’이다.
수학적 사고력을 강조하는 활동과 수학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깨우칠 ‘수학이 온다’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전교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학 진단검사를 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수학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광주 수학·과학 축제, 수학 말하기 한마당, 수학이 있는 여행, 수학 체험관 등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지도교사, 학부모를 비롯한 인적 자원과 모든 물적 자원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잠자는 교실은 학습 포기의 모습이다.
‘잠자는 교실을 깨우는 공교육 UP 프로젝트’는 일반고 교육력 제고를 위한 사업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고교학점제는 교육 주체들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학생이 희망하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해 고교 3년 동안 공통 과목을 포함한 누적 학점이 192학점 이상이면 졸업하게 된다. 학생 개개인이 학업을 설계할 수 있기에 잠자는 교실 깨우기는 매우 시의적절한 학생 맞춤형 시책인 것이다.
학생 개인별 시간표 편성을 돕고,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한 권역별 공동교육과정 수업 개설과 빛고을온학교, 대학 및 협약기관을 연계한 강좌도 운영한다. 이와 함께 365일 24시간 한순간 빈틈없이 온라인이나 대면의 진로진학 집중상담을 진행한다.
그리고 침체에서 깨어난 새해 광주 직업계고 변화는 참으로 획기적이다. 미달과 추가모집을 반복했던 지원율이 127% 급등한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인문계, 실업계로 나누는 시대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연계되고, 급변하는 직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분야나 학과를 개설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스스럼없이 직업계를 선택한다는 변화의 상징이다.
이것은 다양한 실력이 미래라는 이정선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구현된 가시적 성과이기도 하다.
아울러 다자녀,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학생 1인당 연간 100만원을 지원하는 ‘꿈드리미’ 교육복지사업은 중학교 2, 3학년와 고등학교 2, 3학년으로 확대된다.
또 광주시와 함께 초등학생은 전액, 중·고등학생은 반액의 대중교통비를 지원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보살필 계획이다.
새학기를 앞둔 3월, 이러한 사업들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을 가진다는 푸른 신호등이다. 광주교육은 단 한 명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