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책임 문제로 날아간 수학여행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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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책임 문제로 날아간 수학여행의 꿈

박병진 금구초등학교 교장·교육학박사

박병진 금구초등학교 교장·교육학박사
지금은 그런 말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한때는 소풍이라고 했다.

봄 소풍, 가을 소풍, 그리고 수학여행, 요즘은 현장 체험 학습이라고 한다. 체험 학습 가는 날이 되면 아이들은 늘 들뜨고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도, 내년도 체험 학습 계획을 세우는 학년 말 교직원 회의는 다소 긴장감이 흐른다. 결국 한 학기에 한 번씩 가는 것으로 대부분 결론이 나지만, 늘 흔쾌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 자주 가기를 원하고, 학교장도 체험 학습 횟수가 지금처럼 유지되기를 기대하지만, 선생님들 처지에서는 줄이거나 없애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현장 체험 학습을 우려하는 이유는 혹여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오롯이 교사가 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강원도 속초, 테마파크 체험 학습 과정에서 6학년 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 이후 이런 부담은 한층 커졌다.

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은 2년 5개월 전 일로 지난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 있는 테마파크에 초등학교 6학년들이 체험 학습을 갔다.

체험학습장 앞에 도착해서 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렸고, 선생님을 따라 모두 줄지어 안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중 한 명의 학생은 신발 끈 때문에 대열에서 혼자 벗어나게 됐다. 이때 주차를 위해 이동하던 버스에 치이게 되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당시 인솔 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이후 교육계에서는 “교사의 명백한 과실이 아닌 교육활동 중 사고에 있어, 선생님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학교안전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개정된 ‘학교안전법’에서는 현장 체험 학습 등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 시 교직원이 부당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올해 6월 2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후 열린 1심 재판에서는 전세버스 기사 금고 2년과 더불어, 인솔 교사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다시 학교와 교사들이 들끓고 있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매우 안타깝고 애석한 사건이다.

하지만 해당 선생님들은 예측할 수 없었던 불의의 사고라고 계속 말하고 있고, 재판부에 탄원도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실형이 선고된 1심 판결로 교사들을 또 다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 판결로 인해 학교의 현장 체험 학습은 존폐의 기로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6월 21일 이후로 체험 학습을 미루거나, ‘학교로 찾아오는 체험 학습’으로 바꾸어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소중한 꿈과 추억이 담긴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학교도 생겨나고 실정이다.

학교안전법이 개정된 2학기에도, 교사들은 계속해서 체험 학습을 거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학교안전법의 세부적인 내용이 미비해 안전 지도를 충분히 한다고 해도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향후 진행될 2심 결과도 지켜보고 마음을 정하겠다는 선생님들도 있다.

사법부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교육청도 그렇고 또 마냥 거부로 일관하는 교사들도 그렇고,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요즘 마음이 참 무겁다.

체험 학습을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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