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시장, 이제 ‘즐거움’을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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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통시장, 이제 ‘즐거움’을 팔아야 한다

김주웅 전남도의원

김주웅 전남도의원
디지털 전환 시대, 전통시장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온라인 쇼핑은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모바일 앱 하나로 전국의 상품을 집 앞까지 배송받는 시대에, 사람들이 굳이 전통시장을 찾을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선택받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설을 개선하고, 주차장을 확충하고, 결제 시스템도 디지털화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의미 있다. 하지만 시장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전통시장이 소비자의 ‘즐거움’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한 편리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을 자극하는 경험이 있어야 발걸음이 움직인다.

지금 전통시장에 필요한 건 기존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 생필품을 싸게 사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고 싶은 공간’,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유희적 쇼핑동기’다.

유희적 쇼핑동기란, 쇼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 감정적 만족, 일상에서 벗어난 자극 등을 의미한다. 물건을 사는 행위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얻는 경험이 더 큰 목적이 되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볼거리, 사람들과의 교류, 감각적인 자극, 활기찬 분위기 같은 것들이 소비자의 내면을 자극하고, 결국 시장으로 발걸음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런 감성을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 몇 개로 채울 수는 없다. 전통시장을 유희적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 공간 전체를 유희적 동기 중심으로 설계하고, 상인과 방문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체험 부스, 청년 상인의 스토리텔링 콘텐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쿠킹 클래스, 로컬투어 연계 프로그램 등은 모두 유희적 쇼핑동기를 자극하는 콘텐츠다.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즐거움 중심’으로 바뀌어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전남 강진군의 마량놀토수산시장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시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특산물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10m 길이의 LED 바다 분수, 미디어 파사드, 에어바운스 놀이시설 같은 볼거리와, 가요 경연대회 ‘노래가 좋단마량’ 같은 참여 콘텐츠가 시장에 활기를 더한다. 단순한 수산물 판매에서 벗어나, 가족 나들이 공간이자 문화체험 장소로 확장된 것이다.

실제 효과도 뚜렷하다. 마량놀토수산시장은 개장 이후 2023년까지 10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였고, 총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지역 시장이 유희적 쇼핑 경험을 제공할 때, 소비자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유희적 쇼핑동기’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누군가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자극을 원하고,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자체를 즐긴다. 어떤 사람은 단지 기분 전환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장을 찾고, 또 누군가는 요즘 어떤 물건이 유행하는지 구경하러 온다. 누군가는 선물 하나를 고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할인 상품을 발견했을 때의 만족감 때문에 다시 찾게 된다.

사람들이 시장에 오는 이유는 이렇게 제각각이다. 중요한 건, 시장이 이처럼 다양한 즐거움의 감각들을 담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려면,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이 감성적 동기를 품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전통시장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공간, 머무르고 싶은 공간, 이야기하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전통시장이 다시 사람을 끌어들이고, 지역을 살리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 ‘즐거움’의 동기를 제대로 읽고 반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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