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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수 전남도의원 |
기본사회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사회가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소득, 주거, 의료, 돌봄, 교육, 디지털 접근 등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사회가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모든 개인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념이다. 기존 복지국가 모델이 소득이나 의료 같은 특정 영역에서 선별적 지원에 집중했다면, 기본사회는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사회적 안전망을 사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시스템과 가치 체계를 재구성하겠다는 정치적·철학적 비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기본사회가 필요한가.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지나치게 불안정한 삶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일자리가 있어도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고 아프면 치료비를 걱정하며, 아이 하나 낳고 키우는 것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사회 시스템의 실패에 가깝다. 기본사회는 이러한 구조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사전적 대안이다. 누구나 일정 수준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조건을 사회가 제공함으로써 불안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접근이다.
두 번째로, 자산 양극화와 기회의 불평등이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 특히 주거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부모의 자산이 곧 자녀의 출발선이 되는 사회, 노동보다 자산이 계층 이동을 결정짓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공정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기본사회는 이러한 자산 중심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시스템적 보완책이다. 기본주거 보장을 통해 ‘사는 곳이 곧 신분이 되는 구조’를 깨고 기본교육과 기본돌봄을 통해 출발선의 차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셋째,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 역시 기본사회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는 수십 조원의 예산을 출산장려금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불안정, 돌봄 시스템 부족, 주거 불안정 때문이다. 지금의 환경이 지속되는 한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고령사회에서 돌봄, 주거, 의료 등 사회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령층의 삶의 질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본사회는 이러한 생애주기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접근이다.
마지막으로, 기본사회는 단순한 복지의 확장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시스템’이다. 공정성과 연대가 무너지고 개인이 고립된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기본사회는 개인의 생존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 회복의 기반이 된다. 사회가 구성원 모두의 기본을 책임진다는 원칙은 결국 서로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연대의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기본사회는 그 자체로 완결된 정책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로 향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누구도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사회 - 불안보다 안정이, 배제가 아닌 포용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스템 - 그것이 바로 기본사회가 지향하는 미래다.
필자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은 전남도의원으로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는 변했지만,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모두가 불안 없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 기회의 평등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 돌봄과 연대가 다시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길. 그 길의 이름은 바로 기본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