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비상계엄…‘사회 모순과 부조리’ 되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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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비상계엄…‘사회 모순과 부조리’ 되새기다

광주시립미술관, 민주인권평화전 8월 17일까지
신도원·임용현 등 5명 출품…오월정신 공감 기대

권혜원 작 ‘바리케이드에서 만나요’(2016)
성기완 작 ‘HLKG518 여기는 라디오 광주’(2025)
5·18광주민중항쟁 45주년을 앞두고 1980년과 2024년 등 두 번의 비상계엄을 중심으로 인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합리와 희망의 공존에 대해 탐구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28일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에 따르면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라는 타이틀로 한 2025 민주인권평화전이 지난 18일 개막, 8월 17일까지 본관 제1~2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사운드,미디어아트 5점, 1980‘s 미술-음악 아카이브 및 2024 미술-음악 아카이브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 타이틀인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수상 강연에서 영감을 받아 정해졌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이 전시의 핵심 주제로 작용한다.

사운드아트 및 미디어아트 작품들과 음악을 소재로 한 아카이브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역사적 사건과 시민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총 5점의 사운드아트-미디어아트 작품은 5·18과 2024년 계엄이라는 사건을 다층적인 서사와 선명한 색채로 풀어낸다. 관객의 목소리를 빛으로 전환하는 인터랙티브 설치물, AI가 재해석한 역사 이미지와 텍스트 기반의 시, 그리고 가상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는 각각 저항과 연대, 공감의 가능성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들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참여하는 공간으로 전시장을 탈바꿈시킨다.

전시장 도입부의 아카이브전은 1980년대와 2024년을 연결하는 음악의 사회적 의미와 변화를 조명한다. 전시장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오월의 노래’, ‘광주출전가’, ‘그날이 오면’ 등 총 20여 곡이 플레이리스트로 구성돼 전시장 곳곳에 울려 퍼진다. 이를 통해 ‘음악의 기억’이 시공간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람객의 정서적 참여를 유도한다.



신도원 작 ‘너-기억의 투영’(2025)
양민하 작 ‘그대와 그대의 대화’(2025)
또한 2024년의 시위 현장을 재현한 전시 후반부 공간에서는 민중가요, 개사곡, K-팝, 클래식 등까지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시민들의 음악 문화를 보여준다. 여기서는 단순히 시위 현장의 음악이 장르적 다양성을 선보였다는 의미 이상을 말하고 있다. 현장의 시민들이 수용자로서 음악을 받아들이는 단방향 문화 소비자에서, 재해석의 주체로 격상돼 새로운 창작자로 변화하게 된 현상을 조명한다. 관객(독자, 관람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의미를 생성하는 창작 주체임을 확인하게 된다.

출품 작가는 권혜원, 성기완, 신도원, 임용현, 양민하씨 등 5명이다.

19세기 파리에서 시작된 바리케이드의 의미를 현대 시위 현장과 연결하며, 저항과 연대의 정서를 영상과 사운드로 구현하고 있는 권혜원의 ‘바리케이드에서 만나요’는 전 세계 시위 현장에서 불려온 저항가요의 서사를 예술적으로 재구성했으며, 성기완의 ‘HLKG518 여기는 라디오 광주’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시작해 미래로 전파를 쏘는 가상의 디지털 라디오라는 설정을 통해, 역사와 현재의 메시지를 연결하는 라디오 설치작품. 관객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시간의 간극을 넘는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이어 신도원의 ‘너-기억의 투영’은 반투명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과 음향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으로 구성된 참여형 미디어 설치. 관객 스스로가 해석의 주체로 참여, 기억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몰입형 공간을 연출하고 있으며, 임용현의 ‘발화의 등대’는 관객의 목소리를 감지해 빛으로 반응하는 대형 인터랙티브 설치. 개인의 발화가 어떻게 공공의 빛이 돼 확산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 ‘목소리’의 의미를 되새긴다.

임용현 작 ‘발화의등대’02025
이외에 양민하의 ‘그대와 그대의 대화’는 1980년대 광주와 2024년의 뉴스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AI 기반 설치작품으로, 기계가 재현한 인간의 기억을 통해, 감정과 서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윤익 관장은 “민주인권평화전은 음악과 미술을 통해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사회적 발언과 참여의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획으로 예술이 가진 보편성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이해 광주를 찾는 국내외 방문자들과 시민들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이를 극복한 오월정신에 대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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